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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 발표가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을 밝힐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그 '배후'를 북한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부처 장관과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문 초안을 설명하고 회람했다. 이어 19일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관련국들에게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렇다면 결정적 증거가 나온 것일까.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조사 결과 발표를 이틀 앞두고, 정부는 '화약성분 분석'을 유력한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천안함 연돌(연통)에서 검출한 화약성분과 배합비율을 정밀 분석한 결과 러시아 등 옛 공산권 어뢰 및 7년 전 수거한 북한 훈련용 어뢰의 화약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화약성분 일치? 너무 희박한 가능성"... '절단부엔 안 묻고 왜 연통에만' 의문

 

이에 대해 외교안보전문지 <D&D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너무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며 "소설 같은 이야기라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약'과 관련해서는, 직접 타격한 것이 아니라면서 어떻게 화약이 묻을 수 있느냐, 또 배의 상단인 연통에서 발견됐다면 폭발 근접부인 배 하단에서는 왜 화약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의 프로펠러의 일부로 추정되는 파편을 발견해 분석한 결과 중국제나 구소련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제, 소련제가 나온 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라고 나올 경우 더 이상 추궁하기 힘들어진다.

 

더 큰 문제는 '비접촉 수중 폭발' 자체에 대한 의문점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물기둥이 목격되지 않았다는 점, 사망자와 생존자 모두 외상이 없다는 점, 군함을 두 동강 낼 정도의 폭발이 있었다면 왜 사고해역에서 죽은 까나리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느냐는 점 등이다.

 

또 서해가 남북한의 빈번한 충돌지역인데도 미국의 위성정보에서도, 남한의 전탐시설에서도 사건 당시는 물론 사건 전후에 아무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비접촉 수중 폭발', 여전히 설명 못 하는 부분 많아

 

오히려, 천안함 침몰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유실선체를 인양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돼 주목받고 있다. 이 유실선체가 폭발로 유실됐다는 엔진부일 경우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할 또 다른 단서 될 수도 있다.

 

주변 정황상으로도 정부는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확보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7일자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일본의 오카다 외상에게 북한의 어뢰가 침몰의 원인이라는 강력한 정황증거를 갖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유 장관이 일본 외상에게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보도됐으나, 유 장관이 제시한 근거는 '정황증거' 뿐이었다. 여전히 심증을 뛰어넘은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도 주목된다. 그는 17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를 보면 누구의 소행인지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의 태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워싱턴을 방문한 정부 고위당국자도 북한을 배후로 지목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누구의 소행이냐 하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천안함 침몰의 배후를 북한으로 본다는 것이라기보다는, 한국 정부의 조사 내용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중국, '시간과 정세의 변화에 따라 변하지 않는 확고부동한 진실' 요구

 

이처럼 '스모킹건'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식의 정부 발표가 중국의 동의를 확보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중국은 조사 결과 발표에서 '시간과 정세의 변화에 따라 변하지 않는 확고부동한 진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화약성분 일치' 등이 새로 제시됐다고 하지만, 실상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정도로는 유엔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도 처음에는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파도에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정부가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면서 "지방선거 때문에 국가적인 사건이 왜곡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태그:#천안함, #수중폭발, #유엔 안보리,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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