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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5일 앞둔 14일 오후 한국PD연합회는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17대 대선후보 미디어정책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실장, 박건식 MBC PD,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주요 대선후보 6명의 미디어 관련 정책을 비판적 관점에서 점검했다. 다음은 토론자들의 발언 요지다. <PD저널 편집자주>

 

[양문석] "조중동+보도채널=조중동 관심사만 여론화"

 

요지부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미디어정책과 관련해 구체적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유일한 공약이 '21세기 미디어위원회(이하 미디어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인데, 그 부분과 관련해서도 누가 어떻게 무엇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쓸데없이 여론을 자극하는 정책을 내놓고 미리부터 얻어맞느니 함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 측 미디어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언론홍보학부)가 지난달 21일 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신문방송 교차소유와 관련해 "지상파 방송은 아니지만 신문과 유료방송의 교차소유는 미디어위원회의 주요 의제로 고려하고 있다"고 인정한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현재 제한돼 있는 보도채널과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교차소유를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신문의 보도채널 교차소유가 허용될 경우 이른바 '조중동'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조중동+보도채널'이 되고 나면, 한국 사회는 소위 조중동의 관심사가 아닌 부분에 대해선 여론을 형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조중동의 관심에서 벗어난 영역은 모두 마이너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지금도 의제설정 능력과 관련해선 조중동이 지상파 3사는 물론 YTN, 연합뉴스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지 않나.
 
지상파 방송은 의제확산 영역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긴 하지만, 정권의 압박이 셀 경우 의제해설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메이저 신문의 확산자, 정권의 마이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신문방송 교차소유가 허용될 경우, 일부 신문에 의한 여론의 독점현상과 여론의 일상적 조작·왜곡은 불가피하다. 국민을 장님, 귀머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박건식] "신문방송겸영, 지상파 고사·한국사회 극우화"

 

신문이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 사업을 겸영할 경우 지상파 전체가 고사할 우려가 크다. 우선 보도채널이 조중동에 주어질 경우 지역 MBC와 KBS, 지역민방의 보도기능은 완전히 붕괴되고 그나마 이들이 지켜온 지역의 여론다양성이 무너질 것이다.

 

또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 전체가 고사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만약 허용될 경우 '한미자유무역협정(FTA)+보도채널+조중동+폭스(Fox)방송'이 결합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극우화될 우려가 있다.
 
실례로 지난 2003년 미국의 CNN에 왜 그렇게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부시 미 행정부에)편파적인 방송을 하냐고 물었더니, CNN 측은 '어떤 문제를 지적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폭스에 있다'고 대답했다. 극우화된 폭스의 시청률이 급속히 상승하면서 다른 방송들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내년부터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영국의 방송·신문도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이 보수언론을 이끌고 있는 루퍼드 머독을 받아들이면서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공영방송 BBC마저 얼마 전 보도와 시사 부분을 정리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나. 머독을 받아들이면서 생긴 신자유주의 현상으로, 우리나라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신문방송겸영은 여론의 다양성 붕괴라는 지점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한 지경에 와있다. 그런 만큼 신문방송겸영과 공영방송 민영화를 막는 것은 여론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최경진] "한나라당의 선거방송심의위 회의 참관 일방 통보, 이해불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 1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한 재심을 위한 회의를 열기 전 한나라당에서 정병국 의원 이름으로 공문이 왔다. 한나라당 관계자 2명을 회의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과거에 전례가 없는 일로, 특정 정당이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 같은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유일한 미디어 정책으로 내세운 미디어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누구를 참여시키고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밝히지 않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각 후보들의 입장을 보면 공정성 확보, 경영혁신 등의 전제를 달고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찬성이다. KBS가 공정성 등의 부분을 결코 피해가서도 안 되지만, 이를 빌미로 (정치권이) 못 올려주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정동영 후보의 방안(KBS 이사회의 의결 및 방송위원회의 승인으로 일정비율(상하 25%) 범위 내에서는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기본 금액에서 비율을 초과하는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경우엔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함)은 기본적으로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지만 중간평가 등을 통해 탄력적으로 인상하는 게 옳다는 내 생각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신문방송겸영은 자유 경쟁시장 원리에 따라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미디어시장이 독과점화 돼있는 상황인 만큼 지금 당장 도입하면 오히려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겸영이 원칙적으로 옳더라도 현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

 

[최상재] "언론단체 개혁과제와 가장 부합한 후보는 문국현, 의외의 거리감 권영길"

 

이명박 후보의 미디어정책은 '유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초기 (신문방송겸영과 공영방송민영화를 주장한)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미디어 정책을 일부 흘리다 반발의 조짐이 보이자 다시 유보하는 상태로 돌아섰는데, 그런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이명박 후보의 초기 미디어정책은 현재 이회창 후보가 밝히고 있는 내용과 동일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명박 후보의) 비(非)철학·무철학 등으로 인해 이회창 후보와 달리 변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내부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미디어 정책을 밝히는 일을 꺼리고 관련 토론을 회피하는 행태에 대해 언론계가 충분히 추궁하면서 입장 발표를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압박하지 못한 것이다.

