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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렸던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지역구인 포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과학기술계로부터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건설이 핵심인 국제과학비즈니벨트법안이 국회에서 2년째 표류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포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프로젝트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예산 심의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내년부터 설계에 들어갈 공산이 크고,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는 내년 설계조차 이뤄지지 못할 전망이다. 과학기술계의 오랜 숙원이던 중이온가속기 추진은 안되고, 전혀 예상못한 포항 방사광가속기 건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막판 예산처리를 강행할 경우 교과위의 의결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집행·처리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정부가 올린 과학벨트와 포항 방사광가속기 관련 예산안을 비교해 보자.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소요예산 4600억 원)는 완벽하진 않지만 여러 공청회 등 과학기술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며 올라온 안건인데 반해 포항 방사광가속기(소요예산 4260억 원)는 전혀 그런 과정이 없었다. 두 가속기 모두 4000억 원이 넘는 거대 기초과학 장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위 예산 심의에 올린 내년 과학벨트 예산은 100억 원. 중이온가속기에 해당하는 항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200억 원)과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634억 원)이 과학벨트 예산 증가 의견을 냈으나, 지금 상태로라면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 높다.

 

반면 포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예산은 설계비 명목으로만 200억 원이 올라왔다.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200억 원 증액을 주장한 반면, 변재일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전액 삭감을 주문했다. 이 안건도 특별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 한 200억 원으로 내년 예산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동향이 연구현장에 퍼지자 과학기술인들은 '과학기술계도 만사형통에는 어쩔 수 없구나' 하고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공모절차가 무시되고, 포항지역의 암반안전 등 지역선정 타당성이 제대로 점검되지 못된 상황에서 갑자기 위에서 뭐가 툭 떨어진 감이 없지 않기에 아무리 봐도 정치적인 힘이 깔려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동시에 과연 MB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과학벨트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정략적 음모도 느껴진다.

 

가부장제가 뿌리 깊은 한국의 대통령들은 특히 형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공사(公私)를 구분 못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은 공정사회의 기치를 내세웠다. 누구나 공감하고 바라는 사회다. 국민들이 대통령 친구인 천신일 회장 구속으로 정의사회 구현에 어느 정도 신뢰를 갖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신뢰가 쌓이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가적 힘이 단결된다. 특히 최근 연평도 포격으로 국가가 일치단결해야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농후해 졌다.

 

국가 공동체가 공정사회로 나아가고, 국민의 힘을 응축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중요하다. 지도층이 행동으로 보여주면 많은 국민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고, 지도층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따를 것이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라는 과거 로마제국 귀족들의 불문율이 우리 한국 사회에도 얼마든지 뿌리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세계 역사를 들춰봐도 위대한 나라들의 저력은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자기 희생에 의해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 체제가 더 이상 정치적으로 만사'형'통(萬事'兄'通)할 게 아니라, 새로운 공정사회 구현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현으로 한국 기초과학의 만사형통(萬事亨通)을 이뤄내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염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덕넷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과학벨트,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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