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김연아, 김연아'

 

대한민국이 온통 김연아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있다.

 

그로 그럴 것이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인 210.03점을 얻어 우승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발음하기도 어려운 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을 제치고 1위를 한 터라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우리와는 '멀고도 가까운 이웃'인 일본 선수를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이겼으니 더 그런 것 같다. 김연아 덕분에 '트리플 악셀'이니 '쇼트프로그램'이니 '프리스케이팅'이니 하는 생소한 외국어들이 마치 우리말인 양 언론에 그대로 대서특필되고 있다. (사실 이 단어의 뜻을 아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나도 잘 모른다. 아니 거의 모른다. 물론 검색해서 찾아보면 되겠지만 그러고 싶은 에너지도 열정도 나에겐 없다. -.-)

 

국내 언론들은 4개월 정도 남은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금메달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나는 왠지, 찝찝하다. 그리곤 갑자기 김연아 우승 기사의 한 부분에 눈길이 갔다.

 

바로 김연아의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가 2등을 하고 동메달은 역시 일본의 나카노 유카리가 차지했다는 부분이다. 아사다 마오는 국내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서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나카노 유카리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물론 내가 피겨스케이팅에 관심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3위 안에 우리나라 선수는 한 명, 일본은 두 명이라는 점이다.

 

불현듯 걱정이 앞선다. 만약 김연아가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이라도 당하면? 경기 당일 컨디션이 안 좋다면? 갑자기 피겨스케이팅이 싫다고 은퇴를 선언하면?

 

대한민국은 졸지에 피겨스케이팅 '강국'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사실 '강국'이라 부르기가 민망하다. 스타 선수 한 명만 있다고 '강국'은 아닐 터….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직 피겨스케이팅 전용 링크가 하나도 없단다. 아... *팔려.

(관련기사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105387)

 

아사다 마오를 영입하기 위해 마오가 입학한 대학에서는 전용 링크까지 만들어 줬단다. 아... 더 *팔려.

(관련 기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2&aid=0001956730&)

 

갑자기 나는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의 현주소가 궁금해졌다. 국제빙상경기연맹 사이트를 들어가 세계 랭킹을 살펴봤다. (http://www.isuresults.com/ws/wsladies.htm)

 

우선 세계랭킹 10위부터 살펴보자.

 

1위는 이탈리아 선수, 김연아는 2위. 10위권 선수들의 국적을 보면 이탈리아 1명, 한국 1명, 일본 3명, 캐나다 1명, 핀란드 1명, 미국 2명, 러시아 1명으로 일본이 제일 많다.

 

국제빙상경기연맹 국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에 올라온 피겨스케이팅 여자 세계랭킹 10위.

▲ 국제빙상경기연맹 국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에 올라온 피겨스케이팅 여자 세계랭킹 10위. ⓒ 국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

그럼 20위는? 이탈리아 1명, 한국 1명, 일본 5명, 캐나다 1명, 핀란드 3명, 미국 4명, 러시아 1명, 헝가리 1명, 스위스 1명, 그루지야 1명, 스웨덴 1명. 역시 일본이 다른 빙상강국을 제치고 5명으로 제일 많다.

 

세계여자 피겨 세계랭킹 20위 국제경기빙상연맹 홈페이지에 올라온 세계여자 피겨 세계랭킹 20위.

▲ 세계여자 피겨 세계랭킹 20위 국제경기빙상연맹 홈페이지에 올라온 세계여자 피겨 세계랭킹 20위. ⓒ 국제빙상경기연맹

 

나 역시 김연아의 우승, 무지무지 기쁘다.. 하지만 이제는 빙상장의 얼음처럼 냉철해질 때다. 진정 우리가 피겨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사실 우리나라가 피겨강국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그렇게 따지자면 스키점프 강국도 되어야 하고, 하여튼 '강국'이 되어야 할 분야는 수없이 많을 테니까…) 아니, 피겨강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제2, 제3의 김연아가 빙상 위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뭉클한 감동'만 받지 말고 피겨 전용 링크 하나 정도는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2~3년 안에 일본 선수들이 '판치는'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열받아' 가면서 봐야 할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 www.zerohuman.net 에 올라온 글입니다. 다음 View에도 전송했습니다.

2009.10.19 14:1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블로그 www.zerohuman.net 에 올라온 글입니다. 다음 View에도 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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