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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씨, 안녕하신가요? <오마이뉴스>는 13일 뗏목을 타고 당신의 편치않은 뱃속으로 들어가 청진기를 들이대려고 700리 뱃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첫날 내성천 회룡포를 지나 삼강주막에서 출발, 상주 경천대까지 내려온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뗏목이 파손돼 부득이하게 뭍으로 올라와 새로운 육상 여행을 시작합니다.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창자를 파헤치고, 농지리모델링이란 급조된 명분을 내세워 비옥한 땅을 불모지로 만드는 4대강 사업. 당신의 장기를 파헤치는 공정이 30%정도 진행됐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살아있는, 그래서 살릴만한 가치가 충분한 당신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며, 동영상 기사로도 송고됩니다.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오늘 뗏목 위에서 어렵고 재미없게 말하면 3차례 경고를 줍니다. 그래도 어긴다면? 물에 빠뜨려 뗏목을 따라오게 할 겁니다. 하하. 그러다가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면 다시 뗏목에 태울 겁니다. 모두들 각오하십시오^^."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은 <오마이뉴스> '특별기획-낙동강은 강이다'의 일환으로 마련된 뗏목 토크 초장부터 엄포를 놓았다. 국회의원에게 장난기 섞인 면박을 주기도 했고, 3시간 동안 땡볕에서 타는 뗏목에 물 한 통도 마련해놓지 못한 100만 민주노총을 향해 개념 없는 사람들(?)이라고 우스개로 쏘아붙이기도 했다. 10명 중 7명이 반대하는데도 4대강 사업이 강행되는 것에 지친 <오마이TV> 시청자와 누리꾼들에게 청량한 웃음과 함께 강에 대한 시원한 정보를 제공해주자는 게 뗏목 토크의 콘셉트였고, 이를 위해 악역을 자청한 것이다.

 

하지만 낙동강 700리 뱃길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대구경북골재원노동조합, 지역농민회 등은 13일 오전 경북 예천 삼강주막에서 뗏목을 띄웠다. 이들은 '흘러라 민심! 들어라 청와대!', '낙동강은 살아 있다! 4대강 사업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돛대로 내걸었다.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이 뗏목을 타고 '낙동강 뗏목 토크'를 시작했다. 삼강주막은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거쳐 내려오는 안동천과 회룡포를 굽이쳐 내려온 내성천, 문경에서 흘러온 지천인 금천이 만나 비로소 낙동강 본류가 시작되는 곳이다.

 

오랫동안 계속된 비 때문에 황톳빛 강물은 세차게 흘렀다. 불어난 강은 그렇게 고운 모래와 흙을 실어다 강변에 쌓으며 눈부신 모래톱을 만들었고 때로는 제방 너머로 범람하며 비옥한 농토를 우리에게 선물해왔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맑고 투명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4대강 굴착기의 삽이 닿지 않은 내성천에서는 죽음의 그림자를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거침없이 흘러가는 강의 모습에서 역동적인 자연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철제빔으로 만든 틀에 드럼통을 달아 부력을 준 뗏목이 세찬 물결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오마이뉴스> '뗏목 토크'에 초청받은 손님들도 설렘과 강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는 듯했다.

 

박진섭 부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뗏목 토크에는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습지전문가 차인환 박사, 오덕훈 상주환경농업학교 교장과 가수 손병휘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뗏목에 탑승하기 전, 이른 아침부터 내성천 회룡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강에 대한 수다를 시작했다.

 

▲ 뗏목 토크쇼 '낙동강은 아직 살아 있다' 사전 토크 오덕훈 상주환경농업학교 교장, 가수 손병휘,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차인환 생태전문가 등이 4대강사업과 지역의 생태환경에 대한 생각들을 나눴다.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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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은 막고 성주보는 높이고... 위기의 내성천

 

용이 승천하는 형상의 회룡포는 이날 짙은 안개 속에 뿌옇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KBS 간판 프로그램인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탄 경북 예천 회룡포는 내성천 물길이 두 번이나 굽이치며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사실 물길이 용의 형상을 한 것이 아니라, 산이 350도 각도로 굽이쳐 회룡포로 불렀다는 것이 오덕훈 교장의 해석이다. 어쨌든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이 만들어낸 넓은 모래톱도 회룡포를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물이 많이 불어서 모래톱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바람에 그 절경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을 제방 바로 앞까지 들어찬 물은 서서히 빠지면서 새로운 모래를 모래톱에 놓고 갈 것이다.

