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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 참석한 뒤 떠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 참석한 뒤 떠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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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정국' 후폭풍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여론은 이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반전시켰다. 야당의 '정치보복 책임론'에도 동력이 생겼다.

이대로라면 여권은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 법안을 쉽게 처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넉 달 뒤 10월 재·보선은 물론 길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직후인 내년 지방선거까지 파장이 미칠 조짐이다.

당 일각 "민심 엄중히 받아들여야"
쇄신특위, 대통령에 '유감 표명' 건의

여당 내에서는 "민심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지만, 공명이 크지 않다. 개혁성향의 초선 그룹과 친이 소장파에 그칠 뿐이다. 대다수는 오히려 몸을 잠시 낮춰 여론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친이' 성향의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당내의 이런 분위기를 걱정했다. 그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비리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것인데 왜 이렇게 확대 해석하느냐'면서 민심을 무시할 상황이 아니다, 민심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거 이후 정국을 "굉장히 엄중하고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쇠고기 촛불정국' 때부터 속으로 곪아 들어간 민심이 이번 서거를 기점으로 완전히 여당에 등 돌리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안으로 곪는 민심이 더 심각하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속으론 정부에 대한 냉담과 냉소가 쌓여가기만 하면 더 큰 문제다. 앞으로 선거 때마다 두고두고 이런 민심이 (표로) 나타날 거다."

당 쇄신특위(위원장 원희룡 의원)도 1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첫 회의를 열어 "사즉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여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에는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쇄신위 대변인 김선동 의원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따라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을 위로하고 화합을 촉구하는 담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쇄신위원들이 공감했다"며 "조만간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개혁성향 초선인 김성태 의원이 "대통령이 형식에 연연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쇄신위원들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의원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정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 할아버지를 잃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유족에 대한 '위로 인사'로 국민들의 '사과 요구'를 사실상 일축한 점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사과하라는) 야당의 정치공세 대응 차원이 아닌 4월 재·보선과 '추모정국'을 통해 드러난 성난 민심에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할 도리를 다 하자는 것"이라며 "표현이 어찌 됐든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구를 통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이 꼭 이뤄져야 우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이 꼭 이뤄져야 우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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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주류 "대통령이 사과할 일은 아니다"... 정치보복론 '경계'

반면, 당의 주류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통령이나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시각엔 선을 분명히 긋는다.

친이 직계인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불행한 일이고 있어선 안될 일인 것은 맞지만 대통령이 사과할 일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만 해도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됐느냐"며 "당장 서거하신 데 대한 애통함 때문에 '정치보복'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평가는 냉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욕주기 수사', '피의사실 공표', '편파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퇴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돼선 곤란하다"며 당장 사퇴에 반대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를 빨리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끈 점 등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결단'의 시기에 대해선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사퇴 배경이 확대 해석되거나 왜곡되지 않을 만한 상황이 되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부패를 청산하는 것만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길임을 명심해야한다. 다만 잘못된 수사 관행이 있다면 시정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말해 야권의 '검찰총장 사퇴론'을 일축했다.

민본21·쇄신특위, '당·정·청' 인적쇄신 불 지피기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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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여당에선 당·정·청의 동반 '인적쇄신'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친이 내부에서는 이미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의 면모 일신을 위해 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을 주장해온 바 있다.

개혁성향의 초선모임인 '민본21'(공동간사 김성식·주광덕 의원)은 이날 긴급 모임을 열어 박희태 대표의 '용퇴'를 촉구했다. 박 대표의 사퇴를 출발점으로 당·정·청 쇄신의 물꼬를 트려는 의도다.

이들은 이날 모임 뒤 "청와대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당 쇄신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며 "조문정국에 대한 책임론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당 대표가 당·정·청 쇄신의 계기를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용퇴의 결단을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쇄신특위도 2일 '끝장토론'을 벌여 당·정·청의 인적쇄신을 공론화할 태세다.

이에 앞서 남경필·원희룡·권영세 의원 등 이른바 '원조 소장파'는 5월 29일 박희태 대표를 직접 만나 "쇄신의 상징적인 출발점으로 박 대표가 결단을 내려 달라"고 압박한 바 있다.

성난 민심 누그러질까... "인적쇄신 정도로는 수습 어려워"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 노제에서 한 추모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 노제에서 한 추모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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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국민들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애통해했다. 이 문장엔 "이 대통령과 검찰·언론권력으로부터"란 말이 생략돼 있다. 이날 발표된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책임을 묻는 질문에 검찰(22.7%)과 이 대통령(14.2%), 한나라당·여권(10.5%)이라고 답한 국민이 47.4%에 달했다는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보복이라는 데 공감한다는 응답도 59.3%였다

민심은 지난 4월 재·보선을 통해 '국정운영 기조'에 이미 경고장을 보낸 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르러선 '정치보복의 장본인'으로서 이 대통령을 노려보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이미 민심은 당·정·청 인적쇄신 정도로는 수습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과거의 정치사를 봐도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결국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돼 비등점을 치고 폭발하는 지경이 오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 박사는 "일단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책임자 문책, 일방적 국정운영에서 포용의 리더십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쇄신하겠다는 선언이 있어야 이후 조치들이 신뢰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법을 주문했다.


태그:#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인적쇄신, #이명박,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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