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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불과 2주 만인 7월 첫째주 홍성경찰서 상무관에 수감되었던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 등 무고한 민간이 61명이 이유도 모른 채 홍성군 용봉산으로 끌려가 집단학살당했다. 이들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위령제가 10일 용봉산에서 열렸다.

 

이날 합동위령제는 유가족들이 대부분 기독교임을 감안하여 새홍성감리교회 유요엘 목사의 사회로 추모예배를 드린 후 추모 분향을 하는 순서로 진행하였다.

 

지난 2월 26일 진실.화해를 위한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홍성군을 비롯한 충남서부지역 국민보도연맹사건 조사결과 발표 후 첫 합동위령제인 셈이며, 2006년 10월 이후 두번째 위령제였다.

 

홍성군에서는 2006년 민간인 희생자 진실규명 신청접수 기간 중인 2월 국민보도연맹 홍성군 유족회를 결성하여 그해 10월 제1차 위령제를 지냈으며, 2009년 1월 진실.화해위의 충남서부 국민보도연맹사건 진실 규명결정으로 6월~7월 홍성군의 민간인 희생자 조사에 약 500여명이 신청하기도 하였다.

 

홍성군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황선항 회장은 "1950년 7월 11일 용봉산 자락이 피로 물들 때 기도를 울리시는 어머님과 정안소는 피와 눈물로 넘쳤습니다. 무노님의 눈가에는 항상 빗줄기 같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중략)... 이번 기회를 통하여 유족들의 반세기 한인 억울한 죽임에 대해 해원할 수 있도록 홍성군과 의회에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하였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김택순 홍성경찰서장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비록 전시였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권력에 의해,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었던 불행했던 역사에 대하여 깊은 성찰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라고 하였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국군·경찰·CIC(방첩대) 등에 의해 민간인이 집단 희생됐다고 주장하는 사건으로 이승만 정권 하인 1949년 4월21일부터 좌익 전력자들을 사상적으로 개조한다는 취지하에 국민보도연맹이 결성돼 이들 연맹원들이 한국전쟁 중 북한 정권에 동조해 정부를 전복할 것을 우려, 집단으로 사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국민보도연맹원에 대한 예비검속은 1950년 6월25일 내무부 치안국장 명의로 전국 각 도 경찰국장에게 내려진 '전국 요시찰인 단속 및 전국 형무소 경비의 건'과 같은 달 29일 '불순분자 구속의 건', 30일 '불순분자 구속처리의 건', 다음달인 7월11일 '불순분자 검거의 건' 등의 지시에 의해 전국에서 실시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충남지역 보도연맹원을 포함한 예비검속 대상자들을 관할 지역별로 연행하거나 불러들여 구금한 후 인민군의 남하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이들을 ▲홍성 용봉산과 이동부락(폐광) ▲서산 성연면 메지골 ▲당진 한진포구(목캥이) ▲태안 백화산(사기실재)  ▲보령 이어니재 ▲부여 백마강(구드레나루터 부근) 등지로 끌고가 집단 사살했다.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59주기 2차 홍성지역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축문(祝文) 전문

서기 2009년 기축년 10월 10일 용봉산 사건 희생자 유족회 이사 이종민은 무릎 끓고 고개 숙여 삼가 아뢰옵니다.

 

지금부터 59년전 서기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불과 2주만인 7월 첫째주 초일부터 홍성경찰서 상무관에 수감되었던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 등 무고한 민간인 61명이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 불법적인 억울한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억울하게 참살당한 61명 영령들은 이승만 독재정권 정권연장의 야욕으로 억울하고 원통하게 가셨는데도 우리 남아있는 자들은 59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도록 당신들의 죽음을 해원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돌아가는 그날까지 억울함과 원통함을 반드시 해원하도록 싸우고 또 싸우겠습니다.

 

비롯 많이 늦기는 하였지만 뜻있는 국회의원, 학자, 종교인, 법조인 등이 중심이 된 인권운동단체와 전국의 유족들, 시민단체들과 함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하여 2005년 5월 3일 진신.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그 결과 2009년 1월 19일 충남 서부지역 진실규명결정서가 도착하면서 유족회가 구성되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구천을 헤매고 있을 불쌍한 영령들이시여!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영령들의 해원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했던 저희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영령들 앞에서 맹세합니다.

지난날의 무력하고 무성의 했던 저희들의 죄를 머리 숙여 용서를 빌며 영현들의 해원안식을 간절히 축원하오니 감응하시옵소서.

 

삼가 구천을 헤매는 영현님들 해원 안식 하시기를 축원하옵니다.

 

2009년 10월 10일

홍성군 희생자 유족 일동


태그:#보도연맹, #위령제, #홍성군, #용봉산,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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