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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 단지 모습.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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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종부세 때문에 뜻하지 않게 포식을 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지인이 친구들 몇 명과 저녁식사를 위해 만났는데, 친구 중 한 명이 종부세를 1천만원 가까이 환급을 받았다고 한다. 지인의 친구 말에 의하면, 종부세 환급은 마치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이 기분을 축하하기 위해 크게 한턱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지인은 수만원의 모임회비를 절약할 수 있었으며 평소 모임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종부세 환급이 상위 2%의 당사자와 그 가족 및 친구들에게는 즐거운 일이겠지만, 나머지 98%에게도 즐거운 일이 될까?

종부세 환급, 상위2%의 즐거움-나머지 98%의 고통

지방자치단체의 2009년도 본예산이 발표되었다. 그래서, 종부세 환급이 지자체 예산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샘플로 경기도의 자치단체 예산 몇 군데를 살펴보았다.

우선, 수원시의 경우 지방교부세 수입이 전년에 비해 80억 가량 감소하였다. 가장 큰 원인은 종부세 환급으로 인한 부동산교부세 수입 감소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지자체가 재량적으로 쓸 수 있는 이러한 예산 감소가 미친 영향은 어떠할까?

수원시의 전년도 결식아동급식비 지원 예산은 32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수원시에서 밥 굶는 아이들은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육시설 지원예산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보육시설 운영관리 예산은 전년도 159억원에서 올해 73억원으로 54% 가량 줄어들었으며, 보육시설 보강 지원예산도 전년도 31억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61% 가량 줄어들었다.

보육시설 지원예산이 줄어들면 민간 보육시설 운영자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격미달인 보육교사를 고용할 가능성이 크며, 급식비를 줄이기 위해 질 나쁜 식재료를 쓸 가능성도 크다. 그 결과, 애를 학대하는 교사와 소위 '꿀꿀이죽' 사건 등 과거의 '보육 악몽'이 재현될지도 모른다.

한편, 사회복지일반 예산 역시 전년도 102억원에서 올해 75억으로 26%나 줄어들었다. 법에 의해 보장되고 대부분 국가와 광역자치단체의 법정전입금에 의해 보전되는 복지예산은 그다지 감축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기초지자체에서 재량적으로 지출하였거나 기초지자체의 분담비율이 높은 보육, 교육 및 복지예산은 감축된 사례가 많았다.

복지예산 감축, '꿀꿀이죽' 사건 재현 가능성 높인다

2005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던 이른바 건빵 도시락. 전북 군산의 결식 어린이들에게 지급됐다.
 2005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던 이른바 건빵 도시락. 전북 군산의 결식 어린이들에게 지급됐다.
ⓒ 연합뉴스 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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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군포시의 경우 지방교부세 수입이 전년도에 비해 65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취약계층 아동보호 예산 중 아동육성지원 예산이 전년도 18억원에서 올해 15억원으로 16.6% 감소하였는데, 이 중 결식아동급식비 지원예산이 전년도 8억7800만원에서 7억원으로 2억원 가량 감소한 것이 포함되었다. 사회복지일반 예산도 전년도에 비해 20% 가량(전년도 23억원에서 올해 1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안양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지방교부세 수입이 전년도에 비해 34억원 가량 줄어들었는데, 보육서비스제공 예산은 전년도 210억원에서 올해 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1%나 감소하였다. 이로 인해, 보육시설운영지원, 민간보육시설 보육교사 처우개선 보조, 만5세아 무상보육료 지원 및 차등보육료 지원, 보육시설기능보강 예산 등이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또한, 학교의 급식환경 개선 예산도 전년도 27억원에서 올해에는 7억원으로 74%나 감소하였다.

의왕시의 경우 지방교부세 수입이 전년도에 비해 7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그 결과, 보육시설 운영지원예산이 전년도 38억원에서 30억원으로 21% 가량 줄어들었고 보육시설 확충예산도 전년도 9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지방교부세 수입 감소는 그동안 지자체에서 재량적으로 지출하였거나 지자체의 분담비율이 높은 보육 및 아동복지 관련 예산의 감축을 초래하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상위 2% 어른들의 종부세 환급 기념 파티에서 차려진 고급 음식은 결식아동의 밥을 빼앗은 대가이며, 보육서비스의 질 저하의 대가인 것이다.

상위 2% 위한 종부세 환급의 대가... 결식아동의 확대  

2008년 11월 17일 있었던 민생민주국민회의 '경제파탄, 민생파탄 강만수 퇴진 국민캠페인 <종부세는 살리고, 강만수는 나가고> 선포 기자회견' 모습
 2008년 11월 17일 있었던 민생민주국민회의 '경제파탄, 민생파탄 강만수 퇴진 국민캠페인 <종부세는 살리고, 강만수는 나가고> 선포 기자회견'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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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최소 10조원 이상의 추경예산 편성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추경예산 편성을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있다.

지난 2월 8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년에 이미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예견하고 청와대에 보고까지 하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최초로 감세안을 발표할 때,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을 플러스 5%로 예상한 후 감세를 하더라도 2012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10조원의 예산을 추가하는 수정예산안을 발표할 때에도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이 4% 가량 될 것으로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 중 절반을 삽질예산에 퍼부었다.

작년에 이미 올해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견했다는 강 전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상위 5%의 부자와 대기업, 건설업체의 주머니를 불려주기 위해 그동안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경예산을 말하기 전에 먼저 그 내막을 밝히고, 플러스 4~5%의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짜여진 부자 감세안을 철회하여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밥을 빼앗고 보육과 교육의 기회를 빼앗은 추악한 '아동학대 예산'을 바로 잡아야 한다.


태그:#예산,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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