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닥터 지바고>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와 관련 많은 보도가 나왔는데요. 박순영 시민기자도 현장에 계셨던 것 같습니다. <오마이스타>에 기사를 송고해 주셨는데요. 단편적인 여타 보도와는 달리 현장 분위기나 조승우씨 발언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거의 '풀텍스트' 수준이다 보니, 오늘 다른 곳에서 접하지 못했던 발언들도 기록돼 있는데요.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홍광호씨보다 잘하지 못한다", "홍광호씨가 보내 준 잠언서 성경 구절을 읽고 <닥터 지바고> 출연을 최종 결정했다"는 조승우씨 발언이 그 예입니다. 뮤지컬에 관심 있는 독자님들에게 흥미로운 기사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 조승우가 합류한다. 당초 주지훈과 홍광호의 더블 캐스팅이었으나, 주지훈의 성대결절로 공연오픈 2주를 앞두고 지난주 조승우를 투입한다는 계획이 밝혀졌다. 17일 오후 2시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닥터 지바고> 기자회견은 많은 취재진의 관심 속에 신춘수 대표, 조승우와의 문답이 이어졌다.

Q. 먼저 작품 제작 배경 그리고 조승우 캐스팅 배경을 말씀해 주세요.

신춘수 "안녕하세요. 이번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제작을 맡은 신춘수입니다. 제가 한 이전의 여러 작품이 있지만, 이번 <닥터 지바고>는 미국, 한국, 호주의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제게는 뜻 깊은 작품입니다. 특히 이번에 유리 지바고 역으로 뮤지컬계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는 조승우씨가 합류하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

가장 강력한 지바고를 선택하는 것이 이 작품을 위한 일이라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전 작품들을 하면서 조승우씨와 친분이 있었구요. 작품 설명과 또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해야 되는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하면 수락할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앞 뒤 안 가리고 조승우란 배우를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조승우가 캐스팅 된 이 상황이 믿기지 않네요."

조승우가 <닥터 지바고> 거절한 이유는?

<닥터 지바고> 기자회견장 배우 조승우가 기자회견에서 <닥터 지바고>의 유리 지바고로 캐스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닥터 지바고> 기자회견장 배우 조승우가 기자회견에서 <닥터 지바고>의 유리 지바고로 캐스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문성식 기자



Q. 조승우씨에게 질문합니다.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조승우 "뮤지컬 <조로> 3회 공연을 남겨두고 처음 <닥터 지바고> 제의를 신춘수 대표님으로부터 받았을 때 무척 당황했습니다. '이제 우리 사이가 이렇게 멀어지게 되는구나'라고 말이죠. 신 대표님이 참 무모하고 도전의식이 정말 크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처음 거절한 이유는 <조로>가 11월 4일에 시작하여 1월 15일에 끝나는데, <닥터 지바고>는 2월에 시작합니다. 연습 스케줄이 너무 짧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정말로 저를 필요로 하고, 이 작품에 제가 있어야 된다면 공연을 늦추던지, 그런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배우가 공연장의 대관 스케줄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 등이 불쾌했습니다.

하지만 신춘수 대표님 나름의 사연이 있겠지 생각하면서 거절하고는, 잊고 있었죠. 사실은 5년 만에 <맨 오브 라만차>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다시 <닥터 지바고>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저는 여전히 <돈키호테>가 하고 싶었던 상황입니다.

그런데 <닥터 지바고>를 들여다보니, 바로 돈키호테가 신춘수 대표님이지 않습니까. 무모하고 도전적이고(웃음). 이걸 하면 돈키호테에 대한 갈증은 좀 사라지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작품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작품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았어요. 대본이 잘 읽히지도 않았고.

이 작품은 러시아 혁명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작품해석이 불가능한 작품이에요. 부득이하게 거절은 했지만, 신 대표님의 제안을 곰곰이 생각하고서, 다음날 귤 두 박스를 사들고는 홍광호씨와 전미도씨, 최현주씨의 리허설을 봤습니다. 처음 하는 리허설 장면이라는데, 깜짝 놀랐어요. 무대장치와 음향장비 없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파워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은 대표님의 패기와 도전정신에 감동을 했고 그래서 수락했습니다. 유리 지바고의 혁명 정신에 대해 이해가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그때 광호씨가 보내준 잠언서의 성경구절을 읽고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조로가 어제 끝났고, <닥터 지바고> 연습시작 한 달이 지난 후 합류한 저의 상황과 유리 지바고의 외로운 상황이 비슷하지 않나 생각하며 연습에 임하겠습니다."

신춘수 대표 "조승우 출연 4월이나 5월 즈음"

<닥터 지바고> 신춘수 대표와 배우 조승우 신춘수 대표와 배우 조승우가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캐스팅 상황에 대하여 기자회견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 <닥터 지바고> 신춘수 대표와 배우 조승우 신춘수 대표와 배우 조승우가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캐스팅 상황에 대하여 기자회견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Q. 주지훈씨의 성대결절 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신춘수 "주지훈씨는 프리프로덕션 시절부터 일찍 연습시작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성대결절이 왔고 다시 돌아올 수 있지 못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지바고 역을 다시 캐스팅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조승우씨 캐스팅은 마지막 순간에 결정했습니다." 

