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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씨, 안녕하신가요? <오마이뉴스>는 13일 뗏목을 타고 당신의 편치않은 뱃속으로 들어가 청진기를 들이대려고 700리 뱃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첫날 내성천 회룡포를 지나 삼강주막에서 출발, 상주 경천대까지 내려온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뗏목이 파손돼 부득이하게 뭍으로 올라와 새로운 육상 여행을 시작합니다.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창자를 파헤치고, 농지리모델링이란 급조된 명분을 내세워 비옥한 땅을 불모지로 만드는 4대강 사업. 당신의 장기를 파헤치는 공정이 30%정도 진행됐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살아있는, 그래서 살릴만한 가치가 충분한 당신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며, 동영상 기사로도 송고됩니다.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강물은 본래 흐르도록 되어 있고 흘러가야 한다. 흐르는 강물을 둑, 보, 댐 등으로 막아서 물을 가두게 되면 그 물은 썩게 마련이다. 호수와 같이 고인 물에 질소나 인과 같은 영양염류가 유입되어 식물성부유생물의 발생량이 점점 증가해 호수가 점진적으로 썩어가는 현상, 즉 호수의 노화현상을 '부영양화현상'이라고 한다.

 

호수도 생명체처럼 태어날 때에는 맑고 깨끗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탁해지고 흐려지다 결국 썩어 일생을 마치게 된다. 이는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호수가 태어나서 늙어 죽을 때까지의 경과 시간인 호수의 수명은 호수가 태어난 곳의 환경상태와 수질관리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오염된 도시근처 보다는 물 맑고 공기 좋은 산간벽지에서 태어나면 수명이 길고, 도시근처에서 태어났더라도 평소 수질관리를 잘 하면 그만큼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

 

수자원 확보한다면서 낙동강 중·하류에 보를 세운다?

 

낙동강 하류에 있는 하구둑호는 1987년 11월에 완공되었으나 당시 주변에 하수도가 전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상공단 하·폐수가 무단으로 유입되었다. 그 결과 이듬해인 1988년 6월에 부영양화가 급진전되면서 물이 썩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 후 조절수문을 열어 가두어 둔 물을 방류하고 있지만 하구해역이 만조가 되면 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문을 닫고 물을 가두기 때문에 저수량의 증가로 부영양화가 진행돼 지금도 낙동강 전 구간에서 부영양화가 가장 심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낙동강 상류 산간벽지에 있는 안동호는 태어난 지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중영양상태로 비교적 맑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상수원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부득이 댐이나 보로 강물을 막아야할 때에는 오염되지 않은 강의 상류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수자원을 확보한다고 하면서 낙동강 중·하류에 높이 10m 보를 8개나 세우겠다고 한다. 또한 보로 강을 막아 수량이 풍부해지면 유입된 수질오염물질을 희석시켜 수질도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중금속 등 오염물질들의 경우는 희석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영양화에 의한 수질오염현상의 경우 저수량이 증가되면 체류시간이 길어져 식물성부유생물이 유출되지 않고 집적될 수 있기 때문에 식물성부유생물의 발생밀도 증가로 부영양화가 촉진돼 물이 썩게 된다.

 

낙동강 달성보, 완공 1년도 안 돼 물 썩을 것

 

4대강사업 담당 부처에서는 보 설치공사와 더불어 하수도를 정비하고 수질관리를 철저히 해서 부영양화에 의한 수질오염사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낙동강 페놀오염사태 이후 20여 년에 걸쳐 정부당국이 수많은 낙동강 수질개선종합대책을 수립·시행하며 엄청난 예산을 부어 넣었으나 부영양화에 의한 수질오염사태는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강의 수질개선을 위해 하수도를 정비하면서 오염물질발생원으로부터 오수만 따로 차집하는 분류식하수관거는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수처리장만 먼저 만들어놓고 차후에 오수는 빗물이 빠져나가는 배수로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비가 오는 날이면 오수가 완전히 차집되지 않은 채 강으로 유입되기도 하고, 하수처리장에서는 질소, 인과 같은 부영양화원인 오염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수많은 하수처리장이 설치되어 있는 낙동강 본류 전 구간에서 총 인의 농도가 부영양단계기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어 어느 구간에서든지 보를 세워 물을 가두기만 하면 부영양화가 급진전되어 강물이 썩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대구시의 도시하수로 오염된 금호강물이 바로 유입되는 달성보의 경우 완공된 지 1년도 되지 않아서 부영양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가두어둔 물이 썩고 말 것으로 예상된다. 부영양화된 물은 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물이 썩게 되면 그 속에서는 물고기도 살 수 없다.

 

4대강 사업 중 수위나 수량 확보를 위한 강 중·하류 보 설치공사는 중단해야 한다. 흐르는 강물을 보나 댐으로 막게 된다면, 그것도 오염된 강의 중·하류를 막게 된다면 고인 물은 썩을 것이고 홍수 때는 범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청길씨는 부경대학교 환경공학과 명예교수입니다. 위 글은 2009년 낙동강 보존회 사이트에 올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태그:#낙동강,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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