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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외지에 가게 되면, '대구식당', '경북 아지매' , '동인동 찜갈비' , '대구 탁주' 등등의 간판이 우선 눈에 띕니다. 저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지역에서 출생했지만, '대구경북인'으로 분류되는 탓에 다른 시도에서 고향과 관련된 문구를 보면 일단 친밀감이 듭니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부산 사직구장, '부산갈매기'를 목청 높여 부르며 열정적 응원과 미칠정도로 재미있게 노는 그들 사이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저를 보며 내륙도시 대구와 해양도시 부산 간에 문화의 차이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구출신'이라는 것만으로 표현되기 어렵습니다. '동향에 대한 친밀감', '다른 지역과 문화의 차이'등을 감성과 관찰을 통해 느끼며 이를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평범한 시민인 저도, 대구에서 출생했다는 한 가지 사실과 다른 정보들을 연결시켜서 제 자신의 감정과 사회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공공성을 띠어야 하고, 똑똑(?)하다고 인정되는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한 마디, 그것도 광주에서 던진 말로 인해 지역정치권, 언론간에 해묵은 '지역홀대', '지역차별'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의 인사 기준을 '출신지역'에만 한정시켜서는 안되며, 업무수행능력, 공직자로서 도덕성, 지속가능한 국토균형발정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벌써 수십 년 동안 주장되었던 이야기입니다. 근데 또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언론이 보도한 이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광주에서, 미디어법 무효를 외치던 중 "MB정권 들어 공직사회에서 호남 출신들을 숙청하다시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정당과 의회활동을 통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싸우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이 일요일이었던 9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나름대로 분석한 통계수치까지 제시하며 "MB정부의 고위직 인사 분석결과, 전국적으로 균형인사를 추진했다"며 몇가지 막말을 던지고, 바로 다음날인 10일 민주당 박주선 최고의원이 "한직으로 좌천시킨 호남인사를 포함시킨 물타기통계로 탕평인사 주장은 적반하장"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이 속에서 서로 간에 '자극적 용어' '막말'들이 오고갔지만, 굳이 여기선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치권간에 '소모적'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해당 지역 언론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광주전남지역과 대구경북의 언론 헤드라인을 비교해보면, 정치권보다 더 자극적 용어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 대구경북권

<매일신문>

    8월 7일 : 호남소외론 주장- 정세균대표 지역감정부추기기

 8월 10일 : MB정부 균형인사했다.

 8월 13일 : <칼럼 :사필귀정>민주당에 보내는 苦言

 

<영남일보> 8월 10일 : MB정부 고위직 인사 지역균형

 8월 11일 : "호남 홀대? 10년간 TK숙청 잊었나"

 

○ 광주전남권

<전남일보>

    8월 7일 : "호남인사 숙청당하고 있다"

 8월 11일 : "호남권 공공기관장 영남이 1/3 불과"

 8월 11일 : 검사장급 인사 52명 중 광주전남 출신 고작 7명

 8월 11일 : <사설>호남인사 홀대 재발방지 약속해야

 8월 12일 : MB정부, 호남맥 씨가 마른다.

 8월 12일 : "정부요직, 호남출신 13%에 불과"

 

위에서 언급한 신문들은 선택한 신문은 문광부 산하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 대상, 즉 나름대로 지역에서 괜찮은(?)신문이라고 인정받은 회사들입니다.

 

지역언론은 정세균 대표의 주장이 사실인지, 이 시기에 타당한 내용인지를 확인하기 보다, 해당지역을 대표하는 정치권들의 감정이 가득 실린 이야기를 신문기사 제목으로 편집해두고 있더군요. 신문사 입장에서는 '기사의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난다'고 표현할 지 모르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또 이러는가?, 신문 끊고 싶다'는 절독욕구가 치밀어 오릅니다.

 

 

일단 언론이나, 정치권의 공방의 진위는 가려야할 것 같습니다. <문화일보>가 이들의 공방을 보면서 8월 11일 다양한 데이터(출신지역, 고위직, 권력기관, 인구대비)를 조합해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급 인사, 영호남 함께 줄었다. △ 고위공직자 인구대비 비율 호남 170%>영남 136% △ 4대 권력기관은 영남 41% 최다 등의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출생지역'에만 주목해 정부인사를 평가했던 정치권, 언론들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간곡하게 요청합니다. 정부인사를 평가할 때 제발 '탄생지역'을 넘어서는 또 다른 평가요인도 꼭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업무수행능력과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정치현실상 출신지역을 고려해야 한다면 중용된 인사와 불명예로 퇴직한 공무원의 출신지역을 함께 평가해주십시오. 그래야만 정부인사의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여유가 있으시다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생'한 곳이 '구별'이 아니라 '차별'이 되는 사회현상의 고질적 문제도 꼭 점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소모적으로, 진부한 논쟁 보다는 진취적이고 생산적 논쟁으로 정치권간, 언론 간에 건강한 토론이 있길 기대합니다.

 

생명력을 잃어가는 지역언론, 독자로부터 기대와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 평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태그:#정부인사, #지역차별, #매일신문, #전남일보,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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