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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8일 오후 7시 40분]

학교 "이소선 분향소 설치 철거는 정치적 이유 때문 아니다"

8일 오전 학생문화처장이 직접 '고 이소선' 분향소로 찾아와 다시 분향소 설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어제 이야기 한 분향소 철거와 관련된 부분은 오해가 있었다. 관계자가 임의적 판단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이번 분향소 설치 철거 요구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구조물 설치 및 학내 정치 활동과 관련된 학생 규약'의 측면에서 볼 때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학생단체 운영 및 활동 규정'에 따르면 학내 구조물 설치와 학내 정치 활동은 학생문화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학생단체 운영 및 활동 규정>
제10조 (단체의 활동) 단체의 활동은 다음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② 교내행사는 소정의 신청서를 학생문화처장에게 제출하여 허가를 받아 시행한다. <개정 2007.11.23.>
④ 집회에 관한 유인물, 게시물, 현수막, 프로그램 및 티켓 등의 제작은 초안을 작성하여 지도교수를 경유하여 학생문화처장의 허가를 받은 후 제작 배부하여야 한다.
⑤ 단체는 모든 행사가 끝난 후 5일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지도교수에게 보고하여야한다.

제11조 (행사신청서 제출) 행사신청서 제출은 다음 절차에 따라 학생문화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① 학술, 예술, 체육 등의 행사는 개최 3일전에 행사계획서를 첨부한 행사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개정 2007.11.23.>
② 다른 학교와의 연합행사 및 교외 단체와의 연합행사인 경우에는 7일전에 행사계획서를 첨부한 행사신청서를 제출하여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정 2007.11.23.>

이에 학생들은 학생문화처장과의 협의를 통해 이날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분향소를 임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3시 반 다시 학생 측과 면담을 가진 학생문화처장은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관계자를 통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며 "반면, 고 이소선씨의 분향소 설치는 정치적 활동이라고만은 판단할 수 없고, 그분이 민주화에 끼친 영향을 인정하는 점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아 분향소 설치를 승인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승인이 나면, 이날 중으로 다시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분향소 설치를 주도했던 고명우(철학과, 2005학번)씨는 "학교 측과 대화하는 와중에 오해가 있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절차에 있어 일부 규약은 사실상 거의 사문화되었던 규약이다"라며 "학내 정치활동이 모두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학생의 자치권의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얘기했다.

[1신 수정 : 8일 오후 2시 30분] 

카페 마리, 포이동, 두리반…. 그야말로 철거가 유행하는 세상이다. '강제철거'의 바람은 이곳저곳을 떠돌다 결국 대학교 내에까지 들어왔다. 학교 내에 마련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 분향소 강제철거 통보가 그것이다.

지난 9월 5일 서강대 '대학생사람연대'는 학내에 '고 이소선'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차렸다. 한 시대를 노동자와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다 가신 분에 대한 예의로, 1980년 민주화 운동 당시 목숨 바쳐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동문 선배 '김의기 열사'가 모셔진 곳 옆에 분향소를 차렸다. 지난 3일간 많은 학생들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한 학우가 학내 설치된 분향소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한 학우가 학내 설치된 분향소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윤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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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실천 없는 배움만 남은 대학에서 햇빛이 부끄러워 글을 남깁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 위에서 걱정할 일 없는 세상 되도록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어머님 언제나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대학 들어와 처음으로 읽은 책이 <전태일평전>인데, 그의 삶이, 분신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고 살아 있다 생각합니다. 그의 뜻을 받드신 어머니 편히 쉬십시오" 등 고인을 기억하고, 그 뜻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이소선 분향소 철거하라, 거절 시 강제철거할 것"

서강대학교 내 마련된 분향소와 방명록
 서강대학교 내 마련된 분향소와 방명록
ⓒ 윤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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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분향소 설치 3일째 되는 7일, 학교 측에서는 "내일 국제인문관 준공식에 관련하여 학내에 귀빈들이 많이 참석하시니, 의기촌에 설치된 고 이소선씨 분향소를 철거해 달라. 만일 거절 시 강제철거 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고 이소선의 분향소의 경우, 정치적으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아무리 민주화 투사라 하더라도 학내 동문도 아닌 사람의 분향소를 왜 굳이 학내에 설치하느냐는 것. 셋째,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을 비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떤 '귀빈'들이시기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향내가 그리도 거슬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고 이소선 여사'는 아들 전태일 열사를 먼저 보낸 후 반 평생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이 법을 몰라서 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동교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자신의 아들처럼 타인을 위해서 그리고 헌법이 말하는 '민주와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만드신 분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화장실에 갇힌 '서강교육헌장'

이소선 열사 추모 대자보
 이소선 열사 추모 대자보
ⓒ 윤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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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제시한 협상안이 있다. "그렇다면 내일 행사 기간 중에만 잠시 철거하고 다시 분향소를 설치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화장실 각 칸마다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서강 교육은 가치 지향적이다."
"서강 교육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표명한다."
"서강 교육은 능동적인 생의 투신을 위한 준비이다."

'서강교육헌장'이다. 우리 학교의 교육 헌장은 채 화장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분향소를 설치한 우리는 학교의 그 협상안을 거절했다.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을 위해 올곧게 반평생을 살아오신 분을 모시는 분향소가, 그를 불편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철거되어야 한다면 이는 곧 그 분의 삶을 배반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8일 오전 9시쯤 학교 측은 다시 협상을 제안해왔다. 학교는 "앞으로는 학교가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활동하라"며 "그것을 약속한다면 강제철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을 사전에 검열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오후 2시 현재 학생들은 분향소를 자진철거한 상황이다. 오전 협상 과정에서 학교 측이 "학교 측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양측은 학교 안에 정치적인 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학교에 사전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얻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두고 계속 협상 중이다. 학생들은 신고제를 원하고 있고 학교는 허가제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오늘 저녁에는 분향소를 다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윤호산 기자는 서강대학교 학생입니다.



태그:#서강대, #이소선,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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