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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반동안 전 조합장 측의 비리로 심각한 내홍을 겪던 한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 지난 19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주민들의 손으로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하면서 정상화 되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장안시영2단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장안재건축조합) 조합원들은 19일 휘경여중고 강당에서 850여 조합원들중 682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개최된 임시총회에서는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새로운 조합정관을 비롯한 각종 주요안건, 조합장과 감사 이사 그리고 90여명의 새로운 대의원들에 대한 선출을 마칠 수 있었다.

 

이로서 2005년 2월 재건축을 위한 첫 삽질이 시작되기도 전인 2004년 부터 시작되었던 조합문제가 완전한 해결국면으로 접어 들게 된 것이다.

 

장안 재건축 조합의 갈등은 어떻게 시작 되었나

 

장안재건축 사업은 현대건설이 그 시공사다. 조합 측과 현대건설은  2002년 8월 가계약 체결을 할 당시 총공사비 금액을 979억여원에 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12월 본계약 체결 당시에는 이 금액에서 50%가 인상된 1466억원에 체결 되면서 부터 갈등이 시작되었다.

 

용적률 249%로 859채를 짓는 재건축 사업에 대해 당초의 가계약 금액으로 공사가 진행되었다면 평균적 조합원의 경우 32평형 입주시 1억 7천만원 정도의 자부담으로 입주가 가능했다. 하지만 분담금이 50%나 폭등하면서 평균 1억9500만원으로 늘어남으로써 조합원들의 불만이 촉발되었던 것.

 

급기야 전 조합장 측에 불신을 가진 이들이 2005년 2월경 조합사무실에서 조합 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복사해 건네 받았고 이 자료를 통하여 조합장인 박모씨의 비리사실이 발견돼 검찰에 고소했었다.

 

박 조합장이 2003년 11월에서 2004년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재건축조합통장 공금 8억 2천 700만원을 자신의 개인통장으로 분산 입금하여 횡령했다는 것이었다.

 

박 조합장은 검찰에 의해 기소되어 대법원의 파기환송 등을 거친 후 지난해 8월 업무상 횡령등의 혐의에 대해 징역2년에 집행유예3년의 실형이 확정된 바 있다.

 

이에 앞서 박 조합장에 대해 지난 2005년 8월 기소가 이루어지자 신조합 측 조합원들은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선임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관할구청인 동대문구청은 신조합 측 조합원들이 선임한 조합장 직무대행자에 대해 정관상 조합원 총원의 2/3가 안 되는 조합원이 의결 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조합장 직무대행에 대한 인가를 2007년 7월 거부했다.

 

 

신조합 측은 2006년 5월 27일 열린 총회에 전체 855명 조합원 중 471명이 참석했다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체 인원이 참석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동대문구청이 임시조합장에 대해 인가를 미룸으로써 기소가 된 상태에서도 박 조합장 측은 지난해 10월까지 조합 업무를 계속해 왔었다.

 

동대문구청이 인가를 미루는 것에 대해 신조합 측은 "비리 구 조합장과 부당하게 분담금 200억원을 인상한 현대건설로부터 청탁 및 뇌물을 받아 조합 설립인가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반발했었다.

 

이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작년 10월 법원에 의해 조합장 직무대행이 선임되기 전까지 수많은 집회와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점을 호소해 왔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해 10월 16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한 항의 시위를 들 수 있다. 신조합 측의 조합장 직무대행 선임을 미루는 구청장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나라당 당사를 직접 방문해 항의했다.

 

또한 2003년 지역구 홍준표 의원이 의정보고서를 통해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인가서를 발표했고 조합원들은 이를 믿고 이주해 결과적으로 홍 의원이 박 조합장 측의 비리를 방조한 그 책임이 있다며 한나라 당사 앞 집회에서 이를 따지기도 했었다.

 

"여러분의 손으로 자치권 회복...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토요일인 19일 오후 휘경여중고 강당에서 진행된 임시총회는 뜨거운 열기로 넘쳐났다. 지난 4년 남짓의 싸움을 끝내 승리로 이끈 조합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듯했다.

 

이날 임시총회는 오후 2시에 시작되어 5시 30분경 마무리 되었다.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조합장을 비롯한 지도부 구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자, 지난 9개월 동안 조합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던 정주교 변호사는 감격적인 말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정 변호사는 "지난 몇 년간의 갈등을 겪고 여러분의 손으로 조합 지도부를 뽑고 자치권을 회복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는 것 입니다"며 이날의 심경을 표현했다.

 

정 변호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조합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장안 재건축은 불투명한 부분이 사후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고 이는 다른 재건축조합에서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라면서 지난 9개월 동안의 소감을 말했다.

 

이날 682명 참석 조합원들 중 558표로 선출된 김동현 신임 조합장은 "50%나 폭등한 분담금을 내리기 위해 그동안 헌신적인 노력을 해온 조합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오늘부터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장안재건축사업에서 전 조합장 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 서서 싸워왔던 이형도씨는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재건축조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조합원이 자기 권리 의식이 있어야 한다'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천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요건이 충족된다면 다른 재건축조합들에 있어서도 문제 해결이 잠시 늦어질 뿐이지 잘못된 비리조합 문제는 반드시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임시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최연미씨는 "그동안 과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새로운 조합장이 투명하게 운영해 우리들의 재산권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안 재건축사업과 관련 동대문구청을 포함한 공권력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난 몇년간 신조합 측과 함께 싸워왔던 시민단체 '공권력피해구조연맹'(단장 조관순)은 이날의 결과를 크게 환영했다.

 

조관순 단장은 "한나라당 소속 구 의원들과 구청측이 이분들(신조합 측)에게 부당하게 일처리를 했었다. 투쟁과정에서 단체 변호사의 자문 등을 거쳐 성공적인 해결방법을 찾아내 법적인 절차 안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NGO단체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그리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조합원이 3위 1체가 되어 문제를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신조합 측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입주시 미리 납부한 분담금 중 조합원당 약 2000만원 남짓을 되돌려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현대건설이 조합에 한 제안과 2002년 8월의 계약을 정면 위반한 2004년 12월 계약과의 차이에서 되돌려 받게 되는 근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앞으로 공사금액 등에 대해 정밀실사 등을 거쳐 문제점을 밝혀내고 부당하게 인상된 분담금은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말했다.

 

현재 전국의 수많은 재건축사업현장에서 조합장과 조합원들간의 갈등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장안재건축사업의 문제 해결방식은 많은 재건축사업 현장에서의 갈등을 푸는 그 실마리를 던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힐스테이트, #재건축, #도정법,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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