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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씨, 안녕하신가요? <오마이뉴스>는 13일 뗏목을 타고 당신의 편치않은 뱃속으로 들어가 청진기를 들이대려고 700리 뱃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첫날 내성천 회룡포를 지나 삼강주막에서 출발, 상주 경천대까지 내려온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뗏목이 파손돼 부득이하게 뭍으로 올라와 새로운 육상 여행을 시작합니다.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창자를 파헤치고, 농지리모델링이란 급조된 명분을 내세워 비옥한 땅을 불모지로 만드는 4대강 사업. 당신의 장기를 파헤치는 공정이 30%정도 진행됐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살아있는, 그래서 살릴만한 가치가 충분한 당신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며, 동영상 기사로도 송고됩니다.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쏴아-.

 

지난 16일 도착한 낙동강 하굿둑은 주수문의 문을 열고 700리 길을 흘러온 강물을 바다로 밀어내고 있었다. 하굿둑 구석에 배가 다닐 수 있는 조그만 갑문의 선착장에는 뿌리까지 허옇게 드러낸 나무와 페트병, 박스 등 부유물을 잔뜩 싣고 있는 배가 정박해 있었다.

 

30년 전,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재임 시절에 건설한 하굿둑은 낙동강에 건설될 8개의 대형 보와 그 모습이 닮아있다. 하굿둑의 수문이 위치한 교량 구간의 길이는 510m. 4대강 사업 일환으로 건설되고 있는 대형 보의 길이도 350~600m이다. 하굿둑의 10개 수문 가운데 양옆의 4개 조절수문은 높이가 8.3m 중앙 6개의 주수문은 9.2m.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8개 보의 높이도 9~11m이다.

 

물을 가둬 수량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같다. 하굿둑은 평상시 수문을 닫고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물이 가득차면 수문 위로 물이 넘쳐흐르게 한다. 염분이 없는 물을 가둬 놓았다가 부산 지역에 용수를 공급하고 바닷물 침수로 인한 김해평야의 염해 방지를 목표로 건설됐다.

 

이날 기자와 함께 현장에 간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하굿둑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세워지는 8개 대형보의 미래"라고 말했다. 왜일까?

 

썩은 강바닥 준설에만 매년 20억 원 쏟아부어

 

 

우선 이날 부산 을숙도에서 바라본 강물은 상류부터 봐왔던 것과 사뭇 달랐다. 많은 비로 흙탕물이 흐르던 강은 강바닥과 강변둔치에 일부 토사를 내려놓고 하굿둑까지 흘러왔다. 끝까지 남아있던 토사는 강물이 하굿둑에 정체하는 동안 바닥으로 가라앉아 강물은 색깔부터 달랐다.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고 가라앉은 토사가 각종 오염물질과 함께 뒤섞여 강바닥에 가라앉아 강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의 수질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끊임없이 준설을 해야 한다. 선착장 바로 앞에 하굿둑의 오염된 토사를 준설하는 업체가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수자원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매년 20~30만㎥의 토사를 준설한다. 하굿둑의 유지관리비를 제외하더라도 이 준설작업에만 연간 약 20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최수영 사무처장은 "낙동강에 8개의 보가 완공되면 막대한 혈세를 유지관리비로 쏟아부을 게 불보듯하다"고 말했다.

 

완공 후 반년 만에 적조 일으킨 하굿둑

 

 

정부는 물을 가둬두면 수량이 많아져서 희석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4대강 사업은 낙동강의 수질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의 진위여부를 가릴 바로미터인 하굿둑의 수질은 어땠을까?

 

낙동강 하굿둑은 87년 11월 완공된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낙동강 하류에서 처음 발생한 적조현상의 원인을 제공했다. 붉게 변한 강물과 등뼈가 휜 물고기 떼 사진이 당시 신문 1면을 채웠다. 하굿둑 안쪽에 담아 놓은 물이 모두 썩게 되니 결국 수문을 개방해 물을 흘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당초 수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는 포기한 것이다.

 

최수영 처장은 "낙동강 하굿둑이 있기 전 강물은 밀양에서 하구까지 0.6일, 하루가 채 걸리지 않고 도착했지만 하구둑이 세워지고 유하시간(물이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났다"며 "유속은 줄고 정체가 발생해서 그것이 조류발생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하굿둑 건설후 밀양에서부터 바다까지 낙동강의 유하시간은 7배 늘어난 4.2일이 걸렸다.

 

유속이 느려지는 현상은 8개 보에서도 발생한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의 예측결과에 따르면 건기 때 최상류인 안동에서 바다까지 18.3일이었던 낙동강의 유하시간은 8개 보가 세워진 후에는 185.8일로 10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최 처장은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서 실시된 '수질변화 예측 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 공사구간을 통합해 낙동강 전체 수계로 수질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보 하나를 독립적으로 계산하고 있다"며 "보가 설치돼도 수문을 통해 물이 흘러나오는데 상류 쪽 보에서 유입되는 수질이 정확하게 예측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각 보를 거치면서 누적된 오염도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첩을 잃어버린 부산... 낙동강은 또 무엇을 잃을까?

 

낙동강 하류는 예전부터 재첩이 많이 나오는 곳이었다. 부산에는 아직도 새벽 골목길에 울리던 할머니들의 '재첩국 사이소~'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낙동강 하굿둑이 생기고 재첩은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재첩뿐만이 아니다. 강의 담수와 바다의 염류가 만나 민물장어와 꽃게, 각종 조개류 등 다양한 식생이 존재했지만 하굿둑 건설 이후 개체수가 급감하거나 사라졌다. 현재는 붕어류와 같은 수질이 떨어진 곳에서만 사는 어류가 주로 서식한다.

 

▲ [현장] "철새가 하늘을 덮었다던 을숙도, 지금은..."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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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처장은 "낙동강 8개 보에 어도가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도 어도가 있지만 둑의 상하류를 왔다 갔다 하는 어종은 극히 드물다"라며 "하굿둑이 강 쪽과 바다 쪽의 생태를 완전히 나눴다는 의미에서 생태계의 단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겨울이면 이곳을 찾던 철새들이 하굿둑의 영향으로 먹이가 사라져,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겨울철새들이 날아오르면 하늘을 덮을 정도로 동양최대 철새도래지였는데 그 명성을 잃은 지 오래"라고 안타까워했다.

 

낙동강 하굿둑의 생태계 단절영향은 4대강 사업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보로 인해 상하류의 수생태계가 단절되고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면 강에 서식하는 종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부산사람들이 재첩국을 잃어버린 것처럼 또 어떤 것을 잃게 될지 알 수 없다.

 

이날 하굿둑을 둘러본 뒤에 최수영 사무처장과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을숙도에 세워진 한 표지판 앞에 섰다.

 

'우리의 환경은 후손에게 잠시 빌려온 것입니다.'

 

수자원공사가 낙동강하굿둑이 바라다 보이는 자리에 세운 표지판이다. 언제 설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꽤 흐른 듯 표지판의 색이 약간 바래있었다. 최 사무처장은 "낙동강하굿둑에 이런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저 표지판을 계속 세워놓고 싶다면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고 사업을 계속 하고 싶다면 문장을 바꾸던지 아니면 표지판을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낙동강은 강이다' 특별취재팀(트위터 해시태그 : #낙동강은강이다_)
취재 : 김병기 국장, 김경년 부장, 박순옥-최지용 기자
사진 : 권우성 팀장
동영상 : 박정호-오대양 기자

태그:#4대강, #낙동강, #이명박, #낙동강하굿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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