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 두산은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세계적인 라이트백 윤경신이 버티고 있었고, 센터백과 레프트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차세대 플레이메이커 정의경이 경기를 조율했다. 중요한 피벗 자리에는 보기만 해도 듬직한 박중규가 힘차게 몸싸움을 걸어오고 있었다.

여기에 거포 윤경신의 동생 윤경민의 교체 활약까지 생각하니 결코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60분이 모두 흐른 뒤 그들은 정말로 큰 일을 해낸 자신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승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도시개발공사 남자핸드볼팀은 14일 저녁 정읍 국민체육센터에서 벌어진 2010 핸드볼큰잔치 남자부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24-22(전반 10-13)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오는 19일 밤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벌어지는 챔피언 결정전 진출권을 먼저 따냈다.

"거포 윤경신을 막아라!"

핸드볼 코트의 승부는 역시 '수비력'에서 갈라졌다. 그래도 말이 쉽지 203cm의 거포 윤경신을 막아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불가능할 것 같았던 그 임무를 새내기가 훌륭하게 해낸 것이었다.

주인공은 윤경신과의 키 차이가 24cm나 벌어지는 센터백 심재복(한국체대 졸업예정자)이었다. 또한, 체격 조건이 뛰어난 레프트백 김동명이 수비 전담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심재복의 찰거머리 수비는 윤경신이 쉽게 떨쳐 버리지 못했다.

더구나 심재복은 후반전 19분경 정면에서 기습적인 스텝슛을 성공시키며 점수판을 20-16으로 만들어 공격면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출발이 좋지 않아 3점차로 끌려가면서 힘겹게 전반전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라이트백 윤경민과 피벗 박중규, 레프트백 오윤석의 단짝 호흡을 앞세워 전반 21분(7-6)에 경기를 뒤집으면서 하프타임을 13-10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전반 끝무렵에 몰아친 윤경신의 연속골을 보면 역시 두산의 승리가 조심스럽게 예상되기도 했다.

문지기 강일구의 선방, 그리고 '박찬용' 날다!

남자핸드볼 경기가 아무리 빠르게 전개된다고 하더라도 2~3골의 점수차는 쉽게 좁히기 힘든 일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 선수들은 3점이나 뒤진 상태에서 후반전을 시작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점수판을 똑같이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반전 12분, 피벗 박찬용과 오른쪽 날개 유동근의 연속골이 짜임새 있는 미들 속공으로 연거푸 적중한 것이었다. 그렇게 16-16을 만든 인천도시개발공사 선수들은 몸놀림 하나하나에 자신감까지 넘치고 있었다.

경기 시간 12분 정도를 남긴 상태에서는 피벗 자리에서 몸싸움을 펼쳐야 할 박찬용마저 9미터 라인 가까이로 물러나와 가벼운 점프슛을 성공(19-16)시키며 역전승의 발판을 만든 것이었다. 이 골을 포함하여 모두 여섯 골을 100%의 슛 성공률로 터뜨린 박찬용은 경기 직후 최우수선수로 뽑히는 기쁨까지 누렸다.

그로부터 2분 뒤 두산의 거포 윤경신을 막던 김동명이 2분 퇴장의 징계를 받는 바람에 앞서 가던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위기에 몰렸지만 라이트윙 유동근이 중심을 낮추며 아래로 던진 공이 두산 문지기 박찬영의 다리에 맞고 아슬아슬하게 골 라인을 굴러 넘는 행운까지 이어졌다.

반면에 두산은 골대 불운에 치를 떨어야 했다. 윤경신의 득점으로 두 골 차(21-23)까지 따라붙은 시간이 28분 30초쯤이었다. 남은 시간이 1분 30초 정도였지만 공격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왼쪽 날개 임덕준이 45도 지점에서 던진 슛이 강일구가 지키고 있는 인천도시개발공사 골문 기둥을 때린 것. 승리의 여신은 디펜딩 챔피언을 외면하고 말았다.

20초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피벗 박중규가 한 골 차(22-23)로 따라붙는 골을 터뜨렸지만 두산 선수들로서는 정말로 남은 시간이 아쉬울 뿐이었다. 핸드볼 경기는 득점 이후의 시간도 시계가 멈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적을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히려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교체 선수 김성진에게 5초를 남겨놓고 쐐기골을 얻어맞은 뒤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이로써 챔피언결정전에 먼저 올라간 인천도시개발공사는 2006년 7월 12일 창단 이후 핸드볼큰잔치 첫 우승의 영광을 꿈꾸게 되었다. 그 상대는 오는 16일 낮에 벌어지는 '두산 vs 상무' 경기의 승자가 된다.

만약 19일 밤 9시에 벌어지는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두산 vs 상무' 경기의 승자를 이기게 되면 대회 마지막 날(20일) 남자부 경기는 취소되면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최종 우승팀으로 결정된다. 그만큼 오늘 경기 결과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덧붙이는 글 ※ 2010 핸드볼큰잔치 남자부 경기 결과, 14일 정읍 국민체육센터

★ 인천도시개발공사 24-22(전반 10-13) 두산[승자조 결승]

◎ 인천도개공 선수들 주요 기록
문지기 강일구 선방 16개(방어율 44.4%)
LW김성진 2골, LB김민구 3골, LB김동명 1골, CB엄효원 2골, CB심재복 3골, RB조치효 1골, RW유동근 4골, PV박찬용 6골, 조현철 2골

◎ 두산 선수들 주요 기록
문지기 이동명 선방 14개(방어율 40%)
LB오윤석 2골, CB정의경 2골, RB윤경신 8골, RB윤경민 3골, RW지승현 2골, PV박중규 5골

★ 상무 27-19 웰컴코로사[패자조 준결승]

◇ 패자조 결승(1월 16일 정읍 국민체육센터) 일정 : 두산 vs 상무

◇ 챔피언결정 1차전(1월 19일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일정 : 인천도시개발공사 vs 패자조 결승 승자
◇ 챔피언결정 2차전(1월 20일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일정 : 1차전에서 패자조 결승 승자팀이 이길 경우에만 개최됨.
윤경신 핸드볼 박찬용 강일구 인천도시개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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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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