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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제1 공약'이었던 경부운하 공약은 사실상 실종됐다. 한나라당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약 요약집에 소개되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구석에 처박힌' 상태. 지난 1년여동안 경부운하 공약을 심층 검증해 온 <오마이뉴스>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간 논쟁의 정리차원에서 각계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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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는 대선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나붙었다. 바야흐로 선거철. 이 중 유력 후보인 기호 2번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밝힌 캐치프레이즈는 '실천하는 경제대통령'. 이 후보측이 항상 강조하듯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공사를 마무리한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굴지의 건설사 CEO 출신 이력을 조합한 상징적인 문구이다.

하지만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 후보를 향해 "운하를 주장하면서 경제대통령을 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가 대표공약으로 내세웠던 경부운하 계획에 대해 "수질을 오염시키고 국토를 망가뜨리는 국토 부패 프로젝트"라고 거친 말을 토해냈다.

결국 "국토 부패 프로젝트를 내세워 '4만불 시대를 열겠다'고 주장한 이 후보가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는 것이다.

"경부운하 빼면 '경제대통령'의 경제공약은 무엇인가"


사실 홍 교수는 이 후보가 지난해 10월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부운하를 자신의 대표공약으로 선포했을 때부터 지난 1년여 동안 경부운하의 허구성을 고발해왔다.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 방송 토론 등 20여 차례에 걸쳐 경부운하 공약의 경제적 허구성을 분석한 프리젠테이션을 들고 나와 이 후보와 날을 세워왔다.

사실 홍 교수는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고 토로했다.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서 고공행진을 해 온 유력대권 후보의 제1공약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도 절반 이상은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계속 발언을 해 왔다. 왜일까?

"경제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경제주체간의 보이지 않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면서도 경부운하와 관련 국민들에게 신뢰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지난 1년간의 논쟁 과정에서 그것은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는 경부운하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말들이 계속 바뀌어 왔다.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찬성여론이 추락하지 않았나. 경제대통령을 표방하기 이전에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공약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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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후보의 '불굴의 추진력'도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후보가 국민에게 매력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추진력이다. 그러나 경부운하에 대한 국민여론은 물론 당내 여론도 사나운데, 이 후보는 '난 할 수 있다'고 외친다. 

경제학자의 학자적 양심을 걸고 단언할 수 있다. 경부운하는 국운융성을 가져오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사업이다. 자신을 기업가 출신의 능력있는 CEO라고 믿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경부운하 계획을 과감하게 접을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이 후보는 경부운하 공약을 내세우면서 4만불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의 경제공약은 경부운하로 시작해 경부운하로 끝이 났다. 7·4·7 공약의 핵심도 경부운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개발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경부운하가 회자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이 뭐냐. 경제대통령이라는 구호는 난무한데 알맹이가 없다."

다음은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한 것이다.

[쟁점 ①] 산업파급효과가 11조 7천억원? "경제성 분석 뻥튀기용"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산업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것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 수십조를 들이는 데 산업파급 효과가 없겠는가. 다른 건설사업을 해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산업파급효과 11조7000억원을 비용편익 경제성 분석(B/C 분석)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B/C 분석에서 2.3이 나온 것은 산업파급효과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전체 편익의 1/3을 차지한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비용편익분석에 산업파급효과를 반영하지 않는다. 결국 이를 통해 마치 경제성이 있는 양 뻥튀기를 한 것이다.

가령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그토록 신뢰하는 네덜란드의 컨설팅업체 DHV사가 한국정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경인운하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했는데 그들의 만든 보고서에도 B/C분석 항목에는 산업파급효과가 포함되지 않았다."

[쟁점 ②] 경부운하로 30만명 고용창출? "4년만에 끝날 시한부 일자리"

"30만명이라는 수치는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기초해 산출한 결과이다. 찬성론자들은 이것이 대단한 것인 양 떠들고 있는데 실상 투입산출모형상의 '고용유발계수'에 따른 계산법에 기초해 있다. 투자비가 크면 클수록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당연히 운하가 아닌 다른 토목사업에서도 생겨나는 일자리이다. 그런데도 마치 운하가 고용창출의 요술방망이인 것처럼 현혹하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경부운하가 청년실업 해결의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황당하기조차 하다. 가령 30만명의 일자리는 운하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다. 4년만에 완공된다면 그 일자리도 사실상 없어진다. 정부가 계속 돈을 써서 땅파는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일자리이며, 젊은이들이 갖고싶어 하는 일자리일까."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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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③] 물류 혁명? "이탈리아, 영국의 운하 물동량은 거의 '제로'"

