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년째 VIP 외국인 바이어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외국인 바이어의 접대범위나 규모는 예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VIP 외국인들의 방한 숫자는 오히려 늘고 있는 듯하다. 영화 개봉 등에 맞춰 방한하는 할리우드 스타나 비즈니스 목적의 방한 VIP 외국인들은 일반 관광객들과 달리 경기 여파를 상대적으로 덜 타는 이유에서다.

VIP 외국인들의 방한이 늘면서, 이들의 동선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한다. 도대체,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혹은 외국 기업의 고위급 임원 등은 서울의 어느 곳을 방문하며, 무엇을 먹는지…. 그들만의 동선에 대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경험적으로 분석하면, 일반 관광객들이 쇼핑, 관광지 위주의 투어를 선호하는 데 반해, 해외 유명 인사들이나 VIP 외국인들은 경복궁, 박물관, 비무장지대와 같은 역사적 명소나 산업현장, 청담동이나 홍대 근처 숨겨진 골목 곳곳을 돌아보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직종별로 선호하는 동선도 따로 있다.

한국 관광에서 빠질수 없는 묘미는 바로 이 전통 식문화 체험이다.
▲ 한국의 전통음식을 체험하는 외국인 VIP 관광객 가족의 모습 한국 관광에서 빠질수 없는 묘미는 바로 이 전통 식문화 체험이다.
ⓒ 전희진

관련사진보기


할리우드 스타들, 홍대나 삼청동의 숨겨진 뒷골목 탐험 선호

일반적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관광이라 하면 대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호텔이나 쇼핑을 많이 떠올린다. 그러나 할리우드 스타들의 관광동선을 살펴보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코스보다 되레 소박하고 한적한, 숨겨진 뒷골목 탐험을 더 선호한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메간 폭스의 경우 하루 종일 삼청동 골목길을 탐험하며 고즈넉한 시간을 가졌다. 지난 3월 줄리엣 비노쉬도 혼자서 서울지도를 갖고 고궁탐험에 몰입했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공식 일정 후 짬짬이 남게 되는 개인 시간이나 관광만큼은 누구에게도 간섭 받고 싶지 않아 한다. 자유로움을 추구하기에 공개된 장소보다는 비밀스럽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골목을, 으리으리한 유명 명품숍이 아닌 한적하고 고즈넉한 홍대 뒷골목이나 청담동, 혹은 삼청동 디자이너 거리에 위치한 소호들을 둘러보며 오붓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VVIP 부호들, 강남 부호 코스 선호

반면 하루 평균 수백, 수천 만원의 비용을 쓰면서 한국의 부유층들의 생활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VVIP 외국인 관광객들의 맞춤 일정을 기획할 때에는 대부분의 일정을 강남에서 소화하도록 한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위주의 관광이 강북이라면 소비 중심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강남이기 때문이다.

명동과 고궁 외에 새로운 명소 발굴이 필요하던 차에 강남은 전통과 현재, 과거와 미래라는 서울의 다양한 면면이 혼재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0여 개의 호텔과 대형 쇼핑몰, 고급 레스토랑, 스파, 뷰티숍, 명품 로드숍, 화랑거리 등 최고급 관광 인프라와 선정릉, 봉은사, 김치박물관, 화장박물관 등 문화예술 명소들로 짜여진 방한 일정 동안, 이들은 국내 부유층들의 VIP 라이프 스타일을 고스란히 맛보게 된다.

필자가 상반기 의전관광을 담당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호 12명은 5박6일 일정 동안 1인당 3천여 만 원을 소비,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직종별로 제각각 선호하는 관광코스나 동선은 다르지만, 가이드의 설명 아래 한국의 전통 문화들을 접하는 외국인 VIP 관광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 한국의 전통 문화재를 투어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직종별로 제각각 선호하는 관광코스나 동선은 다르지만, 가이드의 설명 아래 한국의 전통 문화들을 접하는 외국인 VIP 관광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 전희진

관련사진보기


'올빼미형' 의료계, 야간동선 선호

올해 초, 외국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과 함께 국제암심포지엄, 세계중이염학회, 아시아응급의학회 등 굵직한 의료계 학술회의들이 국내에서 개최되면서 글로벌 의료계 거물들의 방한도 계속 늘고 있다. 대부분 학회나 기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들의 관광일정은 학회나 의료시설 방문 등 공식일정이 끝난 늦은 오후 시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바쁜 일정 탓도 있겠지만, 빡빡한 일상에 치여 살아가는 이들의 특성상 관광만큼은 쫓기듯 시간에 얽매이는 코스가 아닌 한적한 저녁시간의 고즈넉한 여유를 즐길 수 있기에 야간 동선을 선호하는 편이다.

'범생이형' 법조계, 짜여진 일정 속 문화재 탐방 선호

정해진 법률조항 틀 속에서 살아가는 법조인들의 관광코스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모범생' 유형이다. 아침 일찍 공식일정을 끝마치면 가이드의 진두지휘 아래 경복궁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서울시내 문화재를 둘러보며 우리 문화 탐방에 나선다.

얼마 전 방한했던 토어번 멜치어 덴마크 대법원장은 경복궁을 방문하고는 우리 고궁의 아름다움에 취해, 당일 다른 일정을 다 취소하고 하루 종일 경복궁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교감하고 체험했다.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이들의 성향상, 관광 도중 새로운 일정이 추가되거나 일부 동선이 변경되는 것보다 기존의 짜여진 관광일정 그대로 소화될 수 있는 동선을 선호하며, 그날 잡힌 일정은 아무리 피곤해도 당일에 모두 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해 10월, 방한한 토어번 멜치어 덴마크 대법원장 일행이 가이드의 설명아래 경복궁을 둘러보고 있다.
▲ 경복궁 투어 중인 토어번 멜치어 덴마크 대법원장 지난 해 10월, 방한한 토어번 멜치어 덴마크 대법원장 일행이 가이드의 설명아래 경복궁을 둘러보고 있다.
ⓒ 전희진

관련사진보기


기업들, 생생한 산업현장 둘러보는 관광코스 선호

'제4의 협상지대'로 불리는 기업체의 의전관광을 맡을 때는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관광 일정 및 동선 기획은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민감한 부분들이다. 사업상의 이유로 방한한 VIP 외국인 바이어들은 국내에서의 상대 기업에 입지나 실적, 관련 업계의 산업현장에 대한 관심이 높기에, 이들의 관광 일정을 구상할 초기부터 초청 기업들의 건축물이나 홍보관, 관련 산업현장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동선에 맞춰 기획하고 있다.

가령 LG그룹에서 초청한 VIP바이어의 경우 이동 중에 여의도에 들러 LG쌍둥이 빌딩을 보여주고, 삼성그룹에서 초청한 VIP 바이어의 경우 관광동선 중에 서초동 방문 일정을 넣어 삼성전자 홍보관을 방문, 현대그룹에서 초청한 VIP바이어의 경우 (현대건설이 지은) 한남대교를 지나 이동하게 된다.

이밖에도 외국인 VIP바이어들과 접하다 보면 재미 있는 에피소드나 특징들이 많다. 단순히 직업만으로 분류해 그 사람이 원하는 관광코스를 구분 짓는다는 것이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으나, 그 직업군이 처한 상황이나 특징들을 간파해 그들의 관광동선을 기획할 때 고려한다면 VIP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관광'을 어필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쟁력이 될 것이다.


태그:#외국인 바이어, #외국인 VVIP 관광 , #의전관광, #코스모진 , #외국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