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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는 동해의 유목민입니다. 1년 사이에 일본에서 러시아까지 약 3000km를 회유합니다. 봄철부터 오끼나와 남방해역과 제주남방에서 북상회유를 시작한 오징어는 8월에 성어기를 맞고 러시아까지 이미 북상한 뒤 다시 남하를 시작하는 10월 경에는 최다어획량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있습니다.

바로 대화퇴어장(뱅크라고도 불리는 해저언덕이 형성된 지역으로 한류와 난류가 충돌, 해저수가 솟는 이른바 환류현상이 일어나는 곳. 침적된 저니토가 용수환류와 함께 표층으로 올라와 어족자원의 풍부한 먹이가 됨)이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의 동해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조경수역으로 세계적으로도 어족자원이 풍부한 어장입니다. 과거 1939년에는 정어리가 120만톤 어획되어 세계기록을 세운 바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한류와 쿠로시오의 지류인 대마난류의 영향은 각 해류의 세력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 이에 따라 어황이 달라지곤 합니다.)

1990년대 이후 동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징어 어장이 되었습니다.

해양수산연구정보포털의 연근해어황정보에 게재
▲ 오징어 회유도 해양수산연구정보포털의 연근해어황정보에 게재
ⓒ 해양수산연구정보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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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온이 상승하고 난류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현상은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줄어들고 대신 오징어가 늘어나는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은 여전히 명태인데 동해연안에서 잡히는 명태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산과 북태평양산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른바 생태라 불리는 생물 명태는 대개 일본산이며 코다리나 반건두름명태로 불리는 꾸득하게 반쯤 말린 명태는 북태평양산이 많습니다.)

이제 동해에서 명태의 빈자리는 오징어가 채우고 있습니다. 1970년대 오징어의 연평균 생산량은 3만9천톤이었는데 30년 사이에 약 5배가 증가하여 2008년의 생산량은 18만6천톤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오징어의 월동, 산란장이 일본 오끼나와 남방 수역에서 제주, 남해 근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난류성 부어류(浮魚類 : 표층에서 어군을 형성하며 이동하는 어군)인 오징어의 세력 확장은 역시 쿠로시오난류와 대마난류(동한난류)의 세력 확장과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난류가 강하게 밀고 들어오기 때문에 오징어가 함께 들어오는 것입니다.

오징어는 동해를 먹여 살리는 힘

이제 동해는 오징어의 어획량에 따라 울고 웃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연간 오징어 어획량의 약 1/3은 근해채낚기 조업에 의한 것입니다. (2008년 전체 18만 6천톤 중 5만 4천톤)

그리고 우리가 먹는 생물오징어와 활오징어, 건오징어는 거의 대부분 근해채낚기에 의해 생산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근해채낚기는 약 10톤 정도의 동력선으로 낚시줄과 집어등을 이용하여 빛으로 몰려든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오징어가 따라들어오면 낚아 채는 형태로 조업하는 방법인데 연안자망, 정치망, 통발과 함께 동해안의 주요 어법입니다. 특히 자본력이 약한 소규모 어민들에게는 채낚기 어법은 중요한 생계수단이 됩니다.

오징어가 본격적으로 북상회유를 시작하는 4월부터 다시 남하하는 10월까지의 기간은 오징어가 동해안 지역의 경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어종인 것입니다.

어부들이 조업을 나가 오징어를 잡아오면, 중도매인들이 매매하여 수입을 챙기고, 아낙들은 오징어를 상자에 담거나 배를 따는 할복작업을 하여 일당을 벌어들입니다. 그 외에도 오징어로 인한 경제적 수익의 창출은 어마어마합니다.

속초의 근해채낚이 어선에서 말리고 있는 선상건오징어
▲ 선상오징어말리기(속초) 속초의 근해채낚이 어선에서 말리고 있는 선상건오징어
ⓒ 서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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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가가 오르고 대부분의 물가가 껑충 뛰어오르면서 이들의 경제생활은 그야말로 강팍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리고 수입되는 오징어의 공급량도 문제가 됩니다. 2007년 여름에는 포클랜드 등 원양산 오징어가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공급과잉이 발생하여 단가가 크게 하락한 "오징어파동"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반면 2008년 하반기 이후 환율급등으로 인해 수입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2009년 봄철 이후에는 오징어의 단가를 크게 올려놓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유통과정의 수급상황에 따른 단가등락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오징어의 단가가 내렸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유가상승과 같은 오징어와 다른 이유에서 물류비용과 포장 등 작업비용은 오히려 올라가는 경우가 발생되며, 유통단계에서 시장참여자들이 챙겨가는 마진율이 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산자와 산지에 이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을 말하는 유통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과연 우리의 산지에서는 발전의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오징어 한 마리를 업수이 여길 일이 아닌 것입니다.

서해안에서도 오징어가 난다?

2009년 8월 중 수산시장에서는 서해안 오징어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량규모로 따지면 약 6:4 정도입니다. 동해안의 저온현상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어황 정보에 따르면 8월 중순 동해의 수온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남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0.5~3.5℃까지 낮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반면 서해안의 수온은 평년보다 약 1℃정도 높은 상태입니다.

오징어가 서해안에서도 잡힌다면 아마도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릅니다. 오징어는 동해의 특산물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서해안에서도 이미 몇 해 전부터 꽤 많은 양의 오징어가 어획되고 있습니다. 2006년 7월의 경우 전국 오징어 어획량의 70%가 서해안에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동해안의 채낚기 어선들이 서해안으로 원정조업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징어가 난류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위에서 기술한 바 있는데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류의 움직임을 보면 쿠로시오 난류가 제주 서쪽 마라도를 두고 양쪽으로 갈라져 서해안으로 올라오는데 이를 황해난류라고 합니다.