 

정동영 후보의 미디어정책은 언론단체의 안을 정답 비슷하게 거의 수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볼 때 개혁성을 흐트릴 수 있는 실용성을 앞세우는 측면이 있다. 그에 반해 문국현 후보의 미디어정책은 언론노조가 발표한 11대 개혁과제와 대선미디어연대의 13대 개혁과제와 거의 근접해 있다. 연구를 했는지 정책을 연구할 만한 역량이 없어서 무작위로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실현 여부는 별개의 판단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의외는 가장 (언론단체와) 근접할 것이라 예상했던 권영길 후보의 미디어정책이 부분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정책적 연대와 결합이 부족한 측면도 있겠지만, 민주노동당의 미디어정책을 포함한 사회와 관련된 정책 전반이 충분히 현장상황을 파악해 치밀하게 수립됐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수신료 현실화 문제에 있어서도 권 후보는 '조건부 찬성' 입장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국가로부터의 지원이라는 부분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일견 타당해보이지만 국가로부터 공영방송이 종속될 수 있는 독소적 영역이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논의 부분에 빠져있다.

 

[김승수] "KBS 2TV·MBC 민영화 주장은 전경련 국영화와 같은 얘기"

 

문국현 후보를 뺀 모든 후보는 방송통신통합과 관련한 정책을 독임제 정부부처로 환원시키려는 추세인 듯한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의 방송위원회가 미디어 균형발전이란 이름하에 난개발을 한 당사자이고 인적구성 등에 있어서 논란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방송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야 한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간 게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뜻이 좋다 하더라도 정부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영방송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일부 학자와 정치인들이 이 주장을 하면서 늘 내세우는 게 KBS 2TV와 MBC가 방만한 비효율적 경영을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실증적 자료는 없다. 이들이 이념적·정치적으로 접근을 하니까 수긍을 하고 싶어도 해줄 수가 없다. 공영방송 민영화 주장은 전경련을 국영화하고 삼성전자를 국유화하자는 것만큼 무모하다.

 

특히 MBC 민영화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주식 30%를 얘기하면서 어차피 정체성이 모호하니 민영화를 하자고 하는데, 공영성의 문제는 공영성 강화로 풀어야 하지 않나. 박정희가 부당하게 개입해 정수장학회에 준 30% 주식 지분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먼저다. 결국 정부가 소유구조 문제에 섣불리 개입할 경우 유탄만 맞을 수밖에 없다. 또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미디어재정조사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서 향후 수신료를 왜 깎고 올려야 하는지 구체적 실증적 자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양승동] "공영방송이 민영방송을 견인해 나가는 게 중요"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이명박 후보의 집권가능성이 높은데 뚜렷한 미디어 정책을 내놓지 않고 미디어위원회를 구성해서 하겠다고만 말하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 그간 이 후보와 그 주변 사람들이 말한 내용들을 보면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위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선집중> 방송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MBC를 방문해 민영화 위협 발언을 하는 것 등에서 말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KBS,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방송의 공적 역할을 나름 잘 수행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단계에서 민영화가 될 경우 향후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 다공영 1민영 구조인데 (방송의) 축을 공영방송에 뒀기에 그 1민영이 공영방송 쪽에 가까울 수 있었다.

 

이렇게 다공영이 1민영을 견인해 나가는 게 중요한데, KBS 2TV와 MBC를 민영화하자는 주장처럼 되면 지상파 방송은 상업적인 유료방송처럼 되고 말 것이다. 민영화된 공영방송에 공익적 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강제하자 할 수도 있지만 프랑스의 공영방송 TF1이 민영화되면서 시사 교양 및 토론 프로그램들은 심야로 밀려나고 외국에서 수입된 값싼 오락물들이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는 폐해를 보지 않았나. 시청률은 올랐으나 다양성·공공성 등은 현저히 파괴됐다.

 

그 외에도 이 후보가 그간 산발적으로 내놓은 정책과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그가 집권할 경우 우리가 추구해 온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은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한 진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언론·시민단체의 대비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미디어, #신문방송겸영, #조중동, #공영방송, #민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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