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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에 들렀습니다. 너무도 오고 싶었기에 계획은 잠시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봉하마을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집니다.

 

노란 물결이 '봉하마을'임을 알려 줍니다

 

봉하마을이 1㎞ 남짓 남은 지점. 노란 바람개비와 벽에 그려진 수많은 그림들이 마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어떡하죠. 나 자꾸 눈물이 나려 합니다. 노란 바람개비가 바람에 돌아갈 때, 벽에 그려진 추모의 글들이 하나하나 눈에 밟힐 때, 이상스럽게도 눈물이 맺혀 옵니다.

 

나는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권위 없는 모습이 싫었고, 우유부단함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알았습니다. 그가 떠난 뒤…. 그의 권위 없는 모습은 국민을 최고로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그의 우유부단함은 많은 목소리에 귀 기울임이 힘들어서였다는 것을.

 

어떡하죠. 나 자꾸 눈물이 나려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 터와 그가 잠들어 있는 비석, 그리고 최후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부엉이 바위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으로 만들어진 그곳의 아랫돌에는 후원자들의 이름과 글들이 적혀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나 봅니다.

 

노 대통령이 묻혀 있는 비석 앞. 한 여인이 눈물을 훔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여인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나도 꾹꾹 참아 왔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소리 없이 조용히.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국민의 대통령' 그를 떠올립니다.

 

어떡하죠. 나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한동안 나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흐르는 눈물 때문이라 핑계를 대보지만, 아마 이제야 대통령을 찾는 행복했던 국민으로서의 죄송스러움과 뒤늦게나마 다시 노 대통령을 떠올리려 하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뒤를 돌아 대통령을 떠나오는 순간, 만해 한용운의 시 구절이 생각 납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바람이 불어 바람개비가 돌면,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살아온 느낌이에요"

 

"학생들 잠시만 기다려봐요, 사진하고 바람개비 줄게."

 

봉하마을을 둘러 보고 떠나려던 찰나 한 아저씨가 우리를 부릅니다. 그리곤 노 대통령의 사진 한 장과 손수 바람개비를 만들어 주십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신다는 A(40)씨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때부터 이곳에 매주 내려와 아이들에게 바람개비를 만들어 주신다고 합니다.

 

"매주 내려와 바람개비를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보람이 있지요. 다행이 아이들도 매우 좋아해요. 나 역시 여유가 많은 사람이 아니지만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서울에서 이곳 김해가 가깝지 않다는 것을 우리도 알기에 그가 우리에게 전해준 사진과 바람개비가 더욱 고맙게 느껴집니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오히려 빙그레 미소를 짓습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더욱 힘들어지지요. 서울에서 여기로 매주 내려오는 차비도 만만치 않고요. 하지만 봉하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엔돌핀이 솟구쳐요. 그리고 내가 아이들에게 만들어준 바람개비가 돌면 노 대통령이 다시 살아온 것 같거든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목적지로 가는 길에 비하면 많이 돌아가는 길이 되었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자신의 힘이 닿을 때까지 꾸준히 바람개비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저 하찮은 바람개비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이 들지 몰라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 우리 역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노사모, '노통'을 추억하다

 

봉하마을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노사모)가 만들어 놓은 노무현 기념관이 있습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이곳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과 생전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75개의 영상이 반복되는 영상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며 영상을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나 또한 그 자리에 앉아 한동안 영상을 지켜 보았습니다.

 

노 대통령의 추모영상이 연이어 나옵니다. 어떡하죠. 나 다시 눈물이 흐릅니다. 이렇게 사람도 많은데, 같이 온 친구들도 뒤에 앉아 있는데, 그저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눈물을 막고 싶지 않아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칩니다.

 

하염없이 발걸음을 옮기다, 그가 너무 보고 싶어 들렀던 봉하마을. 나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도 막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한때 나도 노 대통령의 국민이었다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 떠난 그가 가장 실현하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떠난 그의 모습이 아련하게 그려지며 나는 다시금 눈시울을 붉힙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봉하마을 주민, 대한민국 16대 국민의 대통령 고 노무현.


태그:#도보여행 , #청춘불패 , #자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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