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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의료진이 임신부의 호흡곤란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 기초검사인 흉부 방사선 촬영 등을 권유했으나, 임신부가 태아에게 미칠 위험성을 우려해 거부하는 바람에 태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료진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학지식을 갖고 있는 환자가 의료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진료거절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절한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에 따르면 10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45)는 결혼 후 유산을 반복하다가 2004년 5월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으로 세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임신 9주 무렵 절박유산으로 5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이래 H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왔다.

A씨는 임신 11주 무렵 한 태아를 자궁 내에서 자연유산으로 잃었고, 임신 29주 무렵인 2004년 11월 H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5일 전부터 생긴 호흡 곤란, 빠른 호흡' 등을 호소했다. 병원 의료진은 A씨의 호흡곤란이 악화되는 증상이 있어 흉부 방사선촬영 처방을 했으나, A씨는 임신부라는 이유로 거듭 거부했다.

또한 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응급실 내의 초음파기기로 쌍태아의 심박동을 확인한 후, 태아심음 모니터링과 진통억제를 위해 분만실 입원의 필요성을 설명했으나, A씨는 산부인과보다 자신의 호흡기 쪽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분만실 입원을 거부했다.

이날 밤 A씨는 산소포화도가 48%까지 하락하자 비로소 흉부 방사선촬영에 동의했고, 이에 의료진은 흉부 방사선촬영을 시행한 결과 울혈성 심부전 및 폐부종이 의심되는 증세를 확인하고, 이뇨제를 주사하는 한편 인공호흡기를 연결했다.

하지만 A씨는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아 심박동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그 후 응급제왕절개술을 받아 출산한 결과, 남아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신생아 가사 상태로 태어나 여아는 이후 조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결국 사망했다.

이에 A씨와 남편이 '진료과실'을 이유로 H병원의 학교법인 H학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8민사부(재판장 이병로 부장판사)는 2008년 8월 "피고는 원고들에게 1억 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작성한 A씨에 대한 경과기록지에는 분만실 입원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과 A씨의 입원 거부과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히 기재돼 있는 반면, 흉부 방사선 촬영의 필요성 설명과 거부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기재돼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춰 흉부 방사선 촬영의 필요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시행하고자 했는데도 A씨가 이를 거부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임신 초기 세쌍둥이였다가 한 아기가 임신 11주에 자궁 내에서 자연유산 됨에 따라 쌍태 임신으로 됐으며, 이런 경우 자연유산된 태아로 인해 임신 중 합병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 A씨는 의료진이 흉부 방사선 촬영 처방에 대해 산모라는 이유로 거부했으며, 의료진이 분만실 입원을 권유했으나 이를 거부하는 등 의료진의 처방에도 비협조적이었던 점 등을 참작해 병원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병원 측이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17민사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2009년 8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계속 병원 의료진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가운데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었지만, 극심한 저산소증에 달해 흉부 방사선 촬영에 동의하기 이전에는 A씨의 의식이 명료했기 때문에 의료진으로서는 A씨의 의사에 반해 강제적으로 흉부 방사선 촬영이나 분만실 입원 및 제왕절개술 등을 시행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진이 적기에 A씨에 대해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지 못한 것 또한 A씨가 의료진에 대한 환자로서의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것일 뿐이고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진료거절로 태아에게 위험이 발생할 우려 있어도 마찬가지"

사건은 A씨 측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의료진의 과실로 태아가 사망했다"며 A씨 부부가 학교법인 H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호흡곤란 등의 원인을 진단하기 위한 기초검사인 흉부 방사선 촬영부터 거절했다"며 "검사를 하지 못해 호흡곤란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산모 및 태아의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의학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력 10년의 간호사인 원고로서는 상당한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의료진은 수회에 걸쳐 흉부 방사선촬영 등을 권유하고 나아가 태아심음 모니터링 등을 위해 분만실 입원도 권유했지만, 원고가 이를 모두 거부해 실행하지 못한 경과에 비춰, 위와 같은 진단검사 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원고의 이해정도에 상응한 설명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과 더불어 원고가 병원 진료 당시에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하면, 원고 는 병원 의료진이 권유한 흉부 방사선촬영 등을 거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알았거나 의료진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음에도, 흉부 방사선촬영이 태아에 미칠 위험성 등을 고려해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거부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가 의료진이 권유하는 진료의 필요성과 그 진료 또는 진료거절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절한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수밖에 없고, 그 환자가 임신부여서 진료거절로 태아에게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이는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보인 호흡곤란 증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폐부종이라도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뇨제가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진이 원고에 대한 흉부 방사선촬영 등 기초적인 검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폐부종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거나, 이뇨제를 투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국 의료진에게 설명의무 위반,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원심이 원고의 협력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의료진의 폐부종 진단 및 치료 지연 등 과실 주장을 배척한 판단에는 법리오해, 판단누락 등 위법은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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