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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추가경정예산'

 

현재 여당으로부터 약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추경예산을 10조원~15조원 규모로 줄여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기불황기에는 재정지출을 확대해 소비력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 재정정책이므로 추경예산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지만,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3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짠다면 그 재원은 전부 국채를 발행하여 조달해야 한다. 이 경우 올해의 국채발행총액은 100조 원에 달하게 된다. 작년에 발행된 국채발행 총액이 52조원이니 거의 두 배가 늘어난 셈이다.

 

대규모 국채발행은 시중 금리를 상승시키고, 금리상승은 민간부문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소위 '구축효과'를 가져온다. 게다가, 서민들의 이자부담 증가로 소비력을 위축시킨다. 금리 상승을 피하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직접 국채를 사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돈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고, 그 결과 실질소득이 감소해 마찬가지로 소비력이 위축된다.

 

국채발행을 통한 추가경정예산은 소비와 투자를 확대시키는 효과와, 위축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규모를 늘린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자감세 정책으로 재정압박 갈수록 심각

 

추경예산 편성 전 올해의 국채발행한도는 약 74조3천억원인데, 이 중 19조7천억원이 세입보전용이라고 한다. 만약 추가경정예산이 30조원으로 편성될 경우, 이 중 10조원이 세입보전용이고 나머지 20조원만이 세출증대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총 100조원의 국채 중 30조원이 세입보전을 위한 것이 된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국채가 세입보전용으로 발행되어야 하는 상황은 현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감세로 인해 총 96조원의 세수가 감소되고, 올해에만 13조5천억원의 세수가 감소된다고 한다. 즉, 2008년에 감세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30조원의 추경예산을 위해 발행할 국채는 16조5천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연간 감세규모가 25조원에 달해 감세로 인한 재정압박은 올해보다 더욱 더 심각해진다.

 

감세가 주로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96조원 감세의 대부분은 부자와 대기업에 혜택이 주로 돌아가는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 등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법인세 감세혜택의 70%는 상위 12개 대기업에 돌아간다. 이들 대기업은 주로 수출기업이라, 환율상승으로 인하여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곳에 감세로 돈을 퍼주고, 모자란 돈을 메우기 위해 서민들과 미래세대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또한, 감세정책은 올해의 실질경제성장률을 5%로 예상하고 만든 것이지만,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은 확실하다.

 

당초 예산안 수정하는 '수정예산' 필요

 

 

이러한 상황이라면, 추경예산을 이야기하기 전에 당초 예산안을 수정하는 '수정예산'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수정예산'은 부자감세를 철회하여 재정압박을 완화하고, '삽질예산'을 일자리 예산과 교육 및 보육예산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편성되어야 한다.

 

3월 9일자 <국민일보> 기사에 의하면, 추경예산안의 일부가 '삽질예산' 위주로 편성되었음이 드러났다. 예를 들면, 4대강 하천정비 사업에 대하여 부처가 요구한 예산(1조원)의 40~50%(4000억~5400억원)를 반영하고 굴포천 종합치수사업에는 부처 요구 예산 450억원을 전액 반영한 반면,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국민임대주택 임대료 차등부과 예산의 경우 부처 요구 예산 300억원 전액이 삭감되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추경예산 역시 '삽질예산' 위주로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죽 쒀서 개 주는' 상황을 막으려면, 야당이 먼저 일자리 예산과 교육 및 보육 예산안을 정부 여당에 제시하여 추경예산편성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예산안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지금 노동계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대안이 나오고 있다. 한국 노동자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약 2261시간(OECD)인데, 이를 연간 2000시간으로 줄이면 약 11.5%의 고용증대 효과가 있다. 문제는 노동시간을 단축하지만 임금은 줄이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총 급여 증가분을 누가 부담하느냐이다.

 

노동시간이 단축된 만큼 임금을 줄여야 한다면 노동계에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고, 이를 전부 사용자가 부담하라고 하면 사용자 역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총 급여 증가분의 일부를 분담하면서 노사가 일정 부분씩 받아들이도록 유도해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고용보험은 사각지대가 많아 실업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실업자에게 직업훈련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긴급히 실업부조를 지원해야 한다. 실업부조로 6개월간 최저임금을 지급할 경우, 10만 명당 약 5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현재,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노동자는 대상자의 10%도 안 된다. 이를 확대할 경우 그만큼 고용증대 효과가 있다. 따라서 육아휴직을 유도하도록 육아휴직급여를 지원하는 예산도 필요하다.

 

교육과 보육 예산 늘리면 가계실질소득 증가 효과

 

현재 가계지출 중 가장 부담이 큰 것은 자녀교육비 부분이다. 따라서, 교육과 보육 예산을 늘리는 것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지식경제에서는 좋은 인재가 가장 큰 성장동력이므로 교육과 보육에 대한 투자엔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유아교육 및 보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초중고 교육을 완전 무상화할 경우 연간 약 6조5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유아교육 및 보육에 대한 정부 부담률을 50%로 늘릴 경우 연간 약 1조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방과 후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연간 14조원에 달하는 대학등록금 부담도 줄여야 한다. 산업사회의 수요에 맞는 직업교육을 위해 전문대 등을 '2(Junior College)+2(Senior College)' 체제의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전환시키고, 1차적으로 직업교육중심대학 학생들의 주니어 칼리지(Junior College) 2년을 무상화하는 방안을 채택할 경우, 연간 약 3조3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반대만 하는 야당'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효과적인 '수정예산 전쟁'을 벌이려면, 일자리 예산과 교육 및 보육예산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갖고 먼저 예산편성을 요구하며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자감세 철회와 '삽질예산' 축소를 요구해야 한다.


태그:#추경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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