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TV로 보고 있기만 하니 좀이 쑤시지 않으신가요? 선수들처럼 멋지게 그라운드를 뛰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스포츠, 이제 즐기자!' 기획은 '보는 스포츠'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옮겨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습니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의 고군분투 '스포츠 도전기'를 보여드립니다. 이들의 땀 흘리는 모습에 감동 받은 당신! 이 '즐기는 스포츠'에 동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편집자말]
 준비자세(좌)와 왼손 스트레이트(우). 시범은 전 슈퍼페더급 한국챔피언 백승원 선수가 해주었다.

준비자세(좌)와 왼손 스트레이트(우). 시범은 전 슈퍼페더급 한국챔피언 백승원 선수가 해주었다. ⓒ 이충섭


이번 편에서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한 첫날 배울 과정을 간략히 소개한다. 복싱 기술은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등의 공격 기술과 더킹, 위빙 등의 수비기술이 종합적으로 연결되어 이뤄졌다. 그 중에서도 첫날 배우는 '잽'과 '원투 스트레이트'는 복싱 훈련을 하는 동안 항상 점검하고 연마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복싱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① 줄넘기] 절대 만만하지 않다

첫날은 줄넘기를 배우기도 쉽지 않다. 줄넘기 길이는 최대한 짧게 한다. 줄을 양 발로 밟고 서서 손잡이가 배꼽과 옆구리 사이에 오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미 줄넘기를 웬만큼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안심하는 건 곤란하다. 복싱 도장에서 쓰이는 줄넘기는 10여 가지에 이른다. 어색하고 약간은 삭막한 체육관 분위기에 자꾸 줄은 발에 걸린다. 몸은 점점 더 굳어만 가서 더 안 될 것이다.

자꾸 줄이 걸린다면 아예 줄 없이 발을 바꾸어가며 가볍게 뛰는 것을 해본다. 양 발을 모으고 뛰는 방법 말고 한쪽 발을 반 족장(발바닥 절반 길이)정도 내밀고 뛰는 방법으로 제자리에서 사뿐사뿐 뛰면 된다.

한 번씩 발을 내미는 것을 바꾸어 뛰는 법을 익히기 위해 처음엔 열 번을 뛰고 난 후에 다른 한쪽 발을 내밀고 뛰고 하는 것을 숙달하면, 두 번으로 줄여서 해본다. 그 다음엔 달리기하듯 한 번씩 바꾸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줄넘기를 갖고 할 때도 같은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어떤 장소에서든 줄넘기 없이도 워밍업을 할 수 있다.

[② 기본 동작] 가볍게 힘 빼는 게 그리 어렵나

권투 도장의 벽은 거울로 되어있다. 사방 벽에 붙어서 자기 모습을 보며 기본 동작을 익히게 된다. 어깨넓이로 양 발을 벌린 상태에서 오른손잡이라면 왼발을 자신의 키에 따라 적당히(어깨 넓이는 넘지 않게) 앞으로 내고, 이 왼발(앞에 내민 발)의 각도는 비스듬히 45도 정도로 만들면 된다. 뒷발(오른손잡이의 오른발)의 뒤꿈치는 항상 들려있어야 한다. 뒷발바닥과 종아리가 당기기 시작한다.

주먹은 가볍게 쥐고 오른손잡이(왼손잡이는 당연히 반대)는 오른손을 턱 가까이 붙이고 왼손은 조금 앞으로 내고서 가볍게 제자리 뛰기를 배운다. 이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줄넘기로 익혔던 가벼운 스텝으로 어깨를 '탁탁' 터는 기분으로 사뿐사뿐 뛰는 것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권투의 기본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정도 동작만으로도 배는 당기고 어깨엔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서 경직된다. 위아래로 제자리 뛰기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서이다. 초보자는 대개 상체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억지로 뛰려니까 여간 어색하고 힘든 게 아니다. 조깅을 생각하면 된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달릴 때 휘젓는 팔의 주먹을 꽉 쥐고서야 어떻게 조깅이 되겠는가? 그저 가볍게 힘을 빼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골프는 힘 빼는 데만 3년 걸린다고 했다.

[③ 잽] 권투는 태권도가 아니다... '쌀·보리 게임'처럼 재빠르게!

 주먹을 뻗을 때 반대 손으로 얼굴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먹을 뻗을 때 반대 손으로 얼굴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충섭


다음으론 복싱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기술인 잽과 원투 스트레이트를 배운다. 이 동작이야말로 가장 기본 동작이면서 쉬워 보이지만 절대 쉬운 동작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선수들이 가장 부족한 기술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잘 통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동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왼손 잽은 상대방에게 오른손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 또는, 상대방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해 공수 양면으로 쓰이는 선제타를 말한다. 가볍게 찰싹 스치는 듯한 이 잽을 한 대 맞아봤자 별 효과가 없을 듯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기회를 노리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상대를 가격하기 위해서 잽 선제공격으로 상대방을 맞추지 못하면, 당연히 더 큰 동작으로 멀리서 나오는 오른손 결정타를 맞출 확률은 더더욱 없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의 턱을 상대방의 턱이라 가정하고 손을 일직선으로 가볍게 뻗으면 된다. 하지만 유의할 것은 이 동작이 한 번에 상대방을 쓰러뜨릴 목적이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이 상대방을 잔매로 보내기 위해 쉴 새 없이 손이 나와야 하고 스피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보자는 대개 태권도 동작이 되고 만다. 한국 사람 치고 태권도 한 번 안 배운 사람이 없으니까 그러기 쉽겠지만 하여간 채찍처럼 '찰싹' 손 뻗기가 무섭게 원위치를 시켜야 하지, 태권도 정권 찌르기처럼 가격하고 난 뒤 얼마간의 정지동작이 있어서는 안 된다.

