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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석 국회의원이 주최해 9월 9일 강북구 삼각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강북구 발전을 논의한 자리였지만 온통 개발 이야기 뿐이었다.
▲ 강북 발전 위한 정책토론회 정양석 국회의원이 주최해 9월 9일 강북구 삼각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강북구 발전을 논의한 자리였지만 온통 개발 이야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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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개발이 느린 지역, 거의 모든 경제 지표에서 강남과 비교 대상이 되는 구, 그래서 저개발에 따른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강북구. 이 지역 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일 삼각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다루는 주제가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정양석 국회의원(한나라당 강북갑)이 주최해서, 400여 명의 참석자들로 토론회 장소가 비좁았다.

주제발표자와 지정 토론자, 자유발언자들까지 누구나 강북구 발전의 핵심을 '개발'로 이해했다. 신설동에서 정릉을 거쳐 우이동으로 이어지는 경전철이 2013년 완공될 예정인데, 이 공사를 발판으로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일명 김신조 사건으로 통제했던 우이령길을 다시 뚫고 ▲대학이나 종합병원 등을 유치하며 ▲5층 20m로 묶여있는 건물의 고도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카 설치가 친환경적이라고?

주제발제를 한 김희오 교수는 강북구 발전을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우이령을 뚫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희오 교수 주제발제를 한 김희오 교수는 강북구 발전을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우이령을 뚫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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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를 맡은 김희오 교수(동국대 명예)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완료되면 강북구는 서울시민에게 으뜸가는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강북구 재정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안종만 회장(삼각산포럼)은 케이블카 설치 장소와 서명운동 계획까지 자세히 제시했다. 토론자 강승필 교수(서울대)도 스위스 융프라우, 프랑스의 알프스, 홍콩 등 케이블카를 설치한 사례를 열거하며, "케이블카 설치가 오히려 환경을 보호하는 사업이다"라고 주장했다.

케이블카 사업은 강북구의회가 설치를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내놓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지만,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그런데 안 회장은 "케이블카 설치로 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이 사람이 밟아서 훼손하는 것보다 낫다"는 논리를 펴며, "자연 환경에 두담이 되더라도 대중의 보는 즐거움과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이령길 개방은 환경을 고려해 터널을 뚫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우이령길은 강북구 우이동과 양주시 교현리를 잇는 6km가 되지 않는 짧은 고개길이다. 1968년 북한 특공대가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이 고개를 점령한 뒤 폐쇄됐다. 지금은 안보를 우려할 상황도 아니고 통일 이후 북한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재개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북구에 이렇다 할 대형병원이나 종합대학이 없는 점도 낙후 지역으로 떨어지는 이유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희오 교수는 "강북구에 대형병원이 없어 이웃 구로 가서 치료를 받는다"며 대형병원 유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종만 회장은 419공원 근처에 있는 통일연수원을 파주 근처로 옮기고 대신 그곳에 국기원이나 자립형사립고, 종합병원 등을 유치하자고 주장했다.

고도제한 완화는 찬반 팽팽하게 갈려

최찬환 교수는 다른 개발에는 찬성했지만,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하며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맞섰다.
▲ 최찬환 교수 최찬환 교수는 다른 개발에는 찬성했지만,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하며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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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대부분 개발 주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지만, 고도제한 문제에 대해서는 선명하게 갈렸다. 주제발표자 김희오 교수를 비롯해 토론에 나선 강승필 교수, 안종만 회장, 백중원 강북구의원 등은 고도제한과 용적률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중들도 "고도제한으로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이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최찬환 교수(서울시립대)는 "고도제한을 풀 명분이 없다"고 맞섰다. 북한산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고도를 제한했는데, 무슨 근거로 다시 제한을 해제하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 교수는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아름다운 산인데 마구잡이 개발로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강북을 강남처럼 개발하면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발하려면 평지부터 하고, 정 살 곳이 없을 때 산을 건드려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최 교수는 그동안 길을 넓히기 위해 덮었던 화천도 다시 복구해야 하고, 등산로 입구 등 사유지들을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강북 발전의 핵심을 생태마을 복원에서 찾았다.

몇몇 주민들은 최 교수를 향해 거칠게 항의했지만, 최 교수는 학자로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최 교수는 고도제한에 묶여 있는 지역 사람들에게 역세권 같은 곳 개발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해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불만은 식지 않았다.

토론회를 주최한 정양석 국회의원은 "제가 어느 주장에 설 것 같느냐"며 "저는 주민들의 편에 서서 해결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성난 민심을 추슬렀다. 이날 토론회에는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전직 교사, 점포 7곳을 운영하는 여사장, 고도제한해제를 추진하는 단체를 결성한 설계사무소 소장, 재개발추진위원회 총무 등이 주로 의견을 제시하는 등 지역 부유층들이 주로 참여했다. 상대적으로 중산층이나 전세로 사는 서민, 개발보다는 생태를 우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서울 강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단체 생명평화연대 홈페이지(www.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정양석 , #국회의원 , #강북구 , #발전,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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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에 살면서,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영월한옥협동조합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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