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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월)

목포대교 건설 현장
 목포대교 건설 현장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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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해도를 포기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목포 여행에 나선다. 목포 앞바다에 안개가 끼여 있다. 어제만큼 심한 건 아니지만, 바다 위로 멀리 내다보이는 풍경이 흐릿한 건 마찬가지다. 각도를 바꿔가며 열심히 사진을 찍기는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안개가 깔린 날,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합쳐져 있는 광활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는 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카메라 모니터에 비치는 영상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으로 보는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질 않는다.

목포해양대학교 앞에서 바라보는 목표대교 건설 공사 현장이 장관이다. 주탑 2개가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엄청난 위용이다'라는 느낌을 주는데, 그 위용이 사진에서는 그 느낌의 절반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왜소하다. 내가 보고 있는 걸 그대로 전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인어공주 아가씨는 왜 바다를 등지고 있을까

인어 동상
 인어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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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양대학교를 지나 다도해해상관광선착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바닷가에 조각상이 하나 있다. 가슴을 두 손으로 가린 인어소녀다. 검은 바위 위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여기에 왜 인어상이 앉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인어상이 바다가 아닌 육지를 바라보고 앉은 것도 조금 의아하다. 그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건 순전히 내 느낌인가?

인어상으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바다 위에 자동차 타이어가 하나 빠져 있다. 재미있는 건 물결이 치는 대로 쉼 없이 솟았다 가라앉았다 하는 검은 타이어 위에 앉아 있는 하얀 갈매기다. 마치 타이어를 타고 노는 것 같이 자연스럽다.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이 또 하나의 작은 조각상 같다.

목포는 아름다운 도시다. 바닷가를 따라 예술적이며 인간적인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사방에 널려 있다. 뽀얀 안개가 아니었더라면 내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한결 더 생생하게 살아났을 것이다.

수협 어시장 풍경
 수협 어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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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어시장에서 막 경매를 끝낸 수산물을 운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기와 갈치 상자들이 어시장 바닥을 덮고 있다. 물고기들이 담긴 나무상자를 포장하는 손놀림이 몹시 빠르다.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일이라, 시간이 늘 촉박하다. 포장을 끝낸 상자들은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떠난다. 물고기상자들이 시장 바닥을 덮고 있고, 그 사이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목포남항에서는 그물을 손질하느라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곳의 항구에서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 된 짠내와 비린내가 풍긴다. 항구가 들어선 이래로 단 하루도 그쳐본 적이 없는, 유래 깊은 냄새다. 가히 역사의 향기라고 부를 만하다. 결코 사소하게 보아 넘길 냄새가 아니다. 그 모습, 그 냄새에서 오랫동안 삭힌 젓갈 냄새가 난다.

부둣가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
 부둣가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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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손질에 바쁜 어부들 곁에 묘한 경고문 하나가 항구 풍경을 가로막고 서 있다. 이곳에까지 오면서 수도 없이 많은 경고문을 보아온 터라, 이곳에서는 또 무엇을 금지하고 있나 유심히 들여다본다. 경고문인지 안내문인지 알 수 없는 문구다. 행사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목포를 방문하는데 그 사이 3일간 부두에서의 그물 손질을 중단하고, 어구도 치워놓으라는 목포시장의 부탁 아닌 지시다.

목포를 그냥 슬쩍 지나가는 나그네 처지에서 그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문구에서 예전 장학사나 사단장이 방문한다고 해서 교실 바닥이나 연변장 청소에 부산을 떨어야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냄새나는 역사도 엄연한 역사다.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역사도 우리가 연면히 유지해온 역사다. 그 모두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역사다. 고결하지는 않지만 숭고한 역사다. 결코 가리고 숨길 일이 아니다. 관공서에서 시행하는 행정이 국민의 생업에 지장을 주는 것이라면, 불가피한 일이 아니고선 즉시 중단해야 한다. 그게 스스로 '머슴'을 자처한 자들이 할 일이다.

삼학도에 추억 하나 없는 사람 있을까

삼학도
 삼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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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바닷가를 따라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가는 길에, 육지가 되었다가 최근 다시 섬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삼학도'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삼학도는 목포 시민들의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곳이다. 60년대 이전에 태어난 목포 사람치고, 삼학도에 얽힌 추억 하나 간직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다. 향수를 자극하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삼학도는 60년대에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간척사업으로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삼학도가 나이 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전설의 섬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지난 10여 년간 다시 섬으로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목포 바닷가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들. 솟대 형상을 하고 있다.
 목포 바닷가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들. 솟대 형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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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학도, 중삼학도, 소삼학도, 3개 섬 사이에 수로를 내 삼학도의 예전 형태를 분명히 하고, 산봉우리가 깎여나간 자리에는 다시 산을 쌓았다. 100% 완전한 복원은 아니다. 하지만 뭍이 된 섬을 수십 년이 지난 뒤에 다시 뭍에서 분리하는 데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민 일반의 삶과 정서를 무시한 행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아직 사업이 완결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삼학도 주위를 빙 둘러가며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는 있다. 삼학도 안에 들어서 있는 공장들이 마저 자리를 옮기고 나면, 더욱 더 섬다운 면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학도에서 조금 더 가면 목포해양특구가 나온다. 목포해양특구는 자연과 역사와 문학을 배우기 좋은 곳이다. 목포의 문화 시설이 대부분 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

