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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씨, 안녕하신가요? <오마이뉴스>는 13일부터 3박4일 동안 뗏목을 타고 당신의 편치않은 뱃속으로 들어갑니다. 내성천 회룡포를 출발해 상주 경천대와 대구 달성습지, 그리고 함안보 공사 현장을 지나 하굿둑에 이르기까지 영남의 젖줄 낙동강 700리 길을 다니면서 시민의 눈높이에서 가벼운 토크를 진행합니다. 또한, 4대강 사업 공정률 30%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살릴만한 가치가 있는 당신의 뱃속에 청진기를 들이댈 예정입니다.

'낙동강은 강이다-뗏목 위에서 쓴 4대강 대재앙 보고서' 특별 기획은 골재노동조합 등 대구경북 4대강 사업저지 연석회의 주최로 열리는 4대강 사업반대 낙동강 700리 뗏목 대장정 동행 취재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며, 동영상 기사로도 송고됩니다.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지율 스님이 13일 오후 경북 상주 경천대앞 낙동강 모래밭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낙동강 700리 뗏목 대장정'에 참여한 대구경북 골재노조원들에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율 스님이 13일 오후 경북 상주 경천대앞 낙동강 모래밭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낙동강 700리 뗏목 대장정'에 참여한 대구경북 골재노조원들에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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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12일 오후 6시경 찾은 경북 예천의 내성천은 전날 집중호우로 흙탕물 투성이었다. 강바닥 물고기도 보인다는 1급수 내성천 물길은 볼 수 없었다. 당장 내일 아침 띄울 뗏목은 아직도 작업중이었다.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졌고 흙탕물 수위는 높아지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 상황이 크게 달라질리 없어 밤잠을 설쳤다.

다음날인 13일 오전 7시 25분. 계획대로 회룡포로 출발.

"안개 때문에 제대로 안 보이겠는데…."

동행한 지율 스님의 말에 근심이 묻어났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에는 안개가 제법 자욱했다. 상주가 자랑하는 회룡포 절경을 보기는 어려울 듯했다. 하지만 지율 스님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이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이곳 상주에만 3천명이 왔다. 환경운동단체뿐만 아니라 정치인, 종교인, 지역 주민까지 다 4대강을 반대하고 있다. 이제 4대강은 다 알지 않나? 내가 천성산 할 때는 사람들이 몰랐다."

13일 오전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경북 예천 회룡포의 넓은 모래밭이 비 때문에 불어난 물에 대부분 잠겨 있다.
 13일 오전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경북 예천 회룡포의 넓은 모래밭이 비 때문에 불어난 물에 대부분 잠겨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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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과 상주보에 포위된 회룡포, 은빛 모래는 없다 

굽이굽이 올라간 회룡포에는 안개만 껴 선명한 풍광을 볼 수 없었다. 사실 <1박2일> 등으로 유명세를 타기 전까지 이곳은 '국가지정 명승 16호'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회룡포에서 내려다 본 회룡포마을. 채 열 가구가 되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350도 굽이쳐 흐르는 내성천 사이로 다행히 불어난 물에도 쓸리지 않고 제 모습을 간직한 백사장이 보인다. 원래 백사장보다는 상당히 작은 면적. 관광안내지도에 실린 회룡포 사진으로 평상시 모습을 추측할 따름이다. 머지않아 회룡포 백사장은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낙동강 사업으로 상류에는 영주댐이, 하류에는 상주보가 들어선다. 회룡포에 은빛 모래를 실어 나르던 내성천의 물길이 댐과 보 사이에 갇히면 물은 썩고 모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낙동강 사업은 4대강 사업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낙동강 사업비는 12조원으로, 전체 사업비 22조 원 중 53%를 차지한다. 특히 국토해양부의 낙동강 사업 예산은 4대강 전체 예산의 63%에 해당하는 9조7000억 원. 이중 81%인 4조 2000억 원이 8곳의 보 건설과 준설에 사용된다. 현재 경북 낙동강 사업 공정률은 28%. 

안동천 '똥물' 살리는 내성천, 죽이시겠습니까

삼강교는 아래를 바라보기가 무서웠다. 이곳에도 흙탕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삼강'이라는 이름은 금천과 내성천, 안동천 3개의 물길이 만나는 데서 유래했다. 내성천 주위는 가을 햇살에 알곡이 익어가는 논 천지다. 지율 스님은 내성천에서 물의 힘, 강의 힘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구불구불 휘어지며 흐르는 강물이 땅의 비옥함을 가져오고 평야를 만든다는 것.

"이곳은 돌 하나 없는 비옥한 땅이에요. 모두 강이 만든 평야지요. 이곳 삼강은 소백산에서 내려온 내성천과 충주 월악산에서 시작된 금천, 태백 일월산의 안동천이 만나는 곳이에요. 그 중에서도 내성천은 상류에 댐이 없는 거의 유일한 하천이에요. 1급수. 낙동강의 허파지요."

