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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에 위치한 한국등잔박물관.

 

박물관의 겉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수원 화성 성곽의 형태를 본뜬 회백색 건물은 마치 횃불이나 등대처럼 보인다.

 

1997년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가운데 1·2층은 전시공간이며, 지하층은 세미나 및 각종 공연을 위한 휴식공간이다. 2644㎡ 규모의 야외 전시장은 자연석과 다양한 종류의 나무, 그리고 연못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등잔 종류가 이렇게 많아?

 

등잔은 단순히 '기름을 연료로 하여 불을 켤 수 있도록 만든 그릇'이 아닌가. 등잔의 종류가 많아봐야 몇 가지나 되겠어? 라는 생각은 등잔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사라졌다. 사기로 만든 석유등잔 뿐 아니라 철제와 나무 촛대, 괘등, 제등, 순라등 등 다양한 등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1층 '생활 속의 등잔'

 

1층은 '생활 속의 등잔'을 주제로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서 등잔들이 어떻게 쓰여졌는가를 보여준다. 유리벽 안에 부엌, 찬방, 사랑방, 안방 등의 모습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등잔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부엌에는 부엌등과 벽에 걸린 등이 있고, 찬방에는 목등잔과 석유등잔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랑방에는 은입사백 동촛대와 백자서등이 전시되어 있고, 안방에서는 당시에 널리 쓰이던 고사리말림형 유기등잔과 나비 모양의 불후리촛대가 눈길을 끈다.

 

 

2층 '역사 속의 등잔'

 

2층 전시실에는 '역사 속의 등잔'과 '아름다움 속의 등잔' 코너를 마련하여 시대·형태·재질·용도별·제작기법상의 대표적인 것들을 비교·감상 할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금속 촛대는 촛농을 받치는 오목한 작은 접시 가운데에 초를 꽂을 수 있는 얇은 꼬챙이가 솟아 있고, 30cm 정도 길이의 가느다란 막대가 접시 아래에서 바닥까지 연결되어 있다. 바닥 부분은 촛대가 넘어지지 않도록 동글납작한 금속판이 중심을 잡고 있다. 이것이 기본 모양인데, 여기에 나비 문양이나 부채 모양의 장식이 촛농 받침 옆에 붙어 있어서 빛을 한편으로 모으는 역할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더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속 등잔도 그 재료 성분에 따라 유기등잔·무쇠촛대·청동촛대 등으로 나뉜다. 조선후기에 유기공예가 발달하면서 아름다운 유경촛대와 등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 후기 등잔들이 유독 화려한 문양을 뽐낸다.

 

촛대와 등잔은 겉모습에서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초를 꽂도록 되어 있느냐, 등잔을 올릴 수 있게 되어 있느냐의 차이일 뿐…. 그래서일까. 촛대와 등잔이 한 자리에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나무등잔들이다. 대부분이 자기가 쓸 것을 손수 만든 것들이어서 눈썰미와 손재주에 따라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투박한 나무 기둥 위에 새하얀 사기 등잔을 올려놓은 것만으로도 아름다운데, 나무 기둥 사이사이 홈을 파서 마치 동그란 링이 여러 개 끼워진 것처럼 장식하거나, 호롱박 바가지 모양의 받침이 기둥 중간에 끼워진 형태로 만드는 등 각기 나름의 멋을 자랑한다. 나무촛대나 나무등잔은 주로 촛농 받침 아래 나무기둥에 모양을 넣어 장식한 것이 많았다.

 

도자등잔도 다양한 모습이다. 나무나 철제 등기 위에 올려놓는 동그랗고 작은 형태부터 호리병 모양인데 병 입구부분에 심지가 끼워져 있는 형태도 있었다. 등잔에서 기둥까지 모두 사기로 만들어진 일체형 등잔인 셈이다.

 

등을 집 밖으로 들고 나갈 때 사용하던 괘등도 신기했다. 동그란 구의 한쪽을 잘라내고 그 뒤편에 손잡이가 달려있는 모양인데, 동그란 틀 안에 초나 등을 놓을 수 있게 장치해 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만든 이동식 등잔이다.

 

등잔들이 전시된 곳 맞은편에 결혼식 때 사용된 옷과 장신구도 있었다. 그 전시물 중앙에 알록달록 예쁜 꽃 그림이 그려진 초가 한 쌍 놓여 있었다. 이것이 화촉이란다. 표면을 빛깔들인 밀납으로 조각 장식한 귀중한 밀초인데 매우 귀중한 것이어서 궁중에서만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직 하루만은 서민들도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데, 그날이 바로 혼인날이다. 결혼식에서 종종 사용하는 ‘화촉을 밝힌다’는 표현이 여기에서 생겨났다.

 

1층과 2층 사이에는 외국의 등잔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란과 프랑스, 대만의 촛대부터 미국의 석유램프, 스리랑카와 그리스의 기름등잔까지 각 나라의 개성대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장식장 안에 세계의 빛이 모두 모여 있는 셈이다.

 

 

등잔박물관의 내부는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박물관 뜰에는 석등과 함께 연못과 넓은 정자, 의자 등이 마련되어 있어 편안히 쉬어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예쁜 꽃들로 잘 가꿔진 뜰 옆에는 물확, 연자매 등의 여러 가지 석물이 놓여 있고, 민속품들이 전시된 농구전시관도 있어 옛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 박물관을 둘러본 후, 박물관 뜰 정자에서 연못을 바라보며 도시락을 함께 나누면 참 기분 좋은 나들이가 될 것 같다.
 
한국등잔박물관

- 관람일: 수~일요일, 공휴일 10시~17시

 - 입장료: 어른 4,000원 / 중·고·대학생 2,500원 / 노인·어린이·장애인 2,000원

 - 찾아가는 길: (자가용) 판교IC에서 분당동과 태재고개, 오포터널 지난 후 150m 지점에서 능평 2리(오른쪽)로 빠져서 직진, 능골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00m 지점에서 좌회전.

  (대중교통) 지하철 분당선 보정역 앞에서 마을버스 57-1번을 타고 박물관 정문 앞에서 하차. 마을버스는 오전 7시 30분에서 오후 7시 20분 하루 10회 운행.

 - 홈페이지: www.deungjan.or.kr

  문의: 031-334-0797

 

덧붙이는 글 | 시각장애인을 위한 격월간 잡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 8월호 게재.

한국점자도서관 기획홍보팀 기자로 취재한 내용입니다.


태그:#글로 보는 박물관, #등잔, #촛대, #박물관, #한국점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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