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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요 며칠 사이 생각지도 않은 일을 겪으면서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지난 토요일(4월 25일), 꼭 보고 싶던 연극이 있어 예매를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공연 전날 갑자기 예매를 취소했습니다. 모두 '선거' 때문입니다.

한 번씩 당원(진보신당) 모임을 할 때면 우스갯소리를 했었지요. 4월 재보선이건, 울산북구 단일화건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고, 나 당원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내가 그런 줄 잘 아는 동네 당원들이 이번만큼은 작정을 했는지 꼬드겼습니다. 울산 북구에서 드디어 단일화 합의가 이뤄졌으니,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번 선거는 당원으로 살면서 꼭 한 번 치러 볼 만한 일일 거라고.

처음엔 무심히 넘겼던 그 꼬드김에 결국 넘어가고야 말았습니다. 평소 '선거'에 관심 없노라고 떠벌리고 다녔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그렇게 결심을 굳히고, 울산으로 떠나는 순간까지도 이러는 내가 잘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울산 북구 단일화 관련 뉴스를 한 번도 보지 않을 만큼 재보선 자체에 무관심 했던 내가, 어쩌다가 '울산행'을 결심하게 됐는지….

어쨌든 결정을 하니 오히려 마음은 편안하고, 저절로 '호기심'도 생기더군요. 이번 울산행이 과연 저한테 무엇을 심어주게 될 지 말이죠. 전 이렇게 선거 운동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어찌 보면 불순(?)해 보이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울산에 갔습니다. 물론 이 마음 하나만큼은 분명했죠. 같은 정당 당원으로서 조승수 후보를 믿고 지지한다는. 

연극예매를 취소하고 울산으로 가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조승수 후보 선본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좁지만 사람들로 바글대는 사무실이 왠지 행복해 보였습니다.
▲ 처음 가보는 선거 사무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조승수 후보 선본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좁지만 사람들로 바글대는 사무실이 왠지 행복해 보였습니다.
ⓒ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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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늦은 밤에 울산에 도착했습니다. 울산 톨게이트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이 뛰더군요. '선거 운동'이란 걸 앞두고도 마음이 설렐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두근대는 마음 그대로 조승수 후보 선본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좁지만 사람들로 바글대는 사무실이 왠지 행복해 보였습니다. 거기서 간단하게 선거운동 방법을 전해 듣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몇몇 분들과 함께 한 아파트로 갔습니다. 아~ 날씨는 춥고 아파트 안은 썰렁하고!

"언니! 정말 우리가 여기서 죽 있어야 하는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이 없잖아요!"

함께 간 언니한테 하소연을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여기저기 다니면서 치르는 그런 선거운동을 생각했거든요.

허나 어쩌겠어요, 여기에 가라고 한 건 그것대로 까닭이 있을 터. 어쩌다 한두 명 보이는 사람들한테 무작정 다가갔습니다. "기호 7번 조승수 후보 아시죠? 어쩌구~" 선본 사무실에서 알려 준 대로 살살 말을 건네 봅니다. 처음엔 쑥스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같이 간 언니가 능숙한 말솜씨를 보인 덕에 그 옆을 따라다니면서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열심히 했죠.

그렇게 몇 번 하니까 슬슬 발동이 걸리더군요. 띄엄띄엄 지나는 사람 옆으로 얼른 뛰어가서, 졸졸 따라 걸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조 후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 안다고. 진짜였습니다. "조승수 후보 아시죠?" 그 물음에 젊은 아주머니부터 할머니까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셨거든요. 그것도 좋은 표정으로요(물론 모른다는 사람도 한두 명은 있었지만). 

조 후보 공약도, 단일화 내용도 자세히 모르는 내가 과연 무슨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까, 전날부터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부딪쳐보니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사로 보고 말로만 들었던 내용을 울산 주민들한테 직접 듣는 게 신기하고 재밌기까지 했습니다. 마치 현장 취재를 온 리포터라도 된 기분이었죠.

특히 놀란 건 선거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내 주변에서는 잘 보기 어려웠던 '정치의식'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었죠. 일흔은 돼 보이는 할머니께서 "여긴 민주노동당이 돼야지, 기업이 많으니까"하고 말씀하셔도, 내가 속한 진보신당을 모른다는 것 때문에 서운하지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많은 곳이니까 노동자 정당이 당선돼야 한다는, 존재를 배반하지 않는 의식이 할머니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정말 짜릿하기만 했거든요.

"조승수는 이제 민주노동당 아니지요?"하고 먼저 되물으시는 어느 아주머니 말씀도 그렇고. 그분들은 이런 내 마음을 아마 모르실 거예요. '정치' 이야기만 나와도 모르는 척, 관심 없는 척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만 지냈던 내게 그들이 얼마나 크게 다가왔는지. 얼마나 반가웠는지. 

