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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요동치고 있어요. 유가폭등과 미국 경제 위기는 세계경제를 침체시키지요. 한국도 올해만 주식과 펀드로 날린 돈이 어마 어마하지요. 경제를 살리겠다고 들어선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고 뒤늦게 선전포고를 하고 환율에 널뛰기를 하며 헤매고 있네요.

 

6% 안팎의 금리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물가와 집값 상승은 서민들에게 한숨거리지요. 주식과 펀드로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연방 나오는 경제뉴스에 솔깃하여 뛰어든 요즘, 어김없이 개미들이 손해를 입고 있지요. 정보가 부족한 시민들은 경제뉴스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데 경계해서 볼 필요가 있어요. 많은 뉴스가 그렇듯 진실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경제뉴스의 두 얼굴>(개마고원, 제정임 지음)은 그동안 숱한 오보들을 기반으로 경제뉴스를 비평하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려주는 책이에요. 부제가 '화려한 유혹과 은밀한 배신'이듯이 화려하게 유혹하는 기사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나중에 일이 터져서야 '큰일 났다'고 보도하는 경제기사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네요.

 

화려하게 유혹한 뒤 나중에 '큰일 났다' 아우성

 

지은이 제정임은 오랜 시간 경제부 기자 경험을 바탕삼아 미국 유학 가서 공부한 것을 묶어서 이렇게 책을 냈어요. 그는 정치권력보다 더 위력 있는 실세로 부상한 광고주, 대재벌의 파워 앞에 언론은 눈치 보며 숨죽이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해요.

 

이것은 신문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때문이죠. 경제섹션 증면과 함께 홍수를 이루는 기업인 인터뷰, 칭찬일변도의 기업소개 및 상품소개 기사의 범람도 광고유치와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자세히 보면, 광고지인지 일간지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광고가 많아요. 기사를 읽는 것인지 광고를 보는 것인지 헷갈리기 쉽죠.

 

물론 재벌의 부정과 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은 호기롭게 기사를 쓰고 파헤치는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대부분 사법당국이나 금융당국이 발표를 했기 때문에, 두 말할 필요 없이 모두가 쓸 수 있게 되는 경우에 한해서라고 지은이는 말하며 언론사들이 외부 압력으로 얼마나 몸을 낮추는지 보기를 들어 설명하네요.

 

재벌 비리? 이미 발표한 것 받아쓰기

 

책에는 신문사와 기업 사이 짬짜미 사례를 모아서 분석해놓았어요. 외환위기를 더 크게 불리며 국가신인도를 더욱 떨어뜨린 기아사태와 기아를 끝까지 보호하려고 했던 국민일보, 기자들에게 뇌물을 줘서 쓰러지기까지 여러 매체에서 우호적인 기사가 나왔던 한보, 내실을 다지고 거품을 줄여야 할 때 오히려 몸집을 늘리려고 무리를 한 대우에 대해 비판 기사가 없었다는 사실 등은 지금까지 경제뉴스의 한계를 보여주지요. 

 

광고주에 대한 압박 못지않게 신문사 자체가 갖는 투명성과 공정성도 도마에 올리죠. 지난 번 국세청의 23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충격이었죠. 중앙 언론사와 그 계열기업, 대주주 등의 총 탈루 소득이 무려 1조3594억원이었어요. 이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사들의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언론사 대주주의 주식 우회증여 등 탈법과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어요.

 

사주가 구속된 <조선> <동아>와 과거에 비슷한 세무조사 파동을 겪은 일이 있는 <중앙일보>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권의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하지요. 이들 언론은 세무조사를 단행한 정권의 의도가 '반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세무 조사 때는 핏대 높여 주장을 하더니 오늘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권에 대해 옹호하는 기사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요.

 

당시 흔히 말하는 '조중동'은 세무조사의 핵심인 언론사의 탈세는 쏙 빼고 정부에 의한 언론탄압이라는 선동만이 지면을 지배하고 있었지요.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조선과 동아일보의 태도예요. 지난 99년 <중앙일보> 홍석현 당시 사장이 보광그룹의 탈세와 관련해 구속되면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을 때, <조선> <동아>는 탈세를 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법처리와 추징 조치가 있어야 마땅하다고 엄중하게 꾸짖었거든요.

 

중앙일보의 신뢰추락에 <조선>과 <동아>는 반사이익을 얻을 테니까요. 공익보다는 자사의 이익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논조는 신문기업이 사주와 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적 기업에 불과하다는 실상을 알리는 것이지요.

 

기본이 안 됐어

 

경제뉴스가 더 발전하고 심층 보도가 되기 위해서 지은이는 공정한 언론, 편집권 독립, 신문시장의 품질경쟁을 주장하지요. 원론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만큼 기본이고 중요한 것인데 제대로 안 된다는 방증이네요. 할 말을 하는 신문, 할 말은 하는 독자가 되어 정직한 경제뉴스를 받아보아 터무니없는 투기 열풍을 조장하거나 참여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경제뉴스만 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 같지요.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기사를 보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시민들이 부딪히는 경제현실을 얼마나 위험한지요. 신뢰를 기반으로 심층 취재가 정착되지 않고서는 경제뉴스만 믿었다가는 쪽박 차기 십상이지요. 독자 스스로 경제 안목을 갖추고 뉴스를 여러 각도에서 뜯어볼 수 있어야겠네요.


경제뉴스의 두 얼굴

제정임 지음, 개마고원(2002)


태그:#경제뉴스, #광고주압력, #재벌, #언론개혁,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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