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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이 맺어짐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흔히 말하는 '연'이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기본적이라 할 혈연, 지연, 학연 등 그런 것 이외에도 '우연'이 있습니다. 오다가다 맺은 인연입니다. 이름도 성도 모르면서 이래저래 자꾸 만나다 보니 끌림이 있고 마음 씀이 생겨나며 인연을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입니다. 그런데 실제 생활 반경은 수원시 영통구가 대부분이고 화성시가 뒤를 잇습니다. 가끔 농담 삼아 말합니다만, 잠은 집이 있는 용인시에서 자고 자장면은 화성시에서 시켜 먹습니다. 그리고 버스나 택시는 수원시 등록차를 이용합니다. 즉 3개시가 만나는 삼각지에 위치하므로 그만큼 행정 취약지인 변두리라는 의미입니다.

 

그 변두리 아파트 뒤쪽에 새로운 택지가 개발되다 보니 아파트 옆으로 왕복 2차선 도로가 새로 생겼습니다. 그 도로 옆에 얼마 전 작은 카센터가 하나 들어섰습니다. 50대 부부가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직원은 정비사인 남편과 경리를 보는 부인 뿐입니다. 아파트 담장에 붙어 있어 가깝다는 이유로 처음 찾았는데, 그 후로는 자동차에 손 볼 일만 생기면 찾는 단골 관계가 되었습니다.

 

가끔 찾아가 얼굴을 알다보니 피차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키가 작은 편이나 강단 있는 체구로 순박한 얼굴을 가졌습니다. 한마디로 정비사 생활 30여년에 쇠붙이인 자동차를 다루는 힘든 육체 노동을 많이 했으나 마음이 순수하다는 의미입니다. 저의 느낌이었습니다.

 

남편이 젊은 시절에 정비기술을 배워 큰 정비공장에서 일하다가 가게를 빌려 수원시내에서 종업원을 두고서 카센터를 운영했답니다. 그러나 건물 임차료, 종업원 급료 등으로 수익을 나누다 보니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답니다.

 

그러다가, 물려받은 고향 땅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생기게 되었고 그 땅이 도로에 편입되며 두 토막이 나게 되니다. 그래서 좀 넓은 땅에 조립식 건물을 짓고서 카센터를 운영하게 되었답니다. 변두리라서 수입은 적더라도 가게세나 종업원 급료 부담없이 노력한 만큼 댓가를 얻자는 작은 마음으로 시작했답니다. 물론 나머지 길 건너 좁게 토막난 땅은 마땅한 용처가 없어 손이 노는 시간에 쉬엄 쉬엄 채소를 기르면서 마음 편하게 사는 형편이랍니다.

      

며칠 전 여름을 앞두고 에어컨을 점검하기 위해 들렀습니다. 에어컨 필터는 차량 구입 이후 한 번도 갈지 않아 새카맣게 그을려 있어 교체했습니다. 냉매도 일부 보충하고 엔진오일도 교체하는 등으로 손을 보았습니다.

 

카드로 정비료를 결제하고 집으로 오려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때, "선생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 사람 아직 인가? 여보!" 하면서 부인을 찾았습니다. 도로 건너편의 도로 개설로 토막난 작은 밭에서 "예"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부인의 대답이었습니다.

 

"손님 가셔!"

"예, 알았어요."

 

답하며 급하게 도로를 건너온 부인의 손에 검은 비닐 봉지가 하나 들려있었습니다.

 

"우리 밭에서 무농약으로 기른 상추입니다. 땅에서 직접 키운 것이라 거칠지만 맛있을 거예요. 집에 갖고 가셔서 드세요"

      

어느 자료에 보니 사람을 움직이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답니다. 이익, 재미, 관계, 습관, 신념, 소명의식 등입니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목적이 없는 그냥 그대로의 '마음 씀'을 보태고 싶습니다. 물론 '마음 씀'을 만드는 피차간 믿음의 끌림이 있어야 하겠지요.

 

상추 한 봉지를 들고 집에 와서 아내에게 사연을 말했습니다. "그 분들 마음이 참 곱네" 아내가 그랬습니다. 저녁 식탁이 한결 풍성했습니다.


태그:#무농약, #상추, #마음 씀, #끌림, #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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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성을 인정 할 수 있는 연륜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믿고 싶습니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할 때 서로간에 존중과 협력이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세계의 평화로운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그 일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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