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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루궁뎅이 버섯
 노루궁뎅이 버섯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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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버섯인가요?"
"어디서 따셨어요?"
"저기 참나무에서 땄는데요"
"잠깐만 저 주실래요. 이런 건 인증샷을 찍어서 트위터에 소개하는 게 제 취미라..."

지난 17일, 의정부시청 산악회원들과 함께한 해산(日山) 등산. 적어도 버섯이라면 갓과 대 그리고 주름으로 구성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가리킨 물체는 흰색을 띠고 있어 멀리서 보면 흡사 하얀 털의 노루 엉덩이 꼬리를 닮았다.

그래서 시골에선 이 버섯을 노루 궁뎅이라 부른다. 또 이 버섯은 독성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먼지만 툭툭 털어 생(날것)으로도 먹고, 된장찌개에 넣어도 별미로 꼽힐 정도로 특이한 향을 지닌 식용버섯이다.

해산, 산행 중 만난 것들...

 해산령에서 주봉을 오르기에 앞선 기념촬영
 해산령에서 주봉을 오르기에 앞선 기념촬영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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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산령에서 출발해 주봉을 지나 비수구미로 내려오는 등산코스를 정하고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목 해발 702미터에 위치한 해산령에 내렸다.

"좀 전에 우리가 지나온 터널이 길던데, 몇 미터나 돼요?"
"1986미터입니다. 그런데 2천 미터도 아니고 터널 길이가 왜 1986미터일까요?"

'뚫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인지 관심을 다른 데 돌리려는 질문자의 시선을 잡아서 설명을 했다.

"이 도로는 1985년도까지 존재하지 않던 도로였습니다만, 평화의 댐을 건설하면서 이 도로가 만들어졌는데, 1천 미터가 넘는 해산 정상을 넘어 평화의 댐 공사현장까지 도로를 연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죠. 그래서 어느 구간에 터널을 개설하게 되었는데, 의도적으로 1986미터 구간에 맞추었다는 거죠. 왜? 1986년도에 평화의 댐을 착공했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래서 이 해산터널이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해산령 쉼터에서 준비해온 막걸리를 한잔씩하고 1100미터 주봉을 향한 등산을 시작했다. '해산령 높이가 702미터인데 주봉(1100m)까지 오르는 것(400여미터)은 산책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주봉에 도착해서 소요시간을 확인해 보니 네시간이나 걸렸다. 그 시간이 매우 의미 있었다고 생각되는 건 오르면서 해산에만 살고 있다는 공작나비도 만나고, 고산지대에만 서식하는 투구꽃 그리고 고급 음식점 요리재료로 쓰이는 흐르레기 버섯을 만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을 해산엔 산야초가 지천이다

 고고한 자태의 잔대꽃, 뿌리는 약초로 쓰인다
 고고한 자태의 잔대꽃, 뿌리는 약초로 쓰인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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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是山中人 愛說山中話 五月賣松風 人間恐無價: 본시 산에 사는 산사람이라 산중 이야기를 즐겨 한다. 오월 솔바람을 팔려하나 그대들이 값을 모를까 그것이 두렵다(중략)'
작가 미상의 선시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해산 주봉에서 바라본 파로호
 해산 주봉에서 바라본 파로호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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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본시 산골태생이라 20대 중반의 나이에는 산에서 용돈을 벌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산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산야초, 산나물을 채취해 팔았으니 절도를 저지른 셈이다. 그중 세신과 죽시호는 값이 좀 나가는 약초였다. 그래서인지 80년대 초까지는 산에서 약초를 캐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았다. 산이 내어주는 것들을 채취하면 하루에 2만원 정도는 벌었으니(당시 막노동의 일당은 1만원 남짓) 괜찮은 돈벌이에 해당됐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산 산야초가 싼 가격으로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죽시호(약초)
 죽시호(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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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신(약초)
 세신(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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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연 때문인지 산행 중 만난 죽시호와 세신, 보랏빛의 용담꽃 그리고 잔대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로 유독 나만 반긴다는 상상에 사로잡혔다.

하산 길에 금강초롱을 만났다

 해산에서 만난 금강초롱
 해산에서 만난 금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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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에서 비수구미까지의 코스를 앞장서 걷던 나는 일행을 향해 걸음을 멈출 것을 부탁했다. 해산 1천 미터 능선의 등산로 옆에서 금강초롱 군락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좋은데, 꽃을 밟거나 꺽지 마시고 감상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시기에 금강초롱꽃을 발견한 것은 뜻밖이거든요."

초롱꽃과 금강초롱은 한여름철인 7, 8월에 피는 꽃인줄 알았는데, 이미 9월 중순이 훌쩍 넘은 시기에 이곳 고산지대에 만개한 금강초롱꽃은 뭐라 형용키 어려울 정도의 진한 보랏빛 향기로 우리를 반긴다.

"아니! 이건 또 뭐죠?"
일행 중 한 사람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나무에 조명탄 파편이 하나 걸려 있다.
"한국전쟁때 쓰였던 낙하산이 아직도 저렇게 나무 위에 걸려있는 거겠죠!"

 등산길 나무에 걸린 낙하산 파편
 등산길 나무에 걸린 낙하산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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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난 왜 여기에 조명탄이 저 몰골을 하고 걸려 있는지 알 것 같다. 이곳을 등산로로 개설하기 전까지 산 아래 기슭에 군부대 포사격장이었기 때문이다. 일행의 말처럼 한국전쟁때 사용했던 파편이라면 역사적 가치라도 있고 또 마른 나무에 걸려 있는 것이라면 나름 운치(전방이라는)도 있겠지만, 쇠줄에 달린 쇠뭉치를 매달고 살아가는 가래나무가 너무 애처롭다. 귀가 후 군청 관련부에 이것을 떼어내는 것이 옳은지 건의해 볼 생각이다.

 고목에 붙어 있는 흐르레기 버섯
 고목에 붙어 있는 흐르레기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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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여에 걸친 하산길 도착지 비수구미 마을의 산채 비빔밤.
대략 6가지 정도의 산나물을 볶고, 집에서 담갔다는 고추장에 버무린 이곳 비빔밥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건 우리처럼 등산이건 뱃길을 이용했건 허기진 상태에서 먹었기 때문은 아닐는지. 대화도 필요 없이 허겁지겁 먹는 데에만 충실(?)한 우리에게 식당주인 아주머님은 의미  심장한 한마디를 던진다.

"도시 사람들이 산에 오면 나무며 풀이며 모두 다 캐가서 남아나는 게 없어요. 그러면 이곳 전방에 있는 해산과 서울의 관악산이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등산하시는 분들 제발 산야초나 나물을 캐거나 뽑아가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용담(위) 그리고 투구꽃(아래)
 용담(위) 그리고 투구꽃(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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