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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령은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과 인제군 북면 사이에 있는 고개입니다.
 한계령은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과 인제군 북면 사이에 있는 고개입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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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 겨울, 4명의 여행객은 소형 승용차에 몸을 싣고 밤길을 달립니다. 그들은 하룻밤 묵어 갈 여비 조차 아까워 이렇게 밤을 이용해 길을 떠난 겁니다. 목적지는 동해바다, 그저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의 장엄한 일출을 보기 위한 바람 하나만을 가지고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강원도에 가까워질수록 날씨는 점점 흐려지고 어느덧 하늘에선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아마 인제 시내에 다다랐을 때였을 겁니다.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지는 늦은 밤이었고요. 운전을 하는 이는, 그저 갈 수 있는 데까지라도 가보자는 속셈으로 운전대를 계속 잡았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눈발에 원통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차는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4명의 일행은 꿋꿋하게 길을 달려 어느 갈림길에 도착을 했습니다. 한 곳은 미시령으로 가는 길, 다른 한 곳은 한계령으로 가는 길.

잠깐의 망설임 끝에 그들은 한계령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이유는 아마도 미시령보다는 한계령이 낫다는 판단에서였겠죠. 앞 차가 만들어 놓은 길을 그대로 밟으며 조심조심 구비 길을 올라 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계령휴게소에 도착을 했지요.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차에서 잠깐 내려 따뜻한 음료수로 추위를 달래보고, 다시 차에 올랐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계령 휴게소. 지금도 그 당시 이곳에서 체인을 끼우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계령 휴게소. 지금도 그 당시 이곳에서 체인을 끼우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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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체인 없이는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체인 없는 차량을 도로로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차에는 체인이 있었습니다. 운전을 하던 이가, 원통을 지나면서 일행이 잠든 틈에 어디선가 체인을 샀던 모양입니다. 그날 체인이 없었다면, 그들은 꼼짝없이 휴게소에서 밤을 보냈을 겁니다. 

남자 둘은 차에서 내려 체인을 감기 시작했습니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끊임없이 품어져 나오고, 그리 따뜻하지 않은 장갑을 낀 손도 시려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체인 감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바퀴 하나에 체인을 깔고, 차를 조금 앞으로 밀어 그 체인을 감고, 또 다른 바퀴도 같은 방법으로 하다보니, 어느새 몸은 지치기 시작했죠. 한 사내는 힘들다며, 차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운전하던 이는 힘을 내서 마지막 체인까지 다 바퀴에 감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저희가 올라온 길이 보이네요. 그 당시 양 옆으로 저희 키 만큼 눈이 쌓여있었습니다.
 저희가 올라온 길이 보이네요. 그 당시 양 옆으로 저희 키 만큼 눈이 쌓여있었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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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려오는 한계령 길은 아슬아슬 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운전하는 이만이 아니고 차에 탄 모든 이가 손에 땀을 쥐어야했으니까요. 그렇게 내려오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젠 이 길로 다니는 차가 한 대도 없습니다. 그리고 길 양 옆으론 이미 그들이 탄 차보다 높이 눈이 쌓여있었습니다. 제설차가 옆으로 밀어 놓은 눈이었지요.

 한계령은 설악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합니다.
 한계령은 설악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합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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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잠시 차에서 내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죠. 눈은 아까 휴게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그쳤고, 이젠 하늘에 덮여 있던 구름도 싹 물러가서, 선명한 별빛이 그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아, 별! 별! 별! 정말 새까만 하늘에 보이는 건 반짝이는 별뿐, 그리고 주변은 온통 하얀 눈 세상.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별빛과 눈빛에 힘을 얻은 그들은 이제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한계령을 내려옵니다.

"저 산은 네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네게 잊으라 잊어버리라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너무나 유명한 양희은씨의 노래 <한계령>을 부르며, 그들은 눈으로 덮인 세상을 뚫고 드디어 바닷가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 정도를 좁은 차에서 눈을 붙이고 장엄한 동해 일출을 바라보았죠.

이 이야기는 제가 막 결혼한 그해에, 처형과 그 형님, 저와 제 아내 이렇게 넷이서 가난하게 여행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한계령에 오를 때면 그때 기억이 또렷하게 납니다.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지요. 가끔 술자리에서 그 시절, 이야기를 추억하곤 합니다.

자!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저희 가족은 오랜만에 양양에서 가을 바다를 실컷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이곳 한계령으로 택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만에 한계령을 넘다보니 15년 전쯤 이야기가 생각나서 이렇게 적어봤습니다.

저희가 도착한 한계령 휴게소에는 등산객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아니, 그들이 놓고 간 차들이 많았죠. 휴게소뿐만 아니라 도로 곳곳에도 차들이 놓여 있었는데, 지나가면서 보니까, 주차위반 딱지들이 더덕더덕 붙어있더라고요. 혹시 생각이 있으신 분들 조심하세요.

 한계령 휴게소 위로 보이는 바위들. 뭔가 닮았는데,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들은 ‘모아이’ 라고 하던데요.
 한계령 휴게소 위로 보이는 바위들. 뭔가 닮았는데,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들은 ‘모아이’ 라고 하던데요.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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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아이들은 나중에 이곳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합니다.
 제 아이들은 나중에 이곳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합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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