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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6일 오후 2시 45분]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이 유력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룹을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채권단 대표로 나선 김효상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은 "외환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을 비롯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현대건설 지분 공동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자동차그룹컨소시엄은 예비협상대상자로 밀려났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지분 34.88%인 3887만9000주를 공동 매각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이달 중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실사 및 본계약 등 내년 1분기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효상 본부장은 "이번 입찰에서는 특별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마련된 평가기준에 따라 수십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심도 있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가격적 요소와 비가격적 요소 가운데 어디에 더 우선순위를 뒀느냐는 질문에는 "종합적으로 다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 이날 발표에 쏠린 높은 관심을 반영했지만 회견은 질의응답 없이 발표문 낭독으로 5분여 만에 끝났다.

 

현대그룹 "옛 영광 재건"... 현대차 "안타깝다"

 

입찰에 참가했던 두 그룹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엇갈렸다. 2000년 현대건설 부도 이후 계열사에서 떼어내야 했던 현대그룹은 기업의 모태를 되찾아 온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 발표 직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로 자산규모 22조3000억, 매출 21조 4000억 원의 재계 순위 14위 그룹으로 도약해 과거 현대그룹의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면서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5 종합건설기업으로 발전시켜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취임 직후 지속적으로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밝혀왔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채권단의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에 깊이 감사한다"면서 "고 정주영, 정몽헌 두 선대 회장이 만들고 발전시킨 현대건설을 되찾은 만큼,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세우고 옛 영광을 재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예상 밖 결과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날 논평에서 "시장 논리에 따라 적정한 가격과 조건을 제출하였고, 입찰 절차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면서 "채권단에서 현대건설을 위한 최선의 판단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현대건설의 견실한 발전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현대그룹 계열사 주가 폭락... 현대차는 올라

 

주가는 입찰 결과와 반대로 움직였다. 코스피지수가 소폭 내림세인 이날 오후 2시 현재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계열사와 현대건설 주가는 가격제한선(15%)까지 폭락했다.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은 전날보다 15% 가까이 떨어졌고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14%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현대자동차가 4% 오르는 등 현대차그룹 계열 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그룹 입찰 가격이 애초 예상치였던 4조 원대를 크게 웃도는 5조 원대 중반으로 알려지면서 무리한 차입에 따른 부담감이 증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노조 '당혹'... 현대차 노조는 '안도'

 

노조 분위기도 엇갈렸다. 내심 현대차에서 인수하길 기대했던 현대건설 노조는 당혹해 하고 있고 현대차 입찰 참여를 반대해온 현대차지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너보다 전문 경영인 체제가 낫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건 현대그룹이건 오십보백보여서 중립적 입장"이라면서도 "노조 조합원 1400여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95%가 현대차그룹을 희망했다"며 상반된 결과에 당혹해 했다. 현대건설 조합원들은 현대차가 현금이 많고 현대그룹은 돈이 없어 그 부담을 현대건설이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현대차를 더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은 "노조에선 채권단에 심사시 가격적 요소 대 비가격적 요소를 5:5로 맞추고 고가 매각보다 저가 매각을 요청해 왔는데 매각 가격만 높여 자기들 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다"면서 "만약 대우건설 M&A처럼 승자의 저주가 발생한다면 채권단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건설 매각 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면서 채권단 실사 저지 등 실력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해온 금조노조 현대차지부 등에선 안도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등은 11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실제 목적은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으로 편법적 경영 승계를 위한 종잣돈 마련"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금조노조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 무산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이번 입찰을 계기로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자산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원하청 문제 해소, 자동차산업 발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와 진보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17일 열기로 했던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시도 문제 토론회 역시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 예정인 정태인 정치바로연구소장은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지금 건설 경기로 봐서 오히려 위험한 일"면서 "현대건설 인수가 무산된 건 현대차에겐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태그:#현대건설, #현대그룹,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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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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