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리그가 탄생하고 3년째에 들어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돈다. 봄에 시작해 가을에 끝나는 리그는 현재 정확히 중간 고지를 넘었다. 정확히 총 34라운드 중 지난 7월 4일 모든 팀들이 17라운드까지의 경기를 마쳤다. 한 시즌의 전반기만 마친 지금 K3리그에 울려 퍼지는 분위기는 사뭇 이전과 다르다.

 

 저마다의 사연이 한가득한 팀들도 있고, 지역과 밀착해 생활 체육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팀들도 모인 K3리그. 그 팀들이 올 한 해 만들어낸 136경기 동안 새로운 이야기가 풍성하게 생겼다. 그 속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 일은 무엇이 있었을까.

 

미디어 노출의 확대

 

고양어울림누리 별무리구장 관중석 고양시민축구단, 포천시민축구단의 경기 시작 전

▲ 고양어울림누리 별무리구장 관중석 고양시민축구단, 포천시민축구단의 경기 시작 전 ⓒ 박수형

국내 최상위 리그인 K리그에 발 한번 붙이지 못했던 선수들이 태반인 K3리그 선수들에게 환호성은 생소하다. 하물며 언론 매체에서 자신들의 플레이를 다루리라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17개 팀 중에는 자체적인 기사 콘텐츠를 창출하는 팀도 있지만 이외의 매체의 접근은 팀을 지지하는 서포터 층과 더불어 상위 리그인 내셔널 리그를 넘어선 부분도 있다.

 

 K리그도 중계가 잘 안 되는 판국에 지역민방인 포항MBC에서 지난 5월 2일 경주시민축구단과 청주직지FC의 경기를 중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청주직지FC의 경우 CJB 청주방송에서 홈경기를 중계하기도 한다. 서울유나이티드는 SUTV라는 자체 미디어팀에서 생중계를 하고 후원협정을 맺은 스포츠토토가 현장 생중계를 대행하는 등 축구팬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부천FC1995는 SBS와 KBS N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팀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K3리그를 만날 수 있다. 리그의 메인 스폰서인 Daum은 '한국 축구 희망 K-3' 꼭지를 새로이 만들어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축구 만화재벌로 알려진 샤다라빠는 K3리그를 집중 조명했다. 축구 웹툰에서 차지하는 독보적인 위치 덕분에 K3리그의 인지도를 높였다.

 

스타플레이어의 등장

 

해를 거듭하며 팀마다 기존의 스타 플레이어가 있었다. 리그 내 인기 구단인 서울유나이티드와 부천FC1995는 양 팀의 서포터들에게 더 많이 불리는 이름도 있었다. 그리고 새롭게 참여한 선수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98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마지막 경기에서 붕대투혼을 보였던 이상헌 선수는 용인시민축구단의 수비수로 재탄생하면서 왕년의 스타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왕년의 스타는 이뿐만이 아니다. K리그 신인왕 출신의 신진원(서울유나이티드), 이성재(양주시민축구단)는 올드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안타까운 사연을 열정으로 승화시키는 선수도 있다. 바로 경주시민축구단의 차기석이 그 주인공이다. 2006년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은 그는 한국의 청소년대표팀 수문장이었다. 히딩크 감독도 눈여겨보았던 선수지만 정상적인 프로 선수 생활은 어려웠다. 결국 전남드래곤즈를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눈부시다. 경주시민축구단은 17라운드 종료 현재 최저 실점팀(11실점/ 16경기)이라는 멍에를 안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독특한 스타 플레이어도 있다. 고양시민축구단의 김현회. 본업은 축구기자(스포츠서울닷컴)로 한국 축구팬들의 사랑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K리그 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하고 승격을 거부한 팀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하던 그는 군대스리가(?)라는 미천한 경력이지만, 선수명단에도 등록되어 있는 당당한 K3리그 선수다. 기량 차이로 홀로 넘어지는 부상 투혼과 함께 5분이 미처 안 되는 출전기록을 세웠으나 축구팬들에겐 또 하나의 유쾌한 추억으로 남았다.

 

잠실 보조경기장 관중석 이천시민축구단에게 서울유나이티드가 승리한 후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관중

▲ 잠실 보조경기장 관중석 이천시민축구단에게 서울유나이티드가 승리한 후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관중 ⓒ 박수형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던 플레이오프 제도가 사라졌다. 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한 이래 이 땅에서 최초로 풀리그 형식의 시즌이 1, 2부 리그 격인 K리그, 내셔널리그도 아닌 K3리그에서 시작되었다. 축구가 문화로 자리 잡은 유럽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 자본의 홍보를 충실히 담당해야 하는 우리네 실정에선 어려워 보이는 일이었다. 허나 K3리그가 올해 처음 이 제도를 채택한 것이다. 우승이 아니더라도 팀의 순위를 위해서라면 매 경기가 결승전 같은 플레이를 해야 하기에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K3리그 참가팀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은 상업적으로 움직이기보다 뜨거운 열정과 지역과 긴밀한 풀뿌리 문화를 내딛는다. 남과 북이 FIFA월드컵 본선에 동반 직행하는 큰 기쁨이 있다면, 우리의 가까운 곳에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그들이 있다. K3리그.

 

 7월 18일에는 한국 축구뿐만이 아닌 축구 역사에 점을 찍을 만한 사건이 일어난다. 2주간의 K3리그 휴식기에 부천FC1995는 FC United of Manchester와 경기를 갖는다. 자본의 힘에 아파해야했던 그리고 다시 일어선 두 팀의 경기는 늦은 7시 30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일주일 앞서 7월 11일 토요일 전국 각지의 운동장에서 관심을 기다리는 그들이 있다. K3리그는 풀뿌리 문화를 지향한다. 따라서 그들을 찾는 모든 이가 축구 경기와 그 지역 문화의 중심이 된다.

 

7월 11일 K3리그 18라운드 경기시작시각, 장소

아산시민축구단, 양주시민축구단_ 오후 세시,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

광주광산FC, 부천FC1995_ 오후 세시, 호남대학교운동장 /

용인시민축구단, 이천시민축구단_ 오후 세시, 용인종합운동장 /

전주온고을FC, 청주직지FC_ 오후 세시, 전주덕진체련구장 /

전주EM, 서울유나이티드_ 오후 세시, 전주대학교운동장 /

삼척신우전자, 서울FC마르티스_ 오후 세시, 삼척공설운동장 /

고양시민축구단, 남양주시민축구단_ 오후 다섯시, 고양어울림누리별무리구장 /

포천시민축구단, 천안FC_ 오후 다섯시, 포천종합운동장

 

2009.07.07 11:33 ⓒ 2009 OhmyNews
K3리그 풀뿌리 문화 지역 밀착 생활 체육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