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비 어프레이드의 한 장면 영화 속 괴물들은 저택 지하 깊은 동굴 속에 살고 있다.

▲ 돈비 어프레이드의 한 장면 영화 속 괴물들은 저택 지하 깊은 동굴 속에 살고 있다. ⓒ 화앤담이엔티


'판의 미로'로 많이 알려진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각본을 쓴 호러영화 <돈비 어프레이드(Don't be afraid of the dark, 트로이 닉시 감독)>를 개봉일보다 며칠 일찍 보는 행운을 안았다. 덕분에 모기 입도 돌아간다는 '처서' 전날에 마치 모기를 몇 만 배 확대해 만들어 놓은 듯한 괴물을 만나게 됐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저택 깊은 지하동굴 속에 괴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꼬마 여주인공 샐리의 눈으로 확인되며 영화는 점차 공포분위기 속으로 빠져든다.

과거 저택의 주인이자 화가였던 블랙우드의 기괴한 모습과 정(釘)으로 하녀의 이빨을 깨부수는 장면 등은 여름이 다 지나가는 상황에서 한번쯤 오싹한 공포를 즐기기 원하는 이들에게 꽤 볼 만한 장면이 될 것이다.

저택은 블랙우드가 희생되고 괴물들의 출입구도 봉인되고 마는데 현 시대로 넘어와 다시금 그 봉인은 해제되고 만다. 바로 꼬마 여주인공 샐리에 의해서다. ADHD(과잉행동 및 주의력결핍장애) 판정을 받은 샐리의 똘망똘망하면서도 겁에 질린 눈망울은 영화 내내 무척이나 귀여우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애처롭게 만든다.

이후 샐리를 괴롭히는 괴물들은 마치 성경 속 무저갱에 빠진 사단의 무리처럼 저택 지하 깊은 동굴 속에서 어린 아이의 이빨을 탐내며 사람들을 살해할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데 이것이 이 영화의 주된 공포 스토리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이 영화에서는 샐리의 새엄마 킴만이 희생된다. 영화 끝까지 누군가가 희생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내지는 공포감이 지속되기에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괴물들이 으스스한 목소리로 내대는 "우리는 한 명만 원한다"는 소리는 결국 킴이 희생됨으로써 그 뜻을 깨닫게 해준다.

이 괴물들은 어린 아이의 이빨과 뼈를 희생제물로 삼기에 애초 샐리를 지하동굴 속으로 끌어가려 하지만 그 대신 새엄마 킴을 대신 데려가게 되는 것이다. 이 괴물들이 왜 어린 아이의 이빨을 그렇게 탐내는 지는 영화가 끝나도 알 수 없다.

이 괴물들은 마치 원한에 사로잡혀 몇 천 년을 숨어 견디어내는 구미호처럼 그렇게 저택의 주인이 바뀔 때까지 지하동굴에서 숨어 지낸다. 괴물들이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끝내 관객들은 알 수 없고 영화가 끝날 때쯤 저택 지하실로 가는 문에 새겨진 미로처럼 쳐놓은 함정속에 관객들은 다시금 갇혀버리고 만다.

유독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미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듯하다. 영화 곳곳에서 미로의 형태들이 나타나고 저택 뒷마당에는 실제 미로길도 존재한다.

결국 관객들은 영화의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 한참 스토리의 미로를 풀어가다 영화의 결론부에서 또 다른 미로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애초 길예르모 감독이나 트로이 닉시 감독의 영화적 장치인지도 모르겠다.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이번에 미해결된 영화의 미로를 좀 더 풀어나갈 수 있겠지만 영화의 결과를 미로속에 감추어두는 것이 길예르모 감독의 취미라면 어쩔 수 없다.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관객들이 하는 말 "무슨 스토리가 없어" "진짜 재미없다" 등 혹평들을 쏟아내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도 감독이 계획한 스토리의 미로에 속아버린 모양이다.

특별한 주제를 뽑아낼 수 없는 것은 무언가 풀리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 미로의 길을 잘 찾아가는 것이 <돈비 어프레이드>를 재밌게 보는 비결일 것이다. 특별한 주제의식보다는 공포감 그 자체와 무언가 풀리지 않은 미완의 그 무엇을 추리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화 속 괴물들을 우리 인간의 마음속 본성과 비교해 보았다. 영화 속 괴물들은 우리 인간 본연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사악함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살기 위해 순수함을 짓밟고 소중한 것을 뺏어가려 하니 말이다. 과히 우리 인간이 극도로 악해졌을 때
나오는 죄악과 유사하다. 요 몇 년간 유아와 아동 성범죄가 많았던 우리나라. 그러한 악함을 우리들 누군가는 지니고 있었다.

그렇담 무엇으로 이러한 사악함을 막아야 할 것인가? 영화 속에 등장했던 정이나 쇠망치, 아님 플래시일까? 그것들도 한계가 있다. 흔히 서양귀신들은 십자가를 두려워하는데 '돈비 어프레이드'의 괴물들은 아직 그것이 정확히 증명되지 못했다.

다음편이 만들어진다면 주인공들은 괴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내지는 그들을 제거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십자가만큼 강력한 무기를 관객들은 한번 상상해보라. 영화보기가 좀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감독이 던지는 미로 속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결은 결국 관객들의 상상력이다. 미완과도 같은 작품에 독자들의 상상력과 추리력으로 영화를 완성해 보라. 아마 감독도 그것을 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돈비 어프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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