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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은 국내 방송가에서 오락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각 에피소드가 마치 TV영화나 단막극처럼 한 편의 독립된 완성도로 평가받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최근 몇 달간은 폭발력이 예전에 비해 다소 시들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한도전>만큼, 매주 시청자의 높은 관심이나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몰고 다니는 프로그램도 드물다. 매주 방송이 끝나면 <무한도전> 에피소드들이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고,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 시청자의 반응에 대한 분석들이 수많은 언론과 포털 게시판을 통해 이슈화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처럼 지나친 유명세는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무한도전>은 지난 몇 달간 호평과 혹평 사이에서 극심한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했다.

 

초기의 <무한도전>은 '3D 리얼궁상 버라이어티'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표방한 여섯 남자들이 불가능하거나 하잘 것 없어 보이는 미션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의외의 웃음과 감동을 끌어낸다는 있었다. <무한도전>은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이웃, 옆집 친구 같은 '마이너리티들의 성장드라마'였다.

 

그러나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가 점차 거대화되면서 점차 프로그램이 초반의 인기 원동력을 망각한 채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1~3월 동안 방송되었던 게릴라 콘서트, 인도 특집 편으로 사실상 군입대로 하차하는 '하하 송별회'로만 한 달 넘게 방송분을 채운다던가, 멤버들의 사생활과 캐릭터에 의존하는 자기복제형 구성, 기획의도가 불분명한 잦은 해외 로케이션 등은 커진 규모에 비하여 재미와 의미, 어느 것도 만족시키지 못하며 실망감을 자아냈다.

 

한동안 표류하는 듯한 <무한도전>이 오랜만에 다시 호평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 4월 방송된 '경주 보물찾기' 편에서부터였다. 이것은 지난 8월 방송된 '서울구경' 편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에피소드였다. 지정된 장소에 선착순으로 도착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서울구경' 편에 비하여, 이번에는 '보물찾기'라는 콘셉트를 통해 현장성과 기획의도를 모두 살려낸 구성이 돋보였다.

 

여기서 <무한도전>은 문화의 도시인 경주의 지역적 특성을 부각시키며 로케이션의 장점을 살려낸 것은 물론, 첨성대, 불국사 등 우리 전통 문화재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회귀시켰다는 호평을 얻는 데 성공했다. 또한 경주 편을 통하여 <무한도전> 멤버들이 오랜만에  '시민 속으로' 되돌아오며 대규모 로케이션이나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지 않고도 일상적으로 친근한 매력으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런가하면 지난 10일 방송에서는 기름유출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충남 태안을 방문해 '사랑의 도서관'을 건립하고, 주민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축제를 계획하는 내용을 방송하며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넘어 따뜻한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대중들 사이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기름유출사고의 흔적을 시청자들에게 다시 환기시키는가 하면,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태안 주민들의 고통과 복지문제에도 시선을 돌렸다.

 

과거 인기리에 방영됐던 <신장개업>이나 <러브 하우스>, <느낌표> 같은 프로그램들을 떠올리게 했던 <무한도전>의 변화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이 당장의 시청률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앞장 서서 방송의 공익성과 사회적인 가치를 다시 환기시킬 의무가 있다는 긍정적인 교훈을 남겼다.

 

반면 바로 지난 17일 방송된 '창작동요제' 편은 또 엇갈린 반응을 이끌어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이하여 <무한도전> 멤버들이 동심으로 돌아가서 추억의 놀이를 펼치고, 직접 동요를 작사, 작곡하여 노래까지 부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한도전> 특유의 몸개그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멤버들의 재롱잔치나 오랜만에 다시보는 추억의 놀이에 유쾌한 향수를 느꼈지만, 창작동요제라는 본연의 취지나 완성도를 기대한 시청자들로부터는 다소 실망했다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추억의 놀이 코너에서 물론 게임이라는 상황안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맏형 박명수에게 너무 짓궂은 벌칙을 주문하는 장면이 무례하고 가학적으로 비쳐진 부분도 없지 않았다. 동요제 장면 역시 사실상 순수 창작곡이라기보다는 기존 노래의 멜로디에 가사만 바꾸었거나 동요의 취지에 걸맞지않은 장난스러운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 성의없이 비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가 오늘날 대중들에게 받고있는 기대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순수한 예능물 본연의 오락적인 재미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있는가하면, 대중들의 높은 인기를 먹고사는 프로그램다운 책임감과 공익적인 가치생산, 사회적인 의미를 생각하기 원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무한도전>은 그간 '도전'이라는 공통분모 속에 시트콤, 여행기, 토크쇼, 버라이어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맷과 미션을 넘나들어왔다. 매 주마다 설정과 주제가 바뀌는 만큼, 완성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무한도전>만의 매력이라면,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특유의 서민적인 친근함에 있다.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서 프로그램 자체의 대중적 인기와 화제성이 높아지다 보니 그만큼 다양한 시청자들의 욕구와 불만을 동시에 감수해야하는 것은 <무한도전>이 숙명적으로 짊어져야할 유명세다.

 

하지만 그만큼 <무한도전>은 상황과 트렌드에 따라 다시 어떤 포맷으로든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는 유동성 또한 지니고 있기도 하다. <무한도전>에 대해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는 팬들이 많은 만큼, 잘못된 길로 접어든다고 느낄 때 비판할 수 있는 목소리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시청자나 언론 역시 한편의 에피소드에 일비일희 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태그:#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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