 

뗏목 토크 참가자들은 아침 일찍 전망대 정자에 둘러앉았다. 사회자인 박진섭 부소장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은 즐겁지 않겠지만, 아직도 살아 있어서 고마운 낙동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오덕훈 교장을 제외하고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회룡포를 처음 봤다고 했다.

 

우선 가수 손병휘씨는 "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영월 동강과 하회마을에서 봤는데, 회룡포는 처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와보지 못할 곳이었으니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차인환 박사도 "물이 많아 모래톱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강이 굽이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멋지고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그러나 회룡포는 위기에 처해 있다. 내성천 상류에 영주댐이 들어서면 모래 조달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류인 낙동강의 수심이 깊어지면 그쪽으로 모래들이 쓸려나갈 게 자명하다는 게 이날 참석자들의 우려였다. 모래톱만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 강가에 보가 설치되면서 하류의 유속이 느려지고 수량이 늘어나 내성천 일대에 홍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참가자들과 회룡포에 동행한 지율 스님은 "회룡포 마을 주민들도 홍수가 날까봐 걱정이고 이곳 내성천도 준설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율 스님은 경북 상주에 머물면서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는 낙동강을 기록하고 있다.

 

30여 분간의 '억지 웃음 토크'(?)를 마치고 전망대를 내려올 때 배우 김여진씨와 권해효씨가 전화로 연결됐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물이 안 좋은 사람들끼리 무슨 우스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손병휘씨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급조된 인터뷰였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두 배우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김여진씨는 박진섭 부소장과 한 통화에서 "강은 사람이 살기 이전부터 강이었는데, 어쩌면 사람이 사라진 후에도 흘러야 하는 게 강이라 그냥 그대로 놔뒀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말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100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겠죠"라고 말했다.

 

권해효씨는 "촬영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른 분들보다 훨씬 자주 이 땅이 어떻게 유린당하고 있는지 보게 돼요"라며 "그만큼 더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을 중심으로 생겨난 다양한 이야기들을 뺏겨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여진씨와 권해효씨 인터뷰는 별도 동영상 참조)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에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낮 12시경 출정 기자회견을 마친 골재노조원 등과 <오마이뉴스> 토크팀은 삼강주막 앞에서 뗏목에 올랐다. 그러나 낙동강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플라스틱 드럼통의 부력이 생각만큼 충분하지 않았고 탑승인원도 20여 명으로 당초 예상보다 많아 뗏목이 물에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강 중앙으로 진입하기도 전에 뗏목 위로 물이 넘쳐 들어오자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급하게 모터보트를 옆에 대고 절반가량의 인원이 뗏목에서 내려온 후에야 출발할 수 있었지만, 그 후로도 뗏목이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강은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것처럼 곳곳에서 휘돌며 급류를 만들어 냈다. 모터보트에 줄을 연결해 강 중앙까지 나온 뗏목 위 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기자 본격적인 뗏목 토크가 시작됐다.

 

뗏목 위에서는 강 위에서 바라본 강과 강변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차인환 박사는 "이렇게 물이 많은데도 원앙 두 마리가 헤엄치는 모습을 봤다"며 "원앙은 주로 얕은 계곡이나 습지에 있는데 이런 큰 강에 나오면 버드나무 가지가 드리운 강가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 박사의 설명이 길어지자 참가자들은 "물에 빠져야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뗏목 토크의 분위기를 더욱 띄운 것은 역시 가수였다. 손병휘씨는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불며 즉석에서 '뗏목 콘서트'를 열었다. 탑승자들은 잠시 토크를 멈춘 채 손뼉을 치면서 '처녀 뱃사공'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조금 밑으로 내려오자, 물결도 어느새 잔잔해졌고 양쪽 강가에는 울창한 숲과 절벽이 이어졌다.

 

삼강주막을 출발해 약 6Km를 내려와 또 하나의 지천인 퇴강을 만나기 전까지 강 주변의 고요한 풍경은 계속됐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퇴강을 만나 더욱 넓어진 낙동강 강변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모래언덕과 건설장비들이 나타났다.

 

▲ 뗏목 토크쇼 '낙동강은 아직 살아 있다' <오마이뉴스> 특별기획 '낙동강은 아직 살아 있다' 토크쇼가 13일 오전 경북 예천군 삼강나루터에서 출발한 뗏목 위에서 진행됐다.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의 사회로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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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에서 마지막 식사

 

강물이 불어 4대강 공사가 대부분 중단됐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 곳곳에서 굴착기를 이용한 준설작업이 한창이었다. 퇴강과 낙동강의 합류 지점인 퇴강리를 지나자 강변에는 푸른 버드나무 숲이 끊어지고 강 중간까지 가물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가물막이 안쪽에서는 굴착기 두 대가 바쁘게 팔을 휘저으며 강바닥의 모래를 퍼 올렸다.

