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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문경시 용추계곡에 있는 하트 모양의 신비로운 용추.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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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는 문경 대야산(大耶山, 930.7m) 자락에 있는 용추계곡(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이 늘 생각난다. 보기 드물게 하트 모양으로 깊게 파인 신비로운 용소(龍沼)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암수 두 마리 용이 같이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용추폭포. 그저 그것을 머릿속에 그려 보기만 해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 또한 하트 형 용소의 아름다움 때문이리라.

돌이켜 생각하면 내 삶의 화두는 늘 사랑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서 그 색깔과 형태만 달라졌을 뿐이지 사랑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였다. 어쩌면 헌신, 외로움, 연민, 고통과 자기만족 등 하나가 될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어 사랑은 영원히 풀지 못할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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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일, 나는 1박 2일 일정으로 가까운 친구들과 경상북도 문경시로 여행을 떠났다. 오전 8시 40분께 김해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벌바위 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 30분께. 우리는 선유동계곡을 거쳐 용추계곡 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2단으로 이루어진 용추폭포에 이른 시간이 12시 50분께. 오랜 세월의 흔적이기도 하겠지만 마치 행복하고 달콤한 사랑을 보는 듯한 하트 형 용추(龍湫)의 아름다움에 나는 절로 빨려 들어갔다.

신비하게도 두 마리 용이 승천하면서 남긴 용비늘 흔적이 용추 양쪽 화강암 바위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떻게 보면 전설에 꿰맞추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위가 꽤 미끄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다.

일행 가운데 막내인 이미영씨가 배낭을 메고 스틱을 든 채 그대로 스르르 그 바위에서 미끄러져 용소에 빠져 버린 일이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오히려 나를 더욱 당황하게 한 것은 그녀의 담담한 표정이었다. 평소 남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성격이다 보니 우리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 용추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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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에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고려의 건국을 예견한 신라 말 승려 도선선사가 왕건에게 <도선비기(道詵秘記)>를 전수하던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던 용추계곡. 얼마나 물이 맑은지 바닥에 있는 잔돌멩이까지 환히 보일 정도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가족 단위로 놀러 나온 피서객들이 매우 많았다.

 
▲ 물에 떠 있는 게 인형이야? 사람이야? 용추계곡서 편안한 자세를 취한 이미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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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 산행, 출입금지가 확실해?

대야산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걸쳐 있는 산이다. 특히 밀재부터 대야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백두대간(白頭大幹) 마루금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문제는 멸종위기 2급인 삵, 노란목도리담비와 망개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그곳이 출입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등산객들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오르고, 또 모른 채 오르기도 하는 게 현 실정이다.

국립공원 측의 강력한 단속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의 방관 탓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법을 어겼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채로 산행하는 등산객들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사실 석 달 전에 결성된, 가칭 '설렘산악회' 회원이기도 한 우리 일행도 문경으로 가면서 대야산 산행을 꿈꾸었으니까 말이다.

수상자전거를 타면 사랑이 넘친다

 
▲ 수상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하는 피서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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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인 4일에도 우리는 용추계곡에 놀러 가 수영하면서 즐거운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수상자전거와 철로자전거를 타기 위해 마성면 신현리 진남역으로 달렸다. 철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수상자전거를 먼저 타기로 했다. 두 사람이 함께 타는데, 운전은 뒤에 앉은 사람이 한다. 둘이서 앞뒤로 앉아 한 방향을 보면서 타기도 하고, 의자를 돌려 서로 마주 볼 수도 있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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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에 페달을 신나게 밟으며 깨끗한 물 위를 달리는 기분을 상상해 봐라. 어쩌다 충돌 사고가 나도 그냥 웃고 지나갈 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쪽저쪽을 둘러봐도 효녀, 효자가 수두룩하다. 수상자전거는 한 마디로 웃음과 사랑이 넘치는 상쾌한 자전거라 할 수 있다. 30분 동안 타기로 되어 있는데, 막상 타 보니 그렇게 짧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철로의 유쾌한 변신, 철로자전거

 
▲ 문경 진남역에서. 철로자전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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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자전거는 수상자전거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다. 20여 년 전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 위를 자전거가 씽씽 달리는 셈이다. 철로의 유쾌한 변신이다. 어른 2명과 어린이 2명이 함께 탈 수 있고, 나이가 모두 만 12세 이상인 경우에는 총 3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진남역에서 출발하여 왕복으로 4km 거리를 달리게 되며 40분 정도 걸린다.

향긋한 꽃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 길을 신나게 달려간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경치를 즐기면서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함께 달릴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다리운동이 되기 때문에 살이 좀 빠진 듯한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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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온천도 좋다. 지하 깊은 곳에서 솟은 맑은 온천수가 공기와 접촉하면서 색깔이 붉어지는 중탄산칼슘 온천수, 그리고 알칼리성 온천수를 다 즐길수 있는 게 특징이다. 문경 온천을 즐기려면 문경읍 하리로 가야 한다.

육류를 좋아한다면, 문경약돌돼지를 한번 맛보는 것도 괜찮다. 거정질(巨晶質) 화강암이라 불리기도 하는 페그마타이트(pegmatite)가 첨가된 사료로 사육한 돼지이다. 문경 사람들이 약돌이라 부르는 페그마타이트는 그 지역에서만 생산된다고 하니 신기하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처음 발을 내딛는 미지의 세계에서 여태껏 알지 못한,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볼 수 있어 좋다. 그리고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까운 친구들과 잠시나마 휴식다운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울→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I.C→ 마성면→ 가은읍→벌바위→ 용추계곡



태그:#하트형용추, #철로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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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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