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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열기구투어
 카파도키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열기구투어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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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온 이후로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났다. 넓은 대륙을 욕심껏 보고 가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4시,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눈을 떴다. 오늘 아침에는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가 있는 날이다. 터키여행을 계획하면서 이것만큼은 꼭 해봐야지 마음먹었던 것이라 가장 기다렸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만났던 한 여행 작가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터키 가서 남들 다 찍어오는 열기구 사진 찍어오지말고 좀 다른 것을 찍어와."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들이 다 하는 거라 하고 싶었고, 남들이 다 찍는 거라 찍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 나는 마음을 먹은 후였다.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역시 날씨다. 맑은 하늘을 기대했건만, 잔뜩 찌푸린 하늘이 실망스럽다. 열기구를 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단은 추위를 대비해 옷을 잔뜩 껴입고 로비로 내려갔다. 아침잠이 없는 몇몇 어르신들은 이미 내려와 대기를 하고 있다. 우리 팀에서는 두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열기구 투어에 참여한다.

4명 이상이 모여야 투어가 가능하다고 해서 내심 걱정했었는데 괜한 기우였다. 이렇게 호응이 좋을 줄이야. 160유로(한화로 25만 원 정도)라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열기구 투어를 기다리는 관광객들
 열기구 투어를 기다리는 관광객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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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정도 기다렸을까? 열기구 투어 사무실에서 호텔 앞으로 픽업을 하러 왔다. 돌무쉬라고 부르는 차를 타고 약 10분여를 달려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투어 팀들이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2층으로 이동을 했다.

따뜻한 차와 다과가 준비되어 있어 간단히 요기를 하며 대기를 하는 동안 간단한 문서를 작성하게 한다. 대략 위험할 수 있는 질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내용에 체크를 하고 서명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절차가 끝난 후 다시 차를 타고 탑승장으로 이동을 했다.

열기구를 띄우기 위해 불꽃을 발사하고 있다.
 열기구를 띄우기 위해 불꽃을 발사하고 있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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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장이라고 해서 따로 어떤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천이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애물이 없는 평평한 지역을 골라 탑승준비를 하는 것 같다. 사무실이 많다보니 그냥 자신들의 구역을 나눠놓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탑승장에 도착하니 공기주머니의 공기를 데워 부력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처음 보는 광경이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내놓으라하는 베테랑들일 텐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몇 번이고 불꽃을 쏘아대고서야 비행준비가 완료되었다. 드디어 탑승 시작. 문이 달려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바구니를 타고 넘어서 들어가야 한다.

모두의 탑승이 완료되고 나자, 조종사가 주의할 점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서 들어야할 것은 '랜딩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착륙시 때로 필요할 수 있는 자세로, 조종사가 "랜딩 포지션"이라고 외치면 바구니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기마자세와 비슷한 동작을 취하며 몸을 낮춰야한다. 이때 어깨가 바구니 밖으로 나오지 않게 안으로 쏙 들어가 주는 것이 관건이다. 조종사의 설명을 듣고 시험동작을 취해본 후에 본격적으로 비행이 시작되었다.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다채로운 색깔의 열기구들.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다채로운 색깔의 열기구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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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기구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일행들이 아래쪽을 향해 손을 흔들기 시작한다. 내려다보니 이미 땅은 저만치 멀어져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순식간에 떠오른 것이다. 이렇게 투어 팀을 보내고 나면 지상팀은 투어가 진행되는 한 시간 동안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며 따라다닌다. 우리의 안전한 착륙을 돕기 위해서다.

열기구가 떠오르고 몇 분간은 눈앞에 펼쳐진 축제분위기에 한껏 기분이 들뜬다. 오색찬란한 풍선들이 눈앞에 둥둥 떠다니니 그럴 만도 하다. 마냥 신기한 모습에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신이 난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왜 카파도키아를 다녀온 사람들이 그렇게 열기구 사진들을 찍어댔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건 아예 자동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절로 셔터를 누르게 된다.

신비로운 카파도키아의 지형과 그 위를 나는 열기구들
 신비로운 카파도키아의 지형과 그 위를 나는 열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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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하늘을 향해 상승하던 열기구가 어느 지점이 되니 더 오르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조종사가 열심히 열을 뿜어대는 것 같은데, 더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날씨가 안 좋아서 여기까지밖에 못하는 거 아냐? 그렇다면 난 환불을 해달라고 해야지." 이미 머릿속에는 손해를 입지 않으리라는 굳은 의지가 들어찼다. 그런데 무전기로 블라블라 통신을 하더니 얼마지 나지 않아 이내 다시 둥 떠올랐다. 주변에 열기구들이 많아 사고가 날까봐 잠시 기다렸나보다. 괜한 걱정을 했다. 역시 성격 급한 한국인.

조금은 낮게 떠다니는 듯해서 답답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어느덧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다른 투어 팀들은 우리보다 한참 아래에서 떠다닌다. 왠지 모를 우월감이 생겨난다.

하늘에서 바라본 카파도키아의 지형은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든다. 투어 내내 얼마나 탄성을 질렀는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분홍색 바위들이 장미꽃잎처럼 겹겹이 쌓여있는 로즈밸리는 물론이고,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 어제 우리가 둘러봤던 기이한 골짜기 바위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열기구들은 자유로움이 가득하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도 전혀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 것은 신기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바구니 안에 쏙 들어가 있는 것이 나도 모르게 편안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단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구름 낀 하늘이다. 구름만 없었다면 해가 뜨는 것을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열기구를 타며 맞이하는 일출은 정말 장관이었을텐데 말이다. 얼마나 아쉬우면 자꾸만 날씨에 대한 푸념을 하게 된다. 제발 카파도키아에서 만큼은 맑은 하늘을 보여주기를 바랐건만, 올해도 난 날씨운이 없을려나보다.

비행이 끝난 후, 기구를 정리하는 직원들
 비행이 끝난 후, 기구를 정리하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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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여의 비행이 끝나고 착륙을 했다. 앞서 배웠던 랜딩포지션은 써먹을 필요 없이 무사히 내려앉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열기구의 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승객들을 타고 있게 하는데 바구니를 차로 올리는 과정에서 하마터면 바구니째로 넘어질 뻔했다.

공기주머니에 공기가 다 빠지지 않은 상태라서 바람에 휘둘리는 것은 당연하다. 아찔한 상황이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은 바로는 근처에 깨진 병이 있어서 그것을 피해 착륙을 하다 보니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투어가 끝난 후 이어지는 샴페인 세례
 투어가 끝난 후 이어지는 샴페인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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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무사히 착륙을 마치면 그 자리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자축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작은 테이블이 세팅되고 조종사가 샴페인을 터뜨려 세례를 퍼붓자 다들 이리저리 피하느라 난리다. 나는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 하에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의지의 사진쟁이. 샴페인 한잔을 나누고 나면 비행을 했다는 인증서를 나눠준다. 별 것도 아닌데, 뭔가 파일럿 자격증이라도 딴 것 마냥 으쓱해지는 이유는 뭐지?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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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는 이른 아침과 저녁 일몰 때만 운영을 한다. 여름철 시즌에는 비가 오지 않는 한 매일 운영을 하지만, 다른 시즌에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투어 시간은 한 시간 정도이고, 요금은 회사마다 다르니 충분한 흥정을 한 후 예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늘 위는 추울 수 있으니 투어 참여시 따뜻한 복장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 "터키 여행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어디예요?"라고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카파도키아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그곳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열기구투어를 강력하게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혹시라도 카파도키아를 다시 찾을 일이 생긴다면, 또 한 번 그곳의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태그:#터키, #카파도키아, #열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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