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버려놓은 물과 땅과 공기를 돌려놓고 떠나라." "돼지 다시 들어오면 이곳은 끝장이다." "돼지 재입식 결사반대."

 

경남 김해시 주촌면 원지·선지리 일대에 걸려 있는 펼침막이다. 주민들은 '원지·선지리 돼지 재입식 반대 추진위'를 결성하고, 마을 곳곳에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돼지 재입식을 앞두고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원지·선진리 일대는 지난 1월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를 집단 매몰시켰다. 가장 많은 7300마리를 묻은 매몰지를 비롯해 총 13곳에 묻은 것이다. 축사 바로 옆과 논, 밭뿐만 아니라 저수지였던 곳에도 묻었다. 매몰지는 집과 공장 옆에 두고 있다. 김해지역 매몰지는 한림·주촌면 일대 62곳에 이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3일 환경단체 관계자와 함께 침출수 유출 여부와 주민 여론을 살폈다. 주민들은 지난 봄 마을 입구에 '돼지 사육 반대' 펼침막을 내걸었는데, 최근 다시 내걸었다.

 

주민들은 7~8월 사이 돼지 재입식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고, 반대 활동에 나설 태세다. 주민 동의 없이 돼지 재입식은 절대 안된다는 것. 마을회관에는 집단행동 때 사용할 피켓이 마련돼 있었다. "돼지하고 살기 싫다"는 피켓도 보였다.

 

마을 축사는 텅 비어 있다. 이 마을에서 대규모로 돼지를 사육했던 축산업체는 모두 11개다. 축사 입구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내지 방역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구제역이 휩쓸고 간 지 6개월 정도 지났지만 그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한 주민은 "축산업자들은 돈 벌어 가는 게 목적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평생 살아야 한다. 업자들은 바깥 좋은 곳에서 살면서 인부를 고용해서 돼지를 키우고 있다"면서 "당초 7월 말에 재입식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우리는 결사 반대다. 주민 동의가 없는 재입식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애초 마을에 돼지 사육을 못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김해시에서 허가를 마구 내 준 것이다. 김해가 난개발이 심한데, 이전에는 축산업 허가를 마구 내준 것"이라며 "이곳은 평당 땅값이 60~70만 원에 거래된다. 그런 땅에다 넓게 축사를 지은 것은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돼지 재입식이 되더라도 이번 기회에 환경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한 주민은 "시에서 허가를 내준 상황에서 업자들은 재입식 하는 게 정당하다고 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오폐수 등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축사 옆을 지나다 보면 냄새가 심했다. 이전에 보면 오폐수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면서 "간혹 집중호우가 오면 오폐수를 한꺼번에 하구수를 통해 보낸다는 말도 들었다. 축사 전체에 대한 점검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집집마다 수돗물이 공급됐다. 집 앞 골목까지 상수도 시설이 놓여 있었는데, 주민들은 대부분 지하수를 사용해 왔다. 그만큼 물이 좋은 마을이었다. 매몰지 침출수로 지하수 오염이 걱정되면서 집집마다 50여만 원을 부담해 상수도시설을 갖춘 것이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힘을 모으는 게 우선 중요하다. 축사가 마을 곳곳에 들어서 있는데,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 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면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축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특히 분뇨처리 시설에 대한 점검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해관 민주당 경남도당 정책실장은 "돼지 재입식을 하려면 주민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해 주민과 김해시, 축산업자, 환경단체 등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침출수 유출 있나 없나?

 

주민들은 매몰지의 침출수 유출도 걱정하고 있다. 지난 7~10일 사이 김해 일원에는 300mm 안팎의 비가 내렸다. 주민들은 매몰지 일대를 둘러보며 침출수 유출 여부를 살피기도 했다.

 

지난 21일 한 매몰지 인근 도랑에서 침출수 유출 논란을 빚는 일이 발생했다. 매몰지에서 40m 가량 떨어진 곳이다. 주민들은 "하얀색이었는데, 콧물 같은 물질이 돌 틈 사이에서 흘러 나왔다. 이전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면서 "김해시에 신고했더니 관계자들이 나와 물로 씻어 버렸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돼지를 매몰할 때 비닐을 깔기는 했지만 찢긴 곳도 있었다"면서 "덮개를 다시 손 보거나 해서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이곳 마을의 땅을 보면 모래와 자갈이 많은데, 침출수가 생기더라도 바로 땅 밑으로 흘러 들어가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말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한 매몰지에서는 침출수가 나와 응급 복구를 하기도 했다.

 

김해시 축산과 관계자는 "몇몇 축산업자들이 재입식을 신청했다. 재입식하려면 8~9월 정도 돼야하는데, 주민들이 반대해서 협의를 하려고 한다. 신청이 들어온 축사에 대해서는 청소와 환경 상태를 확인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침출수 유출 여부에 대해, 그는 "엊그제 주민들이 침출수가 나왔다고 하는 현장에 가보았는데, 침출수가 아니었다. 손을 묻혀서 코에 대보았지만 냄새가 나지 않았다. 포크레인으로 파보았지만 침출수 유출은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인근 주민이 축사를 청소하고 인근 밭에 처리했는데, 그것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그:#구제역 매몰지, #김해시, #축산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