오징어는 황해난류를 따라 서쪽으로도 이동하는 것입니다.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나는 오징어가 서로 다른 계통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유전적으로는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서해안에서도 오징어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서해안의 오징어는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어획량이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전국적인 오징어 어획량이 90년대 이후 늘어난 것은 난류의 세력확장이 원인인데 황해난류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는 오징어 개체군 역시 최근에 확장된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생산성이 낮으니 어부들이 오징어를 잡아올리는 어구, 어법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며 당연히 어획량도 미미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동해안의 채낚기 어선이 원정조업을 하고, 서해의 어선들도 개조되어 오징어를 잡아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오징어 어획량이 많은 곳은 태안의 안흥항과 신진항 등입니다.

진짜 오징어는 갑오징어?

우리가 알고 있는 오징어는 전세계 약 163종의 두족류 중 하나입니다. 학술적 분류체계에 의하면 연체동물문 두족강의 오징어목에 속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번역요약한 '세계유용두족류도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두족류는 29종입니다. 오징어, 꼴뚜기, 갑오징어, 문어, 낙지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학술용어와 일상용어는 일치하지 않곤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징어는 "살오징어"입니다. 피둥어꼴뚜기라고도 불립니다.

이태원의 '현산어보를 찾아서'에 따르면 우리의 조상들이 예로부터 오징어라고 부르던 것은 현재의 갑오징어라고 합니다. 1930년경 일제에 의해 수산물 용어가 정리되면서 오징어와 갑오징어로 명칭이 자리잡았다는 설명입니다.

정약전의 현산어보에 소개된 오징어는 등에 뼈가 있는 갑오징어이고, 고록어, 즉 꼴뚜기가 오늘날의 오징어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징어의 옛이름을 복원하는 것이 크게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반세기 이상 사용된 단어이며, 현재 수산물 산업적으로도 갑오징어에 비해 살오징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단기간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살오징어의 어획량이 불과 30년 전에는 현재의 1/3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살오징어의 시대가 가고 갑오징어의 시대가 온다는 가정도 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징어라는 이름이 어떻게 자리잡았는지 아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살오징어는 꼴뚜기로, 갑오징어가 다시 오징어로 불릴 수도 있으니까요.

꼴뚜기 : 주로 봄철, 서해안에서 많이 난다
▲ 꼴뚜기 꼴뚜기 : 주로 봄철, 서해안에서 많이 난다
ⓒ 서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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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길이가 짧아서 한치라 불린다
▲ 한치 다리 길이가 짧아서 한치라 불린다
ⓒ 서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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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갑오징어류와 꼴뚜기 등도 살오징어에 비해 어획량 비중은 낮지만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갑오징어는 남한 전역에서 어획되지만 서남해안에서 주로 어획, 생산되며 양이 많지 않습니다. 맛으로 따지자면 살오징어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하지만 역시 오징어 중에서 최고의 맛은 제주에서 나는 흰오징어(제주도에서는 주로 '미즈이까'- ミズイカ라는 이름으로 부름. 일본에서는 고급횟감으로 여겨지는 어종)입니다. 회로 먹을 때 단맛이 일품입니다.

일본의 경우 매우 다양한 오징어 관련 상품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오징어의 대명사는 울릉도이듯이 일본에서 오징어의 본고장은 하코다테입니다.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에서는 오징어양갱, 오징어먹물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가공품과 함께 오징어 전문 요리식당이 많습니다. 튀김, 회, 초밥, 찜 등 다양한 요리가 코스 형태로 제공됩니다.

우리가 오징어를 즐기는 방법에 비하면 정말 다양한 형태입니다. 눈여겨 봐야 할 모델입니다.

오징어 굽는 냄새만 맡아도 감기가 낫는다

먹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먹기 전에 우선 잘 골라야겠죠
오징어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바로 색깔입니다. 가장 눈에 띄고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오징어는 깊은 물 속에 있을 때는 내장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하지만 빛과 공기를 접하면 금세 적갈색으로 변합니다. 적갈색에서 시간이 흐르면 불투명한 흰색으로 변하는데 희끄무레한 색깔은 오징어의 신선도가 많이 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오징어의 감칠맛을 내는 중요한 성분은 라이신, 베타인, 타우린 등의 아미노산류입니다. 오징어를 구울 때 나는 독특하면서도 식욕을 돋우는 냄새는 타우린의 가열 분해물 때문입니다.

오징어 굽는 냄새만 맡아도 감기가 낫는다는 속설은 오징어의 영양성분이 많다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오징어 근육의 주성분은 단백질이며 혈액의 흐름을 개선시키는데 효과적인 성분이라고 알려진 라이신이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핵산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세포활동을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산이 많아 강한 산성이므로 알칼리성인 채소를 곁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오징어의 열량은 100g당 87kcal입니다. 마른 오징어의 경우 소고기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3배가 많으며 생물오징어 열량의 약 4배에 달하는 362kcal를 보입니다. 하지만 말렸기 때문에 단위 중량은 생물에 비해 크게 감소한 상태이므로 한 마리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열량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오징어는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인식도 있지만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를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는 타우린도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콜레스테롤 역시 세포의 정상적인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므로 회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과다섭취를 경계할 일입니다.

오징어를 요리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오징어볶음, 숙회, 물회 등이 가장 대중적인 요리방법입니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한 마리로 조금 색다르면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습니다. 최근에는 먹물을 이용한 조리법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저는 요리에 대해서는 지식이 많지 않으므로 이 부분은 요리전문가에게 넘기고자 합니다.
다만 오징어는 식재료로서 맛이 평이하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노량진어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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