사람들이 많은 홈플러스 앞에도 잠시 서 보았습니다. 이런 곳에선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기호 7번 조승수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외치면 그만입니다. 아파트에서 얼굴이 두꺼워진 건지 사람 많은 곳에서도 곧잘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그런 착각도 들었습니다. 마치 지나가는 사람도, 나도 모두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선거 연극' 무대에 선 것 같다는.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행복하니까 든 생각이겠지요.

"이 맛에 선거 운동하지'  

비도 오고 추워서 처져있던 몸과 마음은 어느새 가벼워지고, 힘차게 춤추고 노래하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 “이 맛에 선거운동하지!” 비도 오고 추워서 처져있던 몸과 마음은 어느새 가벼워지고, 힘차게 춤추고 노래하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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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던 합동유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합동유세는 같이 서서 구호도 외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즐겁습니다. 음악학자들 말을 굳이 빌지 않아도 음악이랑 춤은 함께 있는 사람들한테 공감대를 확실하게 이끌어내는데 아주 중요한 몫을 하거든요. 한 마디로 "이 맛에 선거운동하지!"하는 감탄을 절로 불러일으키지요.  

비도 오고 추워서 처져있던 몸과 마음은 어느새 가벼워지고, 힘차게 춤추고 노래하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유세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뜨는 마음이 심하게 안타까울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울산 거리 한복판에서 서로 다른 채도를 띤 연두색 윗도리를 입은 사람들이 죽 늘어선 풍경, 그리고 그 풍경 안에서 함께 춤추고 외치고 노래했던 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울산을 떠나면서 '단일화 승리'보다는 "그냥 울산에 하루 더 있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선거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서, 승리하고 싶다는 욕심이 딱히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울산에 다녀온 다음날, 내가 달라졌다는 걸 바로 깨우쳤습니다. 출근 준비하면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울산 북구 단일화 건이 나오더군요. 진보신당이 곁다리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나오니까 은근히 기분이 좋았지요.

마음속에서 고개를 내민 생각을 얼른 꺼내보니 "조승수 후보가 꼭 당선됐으면 좋겠다." "진보신당이 원내 한 석을 차지하는 게 꽤 중요하다는 걸 인정하겠다"는 거였습니다. 평소에 원내 진출 같은 거 중요하지 않다고 지껄이던 내가 1박2일만에 정말 많이 바뀐 거죠. 

그런데 그렇게 바뀐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게 뭔 줄 아세요? 생전 처음 가본 곳 울산, 그것도 어느 외딴 아파트에서 모르는 사람들 붙잡고 외지 사람 티 팍팍 내면서도 선거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 덕에 배짱이 생긴 거 같아요. 평소엔 당원 아닌 사람들하고는, 정치의식이 없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들하고는, 그런 이야기 꺼내지도 못할 거라고 늘 비관만 해왔거든요.

조승수 당선자는 같은 정당 당원일 뿐이지만...

울산 북구 조승수 당선자, 사람들한테는 국회의원으로 다가올 테지만 나에게는 같은 정당 활동을 하는 '당원'으로 먼저 다가온답니다.
▲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동지' 울산 북구 조승수 당선자, 사람들한테는 국회의원으로 다가올 테지만 나에게는 같은 정당 활동을 하는 '당원'으로 먼저 다가온답니다.
ⓒ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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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젠 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사람들이 진보신당 같은 거 몰라도 좋고,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누군지 몰라도 좋아요. 난 그저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정치를, 사회를,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니까요. 그 '희망'이 이번 울산행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어떤 당이든 당원이라는 존재감으로 정치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건 살면서 꼭 해볼 만한 일인 거 같아요. 선거운동도 물론이고요. 물론 기왕이면 좋은 세상을 앞당기는 데 힘을 보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겠지요. 제 생각이랑 하나도 다르지 않는 마음으로 국회의원 몫을 해낼 조승수 의원 같은 사람을 같은 당원으로 둔 짜릿함, 혼자만 느끼기엔 너무 아깝거든요.

울산 북구 조승수 당선자, 사람들한테는 국회의원으로 다가올 테지만 저한테는 같은 정당 활동을 하는 '당원'으로 먼저 다가온답니다. 같은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동지'로서 말이지요. 그렇기에 조승수 의원이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남긴 아래 글은, 곧 제 마음이기도 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답니다.    

"일자리가 불안한 노동자, 직종이 아니라 신종 계급으로 굳어져가는 비정규직 노동자,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실업자, 하루하루가 고달픈 영세상인들, 등록금 때문에 삭발을 하는 대학생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 편견과 차별 속에서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장애인과 소수자들, 이주 노동자들,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이 물에 잠겨가는 투발로의 주민들. 이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는 우리 길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차별받고 고통 받는 모든 이의 도구로 저를 바치겠습니다."


태그:#진보신당, #조승수, #재보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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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타 치며 노래하기를 좋아해요. 자연, 문화, 예술, 여성, 노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산골살이 작은 행복을 담은 책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를 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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