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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우거진 숲길 걷다가
바로 눈앞에서
쏜살같이 기어가는 뱀을 본다
저렇게 온몸을 땅에 바짝 붙이고도
꼬리를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유연성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타고난 유연성을 과시하는
수많은 존재와 맞닥뜨렸다
사방팔달 어디로든지 두루두루
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삶의 강자다
그러나 그가 튈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대방에겐 아주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지나치다 싶을 만큼
부드러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난 생각한다
시방 저 사람이 머릿속에  
치사량의 독을 숨긴 채
꼬리만 살짝 움직이고 있구나 라고.


태그:#뱀 ,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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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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