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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
▲ 원양 다락논 아침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
ⓒ 송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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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운남성 원양의 다락논에 가볼 것을 강추한다.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처음으로 해외출사에 나섰다. 설레었다. 일반적인 여행은 몇번 해봤지만 본격적으로 사진찍으러 해외로 나가본 일은 없기 때문이다. 중국 운남성이었다. 2006년에 배낭여행으로 17일간 다녀온 곳이다. 한 번도 안 갔다 온 곳이 부지기수인데, 국내도 아닌 해외를, 간 곳을 또 간다는게 흡족한 제안은 아니었지만 사진 찍으러, 그것도 컴팩트 카메라가 아닌 DSLR카메라로 찍으러 간다니 가보자는 맘으로 따라나섰다.

하늘이 물에 비쳐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 원양 다락논 하늘이 물에 비쳐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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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여분의 배터리를 충전까지 해서 충전기와 함께 잘 챙겨 넣었다. 해외니만큼 가방이 무거우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국내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는 숄더백을 가져갈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좀 큰 배낭형으로 결정하고 삼각대까지 아주 잘(?) 챙겨서 집을 나섰다.

같은 논이어도 색깔이 다르다. 마치 그림같다.
▲ 원양 다락논 같은 논이어도 색깔이 다르다. 마치 그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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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의 흑룡담공원, 옥수채, 여강고성 등과 원양의 다락논의 일출, 원모토림과 랑바푸토림, 상해의 외탄 야경 촬영이 주였다.

일행 14명이 여행사의 인솔자 1명과 함께 출발했다. 값이 비싼 대신 쇼핑을 거의 빼다시피 했고 촬영지 간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으므로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곤명은 해발고도가 높아 사계절의 기온차가 크지 않다. 겨울에도 평균기온이 7-8도 정도로 한국보다 훨씬 높아 따듯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흑룡담 공원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는데 손이 시려웠다. 내복까지 챙겨 입었음에도. 게다가 옥수채에선 눈발까지 날려 더 추웠다.

점심을 먹고 옥수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데 어지럽고 숨이 찼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다. 점심 먹은게 부담이 되어 소화가 안 된 상태라 그런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참! 고산지대지. 그때서야 꺠달았다. 천천히 돌아다니고 잠시 앉아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사진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배운대로 찍어보려는데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백사벽화마을엔 매화꽃이 피어 있다. 파란 하늘아래 핀 분홍 매화(홍매화)꽃은 고왔다. 추워서 얼어붙었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주었다.

수허고성 여강고성까지 촬영하고 저녁식사후엔 야경을 찍어보자 하여 밖으로 나갔다. 고성의 4방가(고성의 번화가 거리)는 불타는 듯했다. 낮보다 더 화려했다. 6년 전에 왔을 때보다 더 화려해진 듯했다. 거리도 많이 바뀌었다. 고성에 어울리지 않게(?) 명품같은 상품을 파는 가게도 늘어났다. 겨울인데도 관광객은 많아 보였다.

사부를 따라 나섰다. 불타오르는 것 같은 야경이었다.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부착했다. 찍었다. 몇 장 안 찍었는데 배터리가 떨어졌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배터리 확인을 안 고 나온 것이 실수였다. 숙소까지 갖다오기는 먼 거리였다. 할 수 없이 다른 사람들 찍는거 보면서 참견도 하고 구경도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가져온 짐을 풀어 배터리를 찾았다. 없었다.

하니족 여인들의 모습과 아이들이 순박해 보인다.
▲ 하니족 하니족 여인들의 모습과 아이들이 순박해 보인다.
ⓒ 송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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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렸나? 샅샅이 뒤졌는데도 없다. 불길하다. 집으로 전화를 했다. 집에 있단다.
이런 젠장! 5일 촬영 일정에 겨우 하루 찍었는데.

일행의 카메라 기종을 다 확인했다. 혹시 충전기를 빌릴 수 있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충전기는 다 달랐다. 이렇게 꼼꼼할 수가!(카메라제조사) 충전기정도는 호환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이건 사기야. 말도 안돼! 앞으로 어쩐담? 낭패다.

담위에 나무막대 위에 신발 말리는 모습이 정겹다
▲ 하니족 마을 풍경 담위에 나무막대 위에 신발 말리는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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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컴팩트 카메라는 있었다(ixus-850 is), 일명 똑딱이. 불행중 다행이랄까? 혹시나 해서 컴팩트 카메라를 가져간 것인데.