'파리채로 파리 잡을 때'를 떠올려 보라. 가볍고 짧게 탁 끊어 쳐야지 그렇게 힘이 들어간 풀스윙으로는 파리 잡기 힘들지 않은가. 또한 '내 주먹이 시뻘겋게 뜨거운 쇳덩이를 친다'고 생각해 보라. 쇳덩이에 닿기가 무섭게 주먹을 거둬들일 것이다. 마치 어렸을 적 '쌀, 보리 게임'을 할 때처럼 말이다.

[④ 원투 스트레이트] "'원투'는 챔피언을 만들어 준다"

 오른손 스트레이트(좌)와 옆 모습(우)

오른손 스트레이트(좌)와 옆 모습(우) ⓒ 이충섭



 홍수환 선수의 원투. 왼쪽 어깨에 턱이 붙어있다.

홍수환 선수의 원투. 왼쪽 어깨에 턱이 붙어있다. ⓒ 홍수환 제공


'4전5기 신화'의 주인공이자, 한국 최초로 두 체급 석권을 했던 홍수환씨는 원투 스트레이트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가끔 멋진 훅과 어퍼컷으로 KO 시키는 많은 복싱장면을 본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그것은 이미 원투 스트레이트로 상대를 어지럽혀 놓았기 때문에 훅과 어퍼컷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KO시켰던 엑토르, 카라스키야도 원투로 시작했고, 코너로 몰고 가기 직전에 원투를 직결시켜 회심의 KO를 거둔 것이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이럴 때 밑져야 본전 식으로 원투 한번 뻗어보자. 박찬희의 원투, 장정구의 변칙 원투, 유명우의 곧바른 원투 원투. 어쩌면 우리나라 복싱의 열기가 최고조였을 때가 많은 선수들이 원투를 즐겨 사용할 때였다고 생각한다.

알리는 물론이고 타이슨을 보자. 이벤더 홀리필드와 '이빨 사건' 이후로 남아공의 백인선수 프랑소아 보타와 시합했을 때 그것은 무의식의 원투였다. 레프트는 스쳐 맞았으나 라이트는 여지없이 턱을 꿰뚫었다. 시원한 권투였다. 선수들 거의 모두 상대방이 왼손을 던질 때 왼손을 치고 말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여지없이 뒷손 라이트가 들어와 꽂힌다. 여기에 왼손 훅으로 KO 시켰다면 기자들은 훅이 마지막 '피니시 블로우'라고 쓴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서 나중에 도착한 라이트 스트레이트에 이미 쓰러지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 선수들은 생각해야 한다. 왼손과 왼발이 동시에 들어가며 체중 이동은 이루었고, 이에 따라 들어가는 오른손은 몸을 틀어 때린다. 최고의 공격무기이다.


여러분도 원투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거짓말이 아니다. 원투에 도달하였다면 기술면에서도 어퍼컷이나 훅을 칠 수 있고, 원투 스트레이트 기술 하나만으로도 10회전을 뛴다면 믿겠는가? 원투 이야기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 그만큼 수많은 권투 경기에서 원투의 역할은 큰 것이다. 원투와 챔피언은 바로 통한다. 더반에서 테일러와 겨룬 타이틀매치에서 코너에서 소리 지르던 김준호 선생님 생각이 난다. '수환아! 고개 숙이고 원투 뻗어!' 정말 원투는 챔피언을 만들어 준다. 원투 할 때 반드시 턱은 왼쪽 어깨 쪽으로 향하여야 한다. 턱이 오른쪽 어깨로 돌려져 있다면 황금의 원투는 뻗을 수 없다. 턱은 왼쪽 어깨 쪽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쳤을때의 발 자세.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쳤을때의 발 자세. ⓒ 이충섭

홍수환씨의 말처럼 왼손 집에 이어지는 원투 스트레이트는 말 그대로 스트레이트, 직선 공격으로서 가장 신속하고 확률 높은 결정타이다. 뒷발인 오른발을 바깥으로 비틀면서 뒷다리를 일직선으로 쭉 뻗으면서 체중 전달을 하는 동작을 통해 가볍게 치는 펀치로 보이지만 가공할 파괴력을 보인다. 권투중계를 보거든 선수들의 발뒤꿈치를 보라. 오른손잡이건 왼손잡이건 뒷발의 뒤꿈치는 항상 들려있을 것이다.

이 스트레이트 펀치만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훅이나 어퍼 없이도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아무리 강 펀치를 가진 선수라도 사뿐사뿐 도망다니며 톡톡 가볍게 주먹을 잘 뻗어내는 상대를 만나면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쫓아만 다니다가 결정타를 맞고 만다.

작년 10월 K-1 히어로즈에서 데니스 강 선수의 코뼈를 부러뜨린 것도 추성훈 선수의 날렵한 왼손 잽이었다. 알리 선수가 남긴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 라는 말은 바로 잽인지 스트레이트인지 구분도 안 가는 날렵하지만 강한 펀치를 얘기하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훅·어퍼컷 등의 공격기술을 소개하겠다.

 홍수환 선수가 일본 선수를 5번 다운시키며 적지에서 승리했던 장면.

홍수환 선수가 일본 선수를 5번 다운시키며 적지에서 승리했던 장면. ⓒ 홍수환 제공


홍수환 복싱 이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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