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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가 구매한 지 3년 넘은 HP 복합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서비스센터로 전화를 했답니다. 그런데 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 보증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전화 상담을 하게 되면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더군요. 친구는 이 이야기를 듣고 황당해서 전화를 그냥 끊었다고 합니다.

 

설마 그럴 리가 있냐 하는 마음에 HP본사에 직접 연락을 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담당자는 "외국에서는 이미 전화 서비스도 유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2010년 1월부터 전화로 제품기술 문의를 하는 경우에 유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대상은 보증기간(제품별로 다르나 통상 1~2년)이 지난 제품이며, 제품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받는 경우에 전화로 문제가 해결되면 3천원의 비용을 전화한 사람이 부담해야 하고, 전화로 문제가 해결 안 된 경우에는 비용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대신 간단한 증상확인의 경우는 비용이 부과 되지 않는다는 것이 HP측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증상에 대한 '기술적' 도움을 받게 되면 요금이 부과 되기 때문에 결국 도움이 되는 통화는 유료화 되는 셈입니다. 

 

이에 "이미 출시된 제품에 해당 서비스 내용에 대해 알리지 않았고, 지금까지 한국의 어떤 기업도 전문적 기술 상담이 아닌 제품 서비스 지원에 대해서 유료화 한 경우가 없지 않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담당자는 "본사의 방침이고, 전화상으로 유료 서비스 전환에 대한 안내가 나가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전화 서비스의 유료화, 사용 가능한 제품도 폐기 우려

 

프린터나 복합기 같은 제품들은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잉크나 토너 비용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해서 IT 업계에서는 일명 '물장사'라고 합니다. 심지어 보급형 저가 모델의 경우 프린터 가격이 4만원인데 잉크 가격이 3만 7천원이나 하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A/S가 안 되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잉크를 리필해서 쓰거나 무한잉크공급기를 달아서 사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프린터가 고장 난 경우 헤드나 기판을 갈게 되면 제품 가격의 50% 이상에 해당되는 금액이 수리비로 나오기 때문에 '그냥 버리고 새로 사는 게 싸다'는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제품을 버리는 것은 큰 자원낭비입니다. 그래서 고객들은 어떻게든 기존 제품을 써 보려고 이상증세가 있으면 A/S센터에 전화를 하는데 그조차 건당 3000원씩 결제해야 사용이 가능하도록 바꾼 것은 기본적인 서비스마저 포기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서비스 이용료 결제가 신용카드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신용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은 아예 서비스가 불가능하고, 전화를 할 때 신용카드를 갖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전화를 끊고 다시 신용카드를 찾아서 전화를 해야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무리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프린터나 복합기라 할지라도 잘 사용하면 4~5년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 옆에도 2005년에 생산된 HP 레이저 프린터가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프린터기도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고쳐 써 보려 하기보다는 버리고 새로 사는 쪽을 선택해야겠네요.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고객들이 2년 정도 쓴 제품들은 알아서 버리고 새로 사 줘야 회사에 이익이 발생하겠지만, 이익보다 중요한 고객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혹시 2년 넘은 HP제품이 있다면 고객지원센터에 전화할 때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작성한 후에 서비스센타관계자와 추가로 통화한 바에 따르면 서비스 기간이 지난도 단종된 제품이 아니면 무상으로 전화 응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단종된 제품은 100% 유상서비스입니다. 


태그:#HP, #서비스정신, #이건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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