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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비가 내장된 최신 캠코더로 1인 생중계를 진행하는 시사평론가 유창선씨.
 통신장비가 내장된 최신 캠코더로 1인 생중계를 진행하는 시사평론가 유창선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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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 나이가 50입니다. 과거에는 물러나는 나이었는데 저는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이게 다 1인 미디어가 열어준 가능성이죠. 제 꿈은 70세 정도 나이까지는 1인 미디어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겁니다. 60세쯤 되어서는 언론사와 계약해서 현장 기자로도 활동해 보고 싶어요."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약 30명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무선방송 설정을 한 캠코더를 삼각대에 부착하고 가방에서 무선 공유기를 꺼내 전파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지난 6월 28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강의실에서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주제는 '나의 미디어 탐험'. 이날 유씨는 강의를 하는 동시에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인 <아프리카 TV>에 자신의 강의 내용을 생중계했다. 최신 기기를 다루는 모양새가 아직 서툴지만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트위터, 인터넷 개인방송 등 새로운 소셜 미디어(Social Media)가 주목받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언론 매체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유씨는 현재 한국에서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블로그 2개와 트위터, 거기에 인터넷 개인방송까지. 매일 5곳 이상의 방송사를 돌며 아침부터 밤까지 시사평론을 하던 그가 돌연 인터넷 공간으로 무대를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잘라준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해요"

윤도현·김제동·신경민…. 이명박 정부 들어와 방송 프로그램에서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자취를 감춘 방송인들이다. 시사평론가로 방송 활동을 하던 유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촛불 정국 이전까지 하고 있던 방송들에서 다 짤렸다"며 웃으며 말했다. 허망했다. 출연하던 방송의 담당 PD들에게는 '위에서 안 된다고 합니다',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었다' 등의 해명을 들었다. 

"생계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되니 오기가 발동했어요. 이명박 정권이 나한테서 마이크를 빼앗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발언을 하겠다고요. 저는 그때부터 소셜 미디어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블로그도 본격적으로, 트위터도 열심히 했죠. 지난 1월부터는 개인방송을, 6월 말부터는 인터넷 생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가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연호의 기자만들기'에서 통신 장비가 내장된 최신 캠코더를 통해 '아프리카TV'로 생중계를 하며 '1인 미디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가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연호의 기자만들기'에서 통신 장비가 내장된 최신 캠코더를 통해 '아프리카TV'로 생중계를 하며 '1인 미디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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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에 뛰어들어보니 방송 퇴출은 오히려 유씨에게 잘된 일이었다. 매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유씨의 <아프리카 TV> 프로그램인 '유창선의 시사난타'는 매일 5000명 남짓한 누리꾼이 시청한다. 

지금까지 그의 개인 방송을 본 누리꾼은 연인원 57만여 명.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데도 <아프리카 TV>의 전체 BJ(방송 진행자) 중 인기 순위 28위다. 인터넷 개인 방송 인기가 상승 효과를 내며 블로그 방문자도 늘었다. 매달 40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유씨의 블로그를 방문한다.

지난 6월 말부터 시작한 인터넷 생중계는 트위터의 정보력을 이용하니 위력이 배가 됐다. 트위터를 통해 제보받은 정보로 캠코더 달랑 하나 들고 움직이다보니 주류 언론들보다 현장에 도착하는 속도가 빨랐다. 유씨는 지난 6월 27일에 민주당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한명숙 전 총리를, 지난 1일에 KBS노조 총회를 현장 생중계했다.

유씨는 "처음에는 방송국 프로그램에 못 나가게 되서 시작했던 건데 하다 보니 이게 시대의 추세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요즘에는 미디어 환경이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지키는 1인 미디어

시사평론가 유창선씨.
 시사평론가 유창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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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가 체험한 소셜 미디어의 세계는 재미나 편리함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런 미디어환경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 결국 민주주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하면 개인이 가진 표현의 자유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1인 미디어에 참여하고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에 참여할 때 민주주의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1인 미디어의 세계는 정권이 통제할 수 없어요. 수십만 개, 수백만 개의 1인 미디어를 간섭하고 통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내고 싶은 어떤 목소리를 그 속에서 낼 수 있게 되지요. 시민들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민주주의를 굳히는 과정에서 1인 미디어의 확산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유씨는 1인 미디어의 약진과 관련해 거대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약해지고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의 발전 방향 역시 1인 미디어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유씨는 "내년이 되면 우리의 미디어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거대 신문들이 영향력을 잃자 종합편성 사업자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데 (사업자로 선정이 되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아이패드와 구글TV가 국내에 곧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

"아이패드가 나오면 침대에서 (각종 콘텐츠를) 아주 편리하게 볼 수가 있습니다. 구글TV는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정해진 채널을 보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UCC들을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TV죠. 이 두 가지가 도입되면 KBS 9시뉴스 내용이 마음에 안들 때 밤 9시에 거실에서 TV로 제 방송을 시청하는 일들이 가능해집니다."

계속 확산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을 보며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확보해야 할지 고민 하고 있다는 유씨. 그는 아직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이 쉰 살에 <아프리카 TV>의 꽃미녀 BJ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비결을 전했다.

"1인 미디어의 세계는 정말 가짓수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처음 보는 기기들을 사용하니까 사용법이 어렵기도 합니다. 하나하나가 그런 과정을 안 거치는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익히고 실전에 활용했을 때 독자들이 보이는 반응. 그걸 보고 느끼는 성취감이 대단합니다. 재밌습니다. 의지와 열정만 가지고 오세요."


태그:#유창선, #소셜 미디어, #1인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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