다음날은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원양의 다락논을 촬영하러 나섰다. 다락논은 산간지대에서 경지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만든 계단식 논이었다. 이곳에 사는 소수민족인 하니족이 1000여 년에 걸쳐 이루어낸 다락논(다랭이논)이 3000여 개의 계단을 이룬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논의 수는 17만여 개란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기대 살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에 감탄할 뿐이다.

벼농사를 짓기 힘든 이 험한 산간지대에 이런 논을 일구다니! 그들의 포기를 모르는 도전정신과 삶이 경외스러울 뿐이다. 삶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이었다. 수를 놓은 것 같은.

빨랫줄에 걸린 빨래가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다.
▲ 하니족 마을 풍경 빨랫줄에 걸린 빨래가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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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찍겠다고 새벽 5시에 나섰다. 이 시간엔 빛이 전혀 없어 앞에 있는 길도 잘 안 보일 정도였다. 똑딱이라 불리는 이 작은 카메라로 잡힐 리가! 결국 해가 뜬 다음에야 환한 빛을 이용해 찍을 수밖에 없었다.

물이 고인 논은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다시 한 번 속이 쓰렸다. 곧 맘을 바꿨다. 그나마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디야?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과 번갈아가며 많이 찍었다.

이불을 널어 놓았다. 햇빛에 말린 이부자리가 포근한 숙면을 부를 듯
▲ 하니족 풍경 이불을 널어 놓았다. 햇빛에 말린 이부자리가 포근한 숙면을 부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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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포인트는 서라운드형이다. 빙 둘러보고 찍기에 적당하고 비디오형으로 찍기에 좋은 듯하다. 여행일정상 일몰이 아닌 한낮에 찍어 그림이 안 나온 것이 아쉽다. 아이들은 엽서나 수공예품을 팔려고 집요하게 우리를 쫓아다녔다. 아이들이 우리 나이로 초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다락논이 인쇄된 엽서를 가지고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안산다고 손사래를 치는데도 열심히 따라다닌다. 얼마냐고 물었다. 20위안이란다(우리돈 약 4000원 가량). 비싸다며 깎아달라고 흥정을 해서 10위안에 샀다. 기념품으로 괜찮을듯해서다. 다른 아이들이 또 사라고 하기에 내가 산 엽서를 보여줬더니 아쉬워 한다. 일행중 한 명이 아침으로 싸줬던 도시락(빵과 과일 음료수등이 들어 있었음)을 줬더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마을에 들어서자 남자들이 당구를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하니족 풍경 마을에 들어서자 남자들이 당구를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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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시락도 손도 안댄터라 주려고 버스에서 내리자 또 우루루 달려든다. 대신 사진 한장을 찍자고 하자 포즈를 취해준다. 관광객이 많아선지 소박한 느낌보단 상업적이란 느낌이 들었으나 어디 이들만의 잘못이라 할 수 있으랴. 살기 위해선 이들도 바뀌어갈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행에서 제일 강추할 만한 곳이다.

오는 길에 하니족 마을도 잠시 들러 사진을 찍었다. 사실 인물사진은 카메라를 마구 들이대는게 실례인지라 말이라도 나누고 경계를 허문 다음에 찍어야 한대서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인사말 몇 마디가 다인 알량한 중국어 실력으로 "니하오?" 를 건네며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선선히 응해준다.

하니족 사람들의 파란색 두건이 인상적이었다. 하늘색도 어쩜 그리 맑은 지 두건색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키는 자그마하고 검은색 옷을 많이 입는 듯 하다. 파란 하늘밑 빨랫줄에 널어놓은 옷도 인상적이었고 울타리 나뭇가지에 신발을 걸어 말리는 모습도 정겨웠다.

마을 입구를 들어서자 남자들 여럿이 모여 당구를 치는 모습이 보였다. 가게 안에서 수를 놓고 있는 여인의 모습도 보였다.

일몰을 못 찍고 돌아와 아쉽긴 했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걸작품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험악한 자연환경을 마다하지 않고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예술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니족의 삶에 고개가 숙여진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오고 싶다. 사진만이 아닌 그들의 삶 속에도 들어가보고 싶다.

단 며칠의 여행으로 그들을 알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마음이, 삶이 담긴 진정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반드시 충전기와 배터리 여분도 잘 챙겨서 더 멋진 사진을 찍어가겠다고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태그:#DSLR카메라, #컴팩트 카메라 , #여강, #원양, #다락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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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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