 

수위가 높아진 강 위에서 보니 그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 굴착기 몸통은 가물막이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가끔 위로 솟구치는 팔에는 모래가 가득 실려 올라왔다. 가물막이는 약 2~3km 동안 이어졌고 강의 양 옆은 모두 모래뿐이었다. 낙동강은 마치 사막 위를 흐르는 형상이었다.

 

가물막이가 끝날 무렵 강 오른쪽 편에 또 다른 공사현장이 보였다. 앞선 준설현장과 달리 건설장비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높게 쌓인 제방 위에는 국방색 덤프트럭 수십 대가 도열해 있었다.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청강부대'다.

 

오덕훈 교장은 잠시 뗏목을 세우고 청강부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청강부대의 '청' 자는 '맑을 청', 그리고 '강 강' 자를 쓰는데 강을 맑게 한다는 이름을 가진 부대"라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간 청년들이 강을 파괴하는 사업에 이용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또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해놓고선 무슨 인력이 모자라 군인까지 동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뗏목 위에서 안전 문제를 챙기던 정병록 대구경북골재원노동조합 위원장도 "4대강 사업은 지역민들을 다 죽이고 부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희가 평생 강에서 살았는데 모두 쫓겨났고 농민들도, 어민들도 4대강 사업 때문에 쫓겨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골재노동자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그동안 해왔던 골재 채취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고 7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사실상 해직 상태다. 사업이 끝난다고 해도 4대강 공사로 33년간 채취할 수 있는 골재를 다 파버리기 때문에 이들이 다시 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지역 골재업자들을 모두 강에서 내몰면서 4대강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 헛구호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뗏목은 청강부대를 지나 낙동강의 제1비경이라고 하는 경북 상주 경천대에 도착했다. 높은 산봉우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강과 모래톱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경천대 맞은편에 펼쳐진 모래톱은 불어난 물에도 그 일부를 드러냈다.

 

뗏목이 모래톱에 정박하자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골재노동자들이 늦은 점심을 차려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구수한 미역국과 도토리묵 무침으로 식사를 하던 한 노동자는 "여기 모래밭에서 밥 먹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네"라며 "야휴, 이 좋은 데를 왜 까뒤집는다는 거야"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상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천혜의 비경, 경천대 역시 4대강 사업 준설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교각에 부딪혀 뗏목 파손... 살아 있는 낙동강 찾기는 계속된다

 

식사를 마친 뗏목 일행은 서둘러 경천대를 떠났다. 강의 상류 부근이라 불어난 물이 금방 빠지기 때문이다. 골재노조원들은 해가 지더라도 물이 불어난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당초 일정을 다소 변경해 강 하류로 내려가자고 결정했다.

 

하지만 경천대 이후로는 보 공사 현장이 계속 이어지고 높이가 낮은 교량도 있어 장애물이 많은 상황이었다. 뗏목이 첫 번째 장애물을 만난 것은 상주보 공사현장 인근이었다. 뗏목은 강을 가로질러 설치된 오탁방지막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20여 분간 씨름하던 것을 한순간에 해결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상주보 공사사업단이었다. 굴착기로 뗏목 뱃길을 터준 것이다.

 

하지만 다소 위험한 상황은 계속됐다. 교각 높이가 2m밖에 되지 않는 낮은 다리도 임기응변으로 넘어간 뗏목은 결국 야간까지 계속 하류로 내려가다 경북 구미 인근 낙단대교 교각에 충돌해 파손됐다. 탑승자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뗏목이 파손되고 떠내려가 더 이상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골재원노조는 14일 다시 뗏목을 조립해 15일 대구 화원유원지 인근부터 부산 하구둑을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낙동강 물길을 따라 취재를 계속할 계획이지만 뗏목에서 내려서 육상 취재로 이어갈 예정이다.

 

낙동강 '뗏목토크'는 하루 만에 아쉽게 끝났지만 아직도 살아 있는 낙동강을 찾아가는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 '낙동강은 강이다' 특별취재팀(트위터 해시태그 : #낙동강은강이다_)
취재 : 김병기 국장, 김경년 부장, 박순옥-최지용 기자
사진 : 권우성 팀장
동영상 : 박정호-오대양 기자

태그:#4대강, #낙동강, #이명박,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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