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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씨, 안녕하신가요? <오마이뉴스>는 13일 뗏목을 타고 당신의 편치않은 뱃속으로 들어가 청진기를 들이대려고 700리 뱃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첫날 내성천 회룡포를 지나 삼강주막에서 출발, 상주 경천대까지 내려온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뗏목이 파손돼 부득이하게 뭍으로 올라와 새로운 육상 여행을 시작합니다.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창자를 파헤치고, 농지리모델링이란 급조된 명분을 내세워 비옥한 땅을 불모지로 만드는 4대강 사업. 당신의 장기를 파헤치는 공정이 30%정도 진행됐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살아있는, 그래서 살릴만한 가치가 충분한 당신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며, 동영상 기사로도 송고됩니다.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14일 오후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찾은 경북 구미 해평습지 하중도 부근에 '생태계 보전 구간으로 지정된 매우 중요한 구간' ' 환경파괴 행위를 엄격히 제한' 등의 경고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14일 오후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찾은 경북 구미 해평습지 하중도 부근에 '생태계 보전 구간으로 지정된 매우 중요한 구간' ' 환경파괴 행위를 엄격히 제한' 등의 경고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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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구간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하여, 환경 영향 평가서에 생태계 보전 구간으로 지정된 매우 중요한 구간으로 환경 파괴 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으며, 환경 관련 임의 훼손 시 관련법에 의거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낙동강 살리기 28공구 사업현장'

4대강 사업 낙동강 공사현장에 세워진 표지판이 가리키는 '생태계 보전 구간으로 지정된 매우 중요한 구간'은 바로 경북 구미시 해평면 일대의 해평습지다.

그러나 14일 오후 찾아간 해평습지는 생태계 보전구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황폐해져 있었다. 강변둔치는 이미 포클레인으로 할퀴어져 있었고 낙동강 습지의 상징인 대규모 버드나무 군락지는 훼손돼 있었다. 허연 모래가 드러난 바닥에는 중장비의 바퀴자국이 선명했다. 강 중간에 위치한 하중도를 따라 넓게 형성된 모래톱 일부도 준설작업이 진행돼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 [현장]"4대강사업은 강을 동물원 만들겠다는 것"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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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해진' 생태계 보전 구간 해평습지

김경철 습지와친구들 사무국장이 14일 오후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경북 구미시 해평습지에서 하중도 모래톱 준설작업과 대규모 체육시설 공사로 인한 철새도래지 훼손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철 습지와친구들 사무국장이 14일 오후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경북 구미시 해평습지에서 하중도 모래톱 준설작업과 대규모 체육시설 공사로 인한 철새도래지 훼손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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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사업계획에 따르면 이곳은 분명히 생태계 보전 구간이다. 강 양쪽의 둔치를 모두 제방으로 만들고 하중도의 모래톱을 준설하지만, 섬 중앙부의 버드나무숲과 녹지는 그대로 둘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은 이런 보전 방식에 대해 "습지의 껍데기만 남기는 것"이라며 "모래톱을 준설해 수심을 높이면 습지의 지형은 변할 수밖에 없고 생태계 보전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계획이 실질적인 생태계 보전이 아닌 보여주기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4대강 공사로 인해 여기저기 파헤쳐졌지만 해평습지에는 여전히 다양한 새들이 머물고 있었다. 습지로 들어서자 우리나라 대표적인 맹금류 텃새인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가 쌓여 있는 공사 자제 위로 날렵하게 내려앉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차량이 풀숲 옆을 지나치자 놀란 꿩 한 마리가 푸드덕 날갯짓을 하면 도망쳤고, 서너 마리의 백로들이 하중도에 남아 있는 모래톱 위에 앉아 쉬거나 얕은 물가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도 관찰됐다.

4대강 살리고 나면, 철새집단 도래지의 운명은?

4대강 사업 구미보와 칠곡보 사이에 위치한 해평습지는 구미시 일대 낙동강변 약 8㎞에 걸쳐 형성된 거대한 하천 습지다. 하중도와 인근의 강변둔치로 이뤄진 해평습지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와 쇠기러기, 청둥오리 등 다양한 철새들이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머무는 철새집단도래지이다.