갓바위
 갓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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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양특구에서 가까운 곳에 특이한 이름의 관광명소가 나온다. 목포 갓바위다. 해안에 있는 바위 표면이 파도와 바람에 침식돼 보기 드물게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람이 갓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갓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갓바위를 감상하기 좋게 갓바위를 돌아가며 바다에 해상 보행로를 설치했다.

목포를 하루도 아닌 반나절만에 돌아보고 떠나는 건 확실히 무리다. 아무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여행이라고 해도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밥심으로 버틴다

영산강 하구언 제방
 영산강 하구언 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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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영산강하구언을 넘으면 거기에서부터는 영암군이다. 영산강하구언 제방 위에 산책로를 깔았다. 그리고는 그 위에 자전거와 인라인 통행금지 문구를 찍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문구다. 산책로나 보행로 위에서의 사고는 모두 자전거 책임이다. 제방 위에 있는 길을 보행로로 못 박은 이상, 그 점 분명히 인식하고 지나가는 게 좋다. 사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도로로 내려가 갓길을 달려야 한다.

영산강하구언을 건너온 뒤에 바라다본 목포
 영산강하구언을 건너온 뒤에 바라다본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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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하구언을 넘은 다음에는 영암방조제와 금호방조제를 지나 해남군으로 진입한다. 금호방조제를 넘으면 바로 화원반도(해남군 화원면)다. 해남군 서쪽 해안에서 북쪽으로 불쑥 솟아오른 형태를 하고 있다. 바닷가 여행을 하는데 결코 만만한 지형이 아니다. 그렇지만 앞서 지나온 반도들과는 달리 해안선이 그다지 복잡한 편은 아니다.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는 일만 없다면, 오늘 안으로 일주가 가능할 듯싶다.

이곳의 지형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평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얼마 되지 않는다. 체력 손실이 심하다. 이럴 때 열량을 보충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오늘은 아침부터 속을 든든하게 채운 까닭인지, 어제처럼 몸이 처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덤으로 왕복 4km 가까이 되는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일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가뿐한 몸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임화도 들어가는 길에 본 육지 풍경.
 임화도 들어가는 길에 본 육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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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반도 서쪽으로 섬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얼핏 봐서는 어디가 육지고 어디가 섬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다. 바다는 왜 또 그렇게 잔잔한지, 바다라기보다는 호수에 더 가깝다. 하지만 문내면 예락리와 연륙교로 연결이 되어 있는 임화도에 들어서면서, 이곳이 엄연히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라는 현실을 깨닫는다.

임화도에 지난 여름 태풍이 덮치고 지나간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지붕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양식장과 반파가 된 상태로 바닷가에 그대로 방치가 되어 있는 바지선을 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그 스산한 광경이 마치 이것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 불안하게 살아가야 하는 섬사람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화원반도에서 바라본 바다. 잠시 개었던 날씨가 다시 흐려지고 있다.
 화원반도에서 바라본 바다. 잠시 개었던 날씨가 다시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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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에 없던 비, 이젠 그러려니

오늘 하루는 해남군 문내면에서 마감한다. 여행을 마칠 무렵, 오후 내내 꾸물꾸물 하던 하늘이 드디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이 역시 예보에 없던 비다. 짜증이 날만도 한데, 이젠 그저 그러려니 무덤덤하게 넘어간다.

화원반도로 들어서는 길목에 차량이 꽤 많은 편이다. 갓길도 없는 길을 위태롭게 지나가야 한다. 하지만 일단 내륙으로 들어서 해안길로 접어들면, 도로를 나 혼자 점유한 것 같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도 있다. 마치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런 한가한 기분도 잠시, 사람도 없고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 산 속 높은 언덕을 나 홀로 오를 때는 문득 외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내일은 진도대교를 넘어, 진도를 한 바퀴 도는 섬 일주 여행을 할 계획이다. 오늘 달린 거리는 90km, 총 누적거리는 1905km다.

임화도 들어가는 길
 임화도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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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목포, #삼학도, #갓바위, #화원반도, #문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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