"찬성론자들은 궁지에 빠지면 외국의 예를 갖다 붙인다. 가령 이탈리아와 영국에도 운하가 있다는 식으로. 그런데 EC 자료를 보면 이탈리아와 영국의 운하 물동량은 '0'이다. 일부가 관광에 사용되고 있지만, 물류 이동에 사용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가.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서울-부산간 도로 컨테이너 물동량의 80%를 경부운하가 담당할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총연장 171㎞인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를 통과하는 시간은 만 24시간이다. 단순 대입해 계산하면 550㎞의 경부운하를 통과하는 시간은 최소 72시간이다. 게다가 하역, 이송, 장치, 트럭운송 등을 감안하면 부산항에 들어온 수입 컨테이너가 서울의 최종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는 최소 100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래서 운하물류 현장의 담당자나 전문가들 대부분은 운하를 통해 물류를 이동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데, 무엇을 근거로 '물류혁명'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근거가 없다."

[쟁점 ④] 골재 팔아 8조원 마련? “백보양보해도 1조 6천억원”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8억3000만㎥의 골재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골재 가격을 1㎥당 1만원으로 상정하면 8조 30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제부터 틀렸다. 8억3000만㎥의 골재를 생산하겠다는 주장은 한국지질자원연구소가 지난 95년 작성한 지천을 포함한 한강과 낙동강의 '개발가능 골재량'을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골재채취가능량은 개발가능량의 51%를 적용한다. 이명박 후보는 '인공수로구간은 40㎞에 불과하고, 500㎞는 자연형 하천 상태를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지천의 골재를 제외한 상태에서 채취가능량을 산출하면 3억6000만㎥ 정도이다.

또 단가 1만원에는 생산원가가 빠져 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골재가 쏟아지면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백보 양보하더라도 단가 1만원에서 골재를 분리하고 운반하는 비용은 빼야 한다. 따라서 부가가치 기준으로 골재단가를 약 6000원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8조원 수입에는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았다. 만약 찬성론자들의 주장대로 한다면 공사 첫해에 8억㎥의 골재를 생산해 그해 다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4년 동안 공사를 하겠다는데 계산법이 틀린 것이다. 찬성론자들이 의도적으로 잘못 계산한 것을 수정해 다시 계산하면 골재판매 수입은 약 1조6000억 원이 될 것이다."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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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⑤] 민자유치로 세금 한 푼 안 들어간다? "완전 허구"

"경부운하를 건설하는 데 세금 한 푼 안 들어간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완전 허구다. 경제대통령이라고 자임하는 이 후보의 허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우선 민자사업은 1994년 이후부터 진행됐는데, 지금까지 민간기업이 공사비의 100%를 전액 조달한 예는 없다. 세금으로 공사비 분담금을 주고 또한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여 왔다.

민자사업은 정부고시사업과 민간제안사업으로 나뉘는데 최근 지어진 공항철도는 전자, 인천공항고속도로는 후자의 예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지난 5년간 정부가 운영수입으로 보조해 준 금액이 4000억원이다. 또 40~50%에 달하는 건설분담금을 정부가 충당해줬다. 2020년까지 2조원 이상의 국민혈세가 운영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갈 것이다. 공항철도사업도 2040년까지 적자를 보전해 줘야 한다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략 논쟁' 아니었다면, 이 싸움 진작에 끝났다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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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건설비와 관련해서도 "14조원은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한 뒤 "통상적으로 공사비의 1.5%를 계산하는 유지관리비, 교량철거·재건설비, 취수장 이전비 등 누락항목을 포함하면 40조~50조원은 쏟아부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을 향해 "정략적 이해에 따라 학자적 양심마저 저버린 사람들"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맺었다.

"정치적 고려 없이 학자들 논쟁으로 진행됐다면, 싸움은 진작에 끝났다. 산업파급효과나 골재수입 등의 계산에 사용하는 비용편익분석은 경제학의 ABC이다. 경부운하를 찬성하는 경제학자들도 사실 다 아는 얘기다. 학자로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하는 비겁한 행동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찬성측 전문가들은 서슴없이 자신의 과거 발언을 뒤집거나 과거에 수행했던 연구에서 적용했던 연구방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따라서 이 사안이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지 않았다면, 저들이 설 땅은 없을 것이다."


태그:#경부운하, #홍종호 교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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