Q. 그렇다면 조승우씨는 언제 무대에 서게 되는지요.

신춘수 "보통 뮤지컬은 7주 연습을 합니다. 조승우씨가 본격적으로 연습에 투입되는 시기는 승우씨의 연습상황과 밀도를 봐서 결정할 것입니다."

Q. 연습량의 마지노선이 있습니까?

신춘수 "마지노선은 없습니다. 충분한 연습기간, 또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입니다."

Q. 그럼 4월이나 5월 즈음이라고 보면 됩니까?

신춘수 "그런 기준은 없지만, 그 즈음이라고 볼 수는 있습니다. 만약에 안 될 경우에 홍광호씨에 대한 원 캐스팅도 고려해보는 등 여러가지를 생각중입니다."

조승우 "이렇게 말씀드려 죄송하지만, <드림 걸즈>는"

Q. <조로> 이후 <닥터 지바고>와 같은 대작 합류가 조승우씨에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이 힘드시지 않나요?

조승우 "<조로>는 몸도 많이 써야 되고 주인공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공연횟수를 일주일에 3∼4회로 했습니다. 하지만 밝은 기운을 주는 공연이기 때문에, 또 매일매일 공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기쁨을 주었던 공연이었습니다. 다른 공연 같은 경우엔 하루에 2회 공연을 못하는데, 조로는 하루 2회 공연도 할 수 있을 만큼 즐겁고 기쁘게 했어요.

예를 들면, <지킬 앤 하이드>는 제 몸무게가 65킬로로 시작해서 58킬로로 끝났어요. <조로> 때에는 64킬로로 시작해 68킬로로 끝났으니, 그만큼 살을 찌우게 한 작품입니다. 어찌됐든 유리 지바고는 제 역할입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입니다.

아까 신 대표님은 7주라고 하셨는데, 제가 했던 작업은 기본적으로 6주였습니다. 대본 동선을 익히는 시간은 4주안에 끝납니다. 5∼6주는 사실상은 버리는 시간입니다. 무대완성과 조명을 기다리며 버리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는 제가 기대하기로는, 4주가 지나면 무대나 조명이 짜여지고 하기 때문에 제가 투입되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신 대표님이 제작했던 <드림 걸즈>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이렇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사실 아시다시피 대표님과 친해요. 대본이 무모했고, 좋은 배우들로, 좋지 않은 공연을 하게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공연상에서도 감히 말씀드리지만 영화만큼 나오지 못했어요.

그래서 신 대표님에 대한 의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하나만 잘할 것이지 여러 가지를 다 건드려서 여러 사람을 다 피곤하게 만들고 그럴까'하는. 그래서 신 대표님이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얻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닥터 지바고> 연습현장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제작자에 대하여 '제작자 = 돈' 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신 대표님은 다릅니다."

"개런티에는 관심 없어, 스타 마케팅 이야기 불쾌"

Q. 원래 <조로> 이후 어떤 영화나 연극을 하려고 하셨는지요?

조승우 "여러 영화나 연극 대본이 들어왔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좋은 작품이 없어서 상반기에는 <헤드윅>을 하려고 했었죠. 하반기에는 <맨 오브 라만차>를 하려고 했었고요. <지킬 앤 하이드>는 엄청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이렇게 <닥터 지바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또 운이 좋아 좋은 대본이 온다면, 하반기엔 영화를 하겠죠."

Q. 마지막으로 두 분에게 <닥터 지바고>에 임하는 포부를 여쭤보겠습니다.

신춘수 "뮤지컬 제작을 시작하면서 품었던 '좋은 작품을 올리고 싶다'라는 꿈은 여전합니다. 이 <닥터 지바고>는 저에게 많은 행복을 주었던 작품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배우잖아요. 이번엔 조승우씨까지 얻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요. 기자분들도 저희 오디뮤지컬컴퍼니에도 힘 실어 주시기 바랍니다."

조승우 "제가 아까 자신감이 제로라고 말씀드렸지만, 그건 아니고요. 최고의 연기보다는 최선을 다할 자신감은 있습니다. 어차피 제가 물론,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홍광호씨보다 잘하진 못하겠지만, 그만큼 많이 도움을 요청할 거구요. 외국 스태프들에게도 자문을 구할 것입니다. 제가 언론에서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컬인'이다, '뮤지컬의 대통령'이라고 얘기되는 것에는 별로 의존하지 않아요.

제가 영화에서는 흥행도 해보고 실패도 해봤지만, 뮤지컬에서는 늘 흥행만 해오고 실패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아까 어떤 기자분이 개런티에 대해 물어보셨지만, 저는 개런티에는 관심 없습니다. 만약 제가 돈을 벌려고 했다면 러닝 개런티를 해서 재벌이 되었겠죠.

또 저를 두고 '스타 캐스팅'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불쾌합니다. 감사할 일이지만, 제가 스타여서 뮤지컬에 캐스팅 된 것이 아니라, 제가 무명 때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차차 스타가 된 경우죠. 저는 작품이나 연기를 보지, 돈이나 스타성으로 치부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이번 작품 <닥터 지바고>도 분명히 훌륭한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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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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