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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을 포함한 여당 국회의원 22명이 예산안과 쟁점법안의 단독 강행처리 일주일 만에 뼈아픈 반성과 함께 다시는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소속의 4선 황우여·남경필, 3선의 이한구·권영세·정병국, 재선의 신상진·임해규·진영, 초선의 구상찬·권영진·김선동·김성식·김성태·김세연·김장수·성윤환·윤석용·정태근·주광덕·현기환·홍정욱·황영철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자성과 결의'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대국민 약속을 어기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의원은 "우리는 2011년도 예산안 등의 강행처리에 동참함으로써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폭력에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우리 자신에게도 있음을 깊이 반성한다"며 "우리는 독립성을 가진 헌법기관임에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민의 입장에서 심의·의결하지 못했고,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친수구역특별법, 서울대법인화법, UAE파병동의안 등 상임위 논의가 전혀 없었던 법안 등의 직권상정 단독처리를 용인한 것에 대해서도 "법안처리에 있어서도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우리는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어 "추후 국회 바로 세우기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의 과제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며 "이런 자성과 결의에 많은 여야 의원님들이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키면 '미운털' 안 지키면 '불출마'..."청와대에 '밀어붙이지 말라'한 것"

 

총선에서 공천권을 갖는 당 지도부의 입장에선 '물리력 동원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원들이 미워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 22인 의원들은 앞으로 물리력 동원에 동참하지 않으면 '비협조적 인사'라는 낙인을 찍히게 되고, 물리력 동원에 동참하면 스스로의 선언대로 불출마 해야 되는 상황이다.

 

성명서 발표 뒤 홍정욱 의원은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는 의원들이 불출마로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여당에서 먼저 책임감을 갖고 뚜벅뚜벅 나가면 야당에서도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은 "폭력이 동반된 예산처리는 어느 당이 여당이었든 반복되어온 것이고 언제나 제도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이렇게 국회의원 자신의 실천으로 분명하게 '이제 물리력 동원에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만큼 더 실질적인 조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이제 더는 밀어붙이지 말라'고 분명히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더는 밀어붙일 수 없을 것"이라고 이번 결의의 의의를 강조했다. 여당 내에 물리력 동원을 거부하는 집단이 버티고 있는 만큼 청와대나 당 지도부가 여야 대화를 버리고 '일방처리'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 의석은 171석. 이날 결의에 참석한 의원들을 빼면 149명으로, 과반의석이 안 돼 한나라당의 법안 단독처리는 힘들어진다. 8석의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이나 무소속 의원 입당 등의 변수가 있긴 하다. 그러나 당 내에 물리력 동원을 통한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 지도부의 의원 동원에는 큰 부담이 된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이들 22인 의원들의 결의를 시험해볼 수 있는 상황은 없다. 지난 8일 여야 대치가 예상됐던 핵심 쟁점법안들이 상임위 상정도 안 된 채 본회의 직권상정돼 예산안과 함께 통과됐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한미FTA 비준이 22인에게도, 당 지도부에게도 시험대

 

그러나 내년 상반기 중 미국 의회 통과가 예상되는 한미FTA 재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는 22인 의원들의 결의를 확인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결사반대 입장이고, 선진당도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한나라당 단독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이 이번 결의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지난 2008년 12월 폭력상황을 부른 한미FTA 비준동의안 단독상정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남 위원장은 정부가 기존에 통과된 한미FTA비준동의안을 그대로 놔 두고 이번 재협상 내용만 별도로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기도 하다.

 

남 위원장은 이날 한미FTA 재협정 비준안 처리 전망에 대해  "FTA 비준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해야 하며 절대로 물리력을 동원해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통위원장이 단독처리 불가를 공언한 만큼, 한미FTA 재협정 비준 국면은 22인 의원의 결의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는 동시에 결사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는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정치력 또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태그:#국회 바로 세우기, #23인, #김성식, #남경필, #의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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