철새뿐만 아니라 독수리와 원앙, 왜가리, 백로, 까치, 황조롱이 등 다양한 종류의 텃새까지 60여 종의 새들이 이곳을 안식처로 삼고 있다. 해평습지는 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4대강 사업에서도 보전해야 하는 구간으로 지정된 것이다. 그러나 해평습지가 4대강 공사 전의 모습을 유지하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경북 구미시 해평습지 모래톱이 사라지고 수심이 깊어지면, 이곳에서 쉬면서 먹이를 구하던 새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경북 구미시 해평습지 모래톱이 사라지고 수심이 깊어지면, 이곳에서 쉬면서 먹이를 구하던 새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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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철새도래지였던 곳에 4대강 사업인 대규모 체육시설과 생태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인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 '낙동강은 경제의 강'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이 표시판 왼쪽에는 '철새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시판이 최근 뽑혀나간 흔적이 남아 있다.
 14일 오후 철새도래지였던 곳에 4대강 사업인 대규모 체육시설과 생태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인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 '낙동강은 경제의 강'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이 표시판 왼쪽에는 '철새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시판이 최근 뽑혀나간 흔적이 남아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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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환경부는 해평습지를 비롯해 낙동강의 13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중도의 녹지와 일부 모래톱을 보존하고 준설되는 부근에 횃대(새가 앉을 수 있는 높은 장대)와 인공 모래밭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 철새가 도래하는 시기에는 공사를 일시 중지하거나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공사만 진행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김경철 국장은 정부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 "새들의 식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대체 서식지를 만든다는 것은 본래 살던 곳을 다 파괴하고 너희는 여기서만 살라고 하는 식의 동물원을 만들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모래톱은 철새들이 긴 여정의 휴식을 취하는 곳입니다. 모래톱을 준설해 수심을 깊게 하면 얕은 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두루미류의 철새들은 이곳에 머물 수 없습니다. 하중도와 양 둔치의 모래를 모두 준설하고 습지를 보전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14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는 경북 구미시 낙동강 해평습지. 지금은 물이 많이 불어나서 공사가 잠시 중단되어 있다.
 14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는 경북 구미시 낙동강 해평습지. 지금은 물이 많이 불어나서 공사가 잠시 중단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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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 강변둔치 개발... 주변 농토에는 아파트

김 국장은 또 "습지를 보전 한다면 그 습지의 가치를 보전해야 한다"며 "외국의 유명 관광지 가운데 습지가 많은데 우리는 지금 각 습지가 가진 가치를 무시하고 모든 강의 습지를 한강 고수부지처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의 지적은 하중도 바로 아래 둔치에서 확인됐다. 넓은 평야를 연상시킬 정도로 시원하게 펼쳐진 둔치 위에는 공원조성 사업이 한창이었다. 축구장과 야구장 피크닉장이 조성되는 공원은 서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어느 고수부지와 다르지 않았다.

김 국장은 "부산도 구미도 낙동강에 생기고 있는 모든 둔치가 똑같다"며 "강의 둔치를 특색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을 준설하고 제방을 높이 쌓고 이런 둔치를 만드는 것은 생명 다양성을 해치고 생태미학적으로도 천박한 짓"이라고 성토했다.

둔치 공원이 조성되는 현장 주변은 넓은 논으로 둘러 쌓여있다. 주거지역은 둔치에서 5~10㎞ 떨어져 있었다. 공원조성이 완료되면 주변은 어떻게 변할까?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가 적힌 현수막이 한 쪽에 걸려있었다.

'강+공원, 아파트 2배. 투자·재테크 환영. 내 집 앞 국내최대 낙동강 생태체육공원' 

14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피크닉장, 야구장, 축구전용구장 6개, 종합경기장 1개, 족구장 10개, 생태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인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 홍보 현수막과 조감도가 설치되어 있다.
 14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피크닉장, 야구장, 축구전용구장 6개, 종합경기장 1개, 족구장 10개, 생태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인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 홍보 현수막과 조감도가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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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인해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 생태공원과 대규모 체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낙동강 제방 건너편쪽에 '내 집앞 국내최대 낙동강 생태체육공원 2012년 완공!!! 강+공원 아파트 2배!! 투자 및 재태크' 등의 문구로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 생태공원과 대규모 체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낙동강 제방 건너편쪽에 '내 집앞 국내최대 낙동강 생태체육공원 2012년 완공!!! 강+공원 아파트 2배!! 투자 및 재태크' 등의 문구로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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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은 강이다' 특별취재팀(트위터 해시태그 : #낙동강은강이다_)
취재 : 김병기 국장, 김경년 부장, 박순옥-최지용 기자
사진 : 권우성 팀장
동영상 : 박정호-오대양 기자


태그:#4대강, #낙동강, #이명박, #해평습지, #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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