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 검색어에 김연아를 적어보니 하루에만 그녀에 대한 뉴스가 수십 건에 이른다. 그녀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니 세계 최고의 피겨 여왕이다. 이번 주 그녀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세게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5년 전, 2006년 필자가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부르크에서 유학생으로 있을 당시 우연히 교민신문 사이트에 올린 글을 보았다. 피겨 동호회 회원으로, 김연아 선수를 따라 러시아로 응원을 오는데, 처음 오는 길이라, 교민(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솔직히 그때 '김연아'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고, 당시 주위의 학생, 교민들도 김연아
를 아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인터넷으로 그녀의 존재를 알고 난 후에야 그녀를 위해 응원을 갈 정도였다. 중요한 건 한국, 미국, 영국에서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사진과 포스터 현수막 등을 들고온 동호회 응원단이었다. 교민(학생)들은 그들의 지나친(?) 준비와 열정에 감탄을 하였다. 도대체 김연아가 누구기에?


김연아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던 응원단 중 한 일행은 김연아가 몸도 안 좋은데, 이코노미를 타고 왔고, 또 도시 간 환승하는 방법을 모르고, 교통 지원이 되지 않아 고생한 사실을 필자에게 전달해 주었다.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에 <오마이뉴스>에 글('피겨요정' 김연아의 고생길)을 올렸고, 김연아 선수가 현지에서 1등을 하며 관련 소식은 일파만파 급속히 퍼져 나갔다.


중요한 건 해외에서의 첫 우승은 그녀의 삶을 바꿔 놓았고, 그 뒤 그녀는 승승장구하여 마침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명색이 세계 최고의 피겨 여왕 자리에 올랐다.


이제 그녀는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VIP 통관을 하며 고급 차량이 의전으로 지원되어 5년 전처럼 9시간 넘게 이코노미를 타며 힘든 일정을 소화하지도 않을 것이고 통관하는데 긴 줄을 서지도 않을 것이며,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며 힘든 여정을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그녀의 땀과 노력이 결실이며, 척박한 한국의 피겨 환경에서 많은 고생과 어려움을 겪고 일궈낸 그녀가 스스로 만든 결과일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리고 세계적인 피겨 여왕이면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임에도 틀림없다.


2주 후면 김연아는 세게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언론은 매일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조명하고, 결승이 열릴 오는 30일에는 아마도 모든 국민이 그녀의 경기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이곳 교민들도 경기 한 달 전부터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아우성이다. 5년 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모습과 대우, 그리고 관심이 바뀌었다.


이 두 가지의 상반된 모습을 보며 필자는 김연아 선수와 독자분들에게 다음 두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첫째, 김연아 선수의 무명시절부터 주위에는 그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보이지 않는 그들이 있었고, 세게 어느 지역이든 김연아 선수과 가는 곳이라면 그들은 현장을 따라다니며 사진과 현수막을 들고 응원을 했다. 그녀의 첫 우승 시에도 많은 교민들과 학생들이 현장에서 마음속으로 애절하게 그녀를 응원했었다.

이제 그녀는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 그녀를 보는 우리가 모두 자랑스러워 하지만, 그녀의 무명시절부터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둘째, 우리 주변에는 5년 전 김연아 선수처럼 관심 밖의 선수들이 많을 것이다. 1위 또는 훌륭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 외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내며 여러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1등을 해야만 그들에게 관심과 환호를 보내지 말고, 변함없이 그들을 지켜보고 지원하고 많은 관심을 가져다 주자. 우리의 사랑과 관심은 더 많은 김연아 선수를 낳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의 김연아가 탄생한 배경에도 보이지 않는 팬들의 성원과 격려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1등에게만 환호를 보내지 말고 미래의 1등 아니 최선을 다하는 모든 선수들에게도 화이팅을 외쳐주자. 김연아 선수의 또 한 번의 우승을 기원하도, 지금 이 순간 땀 흘려 훈련에 매진하는 모든 선수들에게도 같은 격려를 외쳐보자.

2011.04.26 09:03 ⓒ 2011 OhmyNews
김연아 피겨 스케이팅 러시아 세계선수권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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