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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효과를 아시나요? 커튼을 쳐놓은 깜깜한 방안에 한편의 비디오를 튼다면 사람들이 어디에 집중하게 될까요. 바로 그 화면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는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에서 '장막 속 비디오'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의 분석이다. 천안함 사고 조사결과 발표가 모든 선거 이슈를 삼켜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다.

 

우왕좌왕 설왕설래 오락가락했던 천안함 사고에 대한 정부 조사결과가 20일 내일 발표된다. 이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벌써부터 '북풍'이 휘몰아칠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북풍과 신안보 정국은 이번 선거를 잠식할 최대 변수가 될 것인가.

 

이철희 부소장은 "천안함 사고조사 결과는 이번 선거에서 분명히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같은 선거의제가 치고 올라오는 걸 전부 차단하는 효과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천안함 침몰사고는 현직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선점한 외교안보 이슈라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이 사고에 대한 모든 정보를 현 정권이 쥐락펴락 할 수 있기 때문에 야권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게다. 

 

MB 정권 천안함 조사발표 국제공조 나서는 까닭

 

20일 이후 꽉 짜인 정부 일정만 보더라도 정부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이번 선거에 어떻게 활용하려고 하는지 엿 볼 수 있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직후 이 대통령 담화를 예정하고 있으며 25일경 정부의 합동 대북대응조치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27일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한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한국을 방문해 이번 천안함 사건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중대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번 사건은 북한에 의한 어뢰공격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정전협정과 유엔 헌장 제2조4항 위반에 따라 유엔 안보리 회부 등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조치와 양자적인 제재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하고 협조를 당부할 방침이다.

 

29일부터 30일까지는 한중일 정상회담도 잡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고 조사발표를 전후해서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을 포함해 주요 국가 정상들과 '전화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6자회담 당사국은 물론이고 영국과 호주 등 주요국 정상들에게도 전화로 이 사건의 위중함을 알리겠다고 천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등은 물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신임 영국총리, 케빈 러드 호주 총리 등과도 전화 통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제공조를 취하면서 대북 총공세를 펼 계획인 것이다. 사실상 천안함 이슈로 모든 선거정국의 이슈를 다 덮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제공조 파문이 일면, 무상급식이든 무상보육이든 국내이슈는 잠식 당하게 된다.

 

사실상 정부가 천안함 사고와 관련 국제공조 입장을 취하면서 유엔안보리까지 이 이슈를 끌고가려고 함에 따라 다른 이슈들은 대거 물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철희 부소장은 "천안함 이슈가 부각되면 될수록 부동층의 투표 참여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당의 노림수는 젊은 층의 투표율 하락과 보수기득권층의 결집된 투표 참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때리기는 결국 투표율 하락으로?

 

정세현 통일부 전 장관도 "이명박 정부의 북한 때리기는 이번 선거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민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해도 보수언론이 몇날 며칠 바람몰이를 하면 저잣거리에 없던 호랑이도 생겨나는 법"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천안함은 투표장까지 끌고 들어갈 이슈임에 틀림없다"며 "안보논리가 부각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은 반드시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문제로 안보불안이 제기되면 한국에서는 곧바로 이 문제가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제문제에 민감한 우리 국민들이 이 이슈를 외면한 채 투표에 임할 리 없다는 게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내세우는 '안보무능 정권 심판론'보다는 '안보불안론'이 훨씬 강하게 먹힐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천안함 이슈는 "여당에게는 호재는 아니더라도 불리한 이슈는 아니지만, 야당에게는 불리한 이슈로 작동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천안함 이슈를 몰고 간다면 역풍이 불어 닥칠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청와대가 표정 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천안함 역풍'을 맞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천안함 조사결과... 20대를 자극할까

 

무엇보다 야당은 20대 투표 참여율이 상당히 중요한 관건인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자극되어 투표장으로 나가게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20대에게 천안함 사고는 '투표참여 응징론'이 작동되기 어려운 키워드라는 게다.

 

이 같은 전망과 정반대의 논리를 세우는 전문가도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을 자기들이 설정한 프레임에 끼워 맞추기 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될 리는 만무하다고 본다"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명박 정부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제 결의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천안함 사고의 결말은 '출구가 없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출구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무한질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정부 여당에 유리한가 따져보라는 게다.

 

김근식 교수는 "MB의 오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라며 "정치공작에 워낙 능하기 때문에 활용을 잘하겠지만 천안함 사고는 '공작의 향기'가 너무 진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를 조직하고 선동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되레 역풍에 맞아 허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다. 선거에 관심 없는 부동층이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를 보고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야 겠다고 결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지지층에 한 표를 던지는 것말고 또 다른 이변은 발생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북풍에 놀라 대거 한나라당을 찍자? 이건 아닐 것 같다"며 "오히려 북풍에 열받아 야권 후보를 찍자! 이럴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안보무능정권 심판론' 대 '안보불안론'

 

이미 한나라당은 외견상 북풍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드러내 놓고 북풍을 언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북풍이 보수층 결집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적극 투표층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민주당은 안보무능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칼을 벼리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정부의 천안함 진상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북한의 소행으로) 과학적 입증이 된다면 안보무능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과연 북한의 소행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합동군사훈련 동안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변을 당했는가"라며 "대통령은 반드시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방장관을 해임해야 하며,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를 군법회의에 회부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할 정부가 제1야당에게 아무런 결과 통보도 하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했다는 식으로 음해하고 정치적 공세를 퍼붓는 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두달간 갖고 있던 자료를 왜 하필 6·2 지방선거운동 개시일에 발표하는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에 벌어질 '안보무능정권 심판론' 대 '안보불안론'의 대격돌. 유권자가 어떻게 이 국면을 바라볼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천안함, #이명박, #박지원,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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