내성천이 '낙동강의 허파'라면 안동천은 '죽어가는 낙동강'이다. 평상시 이곳에서는 죽은 물길과 산 물길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맑은 내성천과 시커먼 안동천이 삼강에서 만나 섞이기 때문이다. 비 온 뒤 흙탕물도 격이 달랐다. 이날 내성천 빛깔이 황토빛이라면 안동천은 검은 색에 가까웠다. 두 강의 차이를 흙탕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바로 댐이다. 안동댐이 있는 안동천의 수질은 3급수. 며칠 전 안동댐을 다녀왔다는 지율 스님은 녹조에 수초까지 생겼고 냄새가 말도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태백의 맑은 물도 댐을 만나면 3급수의 물이 되는 것이다. 3급수 안동천은 1급수 내성천을 만나 2급수가 된다. 덕분에 그나마 물길이 건강함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낙동강 본류는 1200㎞인데 지천은 3000㎞예요. 4대강사업은 내성천 같은 지천도 다 손을 보겠다는 거지요. 이런 1급수의 맑은 천도 다 뒤집고 보 설치하겠다는 건데…. 지천을 청계천처럼 만들겠다는 건데, 실핏줄까지 다 건드리겠다는 거죠."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낙동강에는 상주보를 비롯한 8개의 보가 만들어진다. 모두 높이 10m가 넘는 대형보다. 정부는 보는 댐과 다르고 홍수가 났을 때 수문을 열어 강바닥의 오염물을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에 수질이 나빠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상주보는 높이 11m에 저수량만 2800만 톤이 넘는다. 낙동강 보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함안보는 높이는 13.2m, 저수량은 1억 2710만 톤으로 대형댐 기준의 42배에 이른다. 댐의 설치는 수질 악화로 직결된다. 

"상류를 건드리면 낙동강은 죽습니다."

이제 낙동강 1경 경천대에 올라 무얼 보나

4대강 사업의 삽날이 들이닥치게 될 예정인 낙동강 '제1경'으로 불리는 경북 상주 경천대에서 본 낙동강.
 4대강 사업의 삽날이 들이닥치게 될 예정인 낙동강 '제1경'으로 불리는 경북 상주 경천대에서 본 낙동강.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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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기자가 이동 차량에서 어물대는 사이 스님은 사라져 버렸다. 삼강에서 출발한 뗏목이 경천대에 도착하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뗏목이 진수에 성공하자 스님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비 때문에 흙탕물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던 기색은 사라졌다. 

작년 11월부터 상주에 자리 잡았다는 지율 스님은 토박이가 다 됐다. 강이 어떻게 어디로 흐르는지, 어디가 굽이치는지, 전망은 어디가 좋은지 등등을 빼꼼히 알고 있었다. 매일 전기자전거로 온 곳을 누볐기 때문. 인간 내비게이션이 따로 없었다. 그 덕에 초행길에 헤매는 고생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일정이 어긋나는 바람에 뗏목이 경천대를 지나는 순간을 놓칠 수도 있게 된 것. 저질체력 기자를 두고 스님은 서둘러 경천대로 올라갔다. 다행이 뗏목은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 낙동강 제1경이라는 경천대를 구경할 짬도 생겼다.

오래된 주목과 탁트인 전망, 고운 모래톱으로 낙동강의 상징이 된 경천대. 이곳도 머지않아 사라진다. 아니, 경천대라고 하는 바위 전망대는 계속 있겠지만 그곳에서만 감상할 수 있었던 풍광은 사라질 것이다.

낙동강 살리기로 경천대 물길은 200~250m 너비에 3~4m 깊이로 준설될 예정이다. 이 준설로 경천대 앞 백사장은 80% 이상 훼손될 것이라고 한다. 모래톱은 한강처럼 제방과 둔치로 탈바꿈하고 오리배를 띄우는 유원지가 들어설 계획이다.

낙동강 오리알 때문에 오리섬 없애나요?

8일 오후 지율 스님이 4대강 공사가 벌어지는 경북 상주 낙동강 '오리섬' 공사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8일 오후 지율 스님이 4대강 공사가 벌어지는 경북 상주 낙동강 '오리섬' 공사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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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대에서 오리섬으로 이동하던 중 멀리서 번쩍이는 다리가 보인다. 이질적인 모습에 의아했는데 가까이 보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 지율 스님이 그 옆에 자전거박물관이 들어설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 자전거박물관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96억 원. 인근에는 50억 원을 들여 경륜장과 국제규격 MTB 코스를 갖춘 자전거나라도 나란히 들어선다. 앞으로 낙동강에는 743km의 자전거도로가 생겨날 예정이다.

오리섬도 마찬가지다. 가창오리,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날아들던 이곳을 준설하고 생태공원을 만든다. 아래쪽에 위치한 성주군은 '낙동강 오리알'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오리섬을 따로 조성할 예정이란다. 여기에 오리 테마파크와 오리마을을 꾸민다는데 멀쩡한 오리섬은 허물고 있다. 

비봉산 청룡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리섬은 이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8월경 시작한 공사는 채 두 달도 안 돼 몇 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오리섬을 파괴했다.

"저기 산소처럼 보이는 봉긋한 곳 있죠? 그게 바로 강가에서 퍼올린 모래를 쌓아놓은 거예요. 3~4m 높이로 쌓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 다음에는 여기에 인공 습지를 만들고 체육공원을 만든답니다. 반대편 야생 버드나무는 베어내고 공원인가 꽃밭을 만든다고 해요. 이 강을 다 메우고 강산이 변해야 다 알게 될까요."

지율 스님은 이곳 석양이 무척 아름답다고 했다. 해가 떨어질 수평선 쪽으로 눈을 돌렸더니 11m의 상주보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상주보 공사현장을 둘러보는 지율스님.
 상주보 공사현장을 둘러보는 지율스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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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은 강이다' 특별취재팀(트위터 해시태그 : #낙동강은강이다_ )
취재 : 김병기 국장, 김경년 부장, 박순옥-최지용 기자
사진 : 권우성 팀장
동영상 : 박정호-오대양 기자


태그:#4대강사업, #낙동강, #4대강, #뗏목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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