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단국대학교에는 하루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방문하는 누리집이 있다. 바로 '단쿠키'다. 필자가 단쿠키를 처음 알게 된지도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처음엔 그저 온라인에서도 많은 학우들을 만나는 게 즐거웠지만, 점차 이 공간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름의 면접을 보고 운영진으로 발탁됐다.

대학 커뮤니티 연합 UCAN에 단쿠키가 참여하면서 필자 역시 UCAN의 정회원도 맡게 됐고, 지금은 온라인에서 단쿠키 칼럼게시판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회원으로서, 운영진으로서, 칼럼니스트로서 단쿠키를 봐 온 셈.

문득, 현재 UCAN 대표와 단쿠키 대표를 운영진으로서가 아니라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창한다는 소리를 듣는 커뮤니티지만 아직 언론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인터뷰가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난 8일, UCAN 대표 김덕현씨와 단쿠키 대표 김보성씨를 만났다.

- 두 분은 어떤 사연으로 UCAN과 단쿠키 대표를 맡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김덕현(아래 덕): "2010년도 1월에 군 전역을 하면서, 활동적이고 재밌는 일을 해보고자 숭실대학교 커뮤니티 유어슈에 운영진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유어슈 총회에서 현재 운영진과 졸업하신 운영진이 모두 모여 투표로 대표를 뽑는데, 제가 2011년도 대표가 된 거죠. UCAN도 역시 투표로 2012년도 3대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김보성(아래 보): "저 같은 경우는 2기 대표를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만나게 되었고요. 그 친구와 친해지면서, 단쿠키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운영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기 대표가 사직하고, 제가 그 자리를 맡게 되었죠."

- 다들 초대 대표가 아니라는 건데, 이전 대표와 정책적인 면에서 차이는 없으신지요.
: "우선 커뮤니티 규모가 굉장히 커졌죠. 이전 대표가 소규모였던 커뮤니티를 대규모로 키워놨다면, 즉 성장기였다면, 지금은 과도기라고 볼 수 있겠죠.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아직은 불안정한 그런 시기라고 해야 하나…. 정보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이 좀 달라요. 이전 대표는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좋은 정보를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뭔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강의 평가 같은 경우 열람하는 회원들은 포인트가 깎이고, 제공하는 회원들은 포인트를 받는 식이죠."

: "UCAN의 경우 2대 대표 김완길씨가 발전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어요. 각 학교 운영진들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운영진 공간도 만드셨고, 통합게시판 사업도 하셨죠. 그런데 보궐 선거로 당선이 된 거라, 임기가 6개월이었거든요. 제가 당선 된 후에는, 전 대표님 사업 마무리도 하고, 저는 친목 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밥도 좀 같이 먹고, 날씨가 좋으면 놀러도 가고."

- 회의는 어떤가요. 제가 여러 번 회의에 참가해 본 결과, 회의 시간이 너무 긴 거 같던데요.
: "그게…. 어쩔 수가 없어요. 종합회의를 하다보면, 자신하고 관련 없는 부분이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면 참여도가 당연히 떨어지죠. 그래서 통합회의 대신에 팀별회의를 많이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 "UCAN은 더더욱 그래요. 각 학교 커뮤니티가 모였으니까요. 게다가 UCAN은 협의처 성격이 강해서, 일일이 의견을 다 물어봐야 되요. 또 커뮤니티마다 방침이 다르고요. 다시 커뮤니티 내에서 또 회의를 거치고, 길어질 수밖에요."

- 그렇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콘텐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질문하겠습니다. UCAN이나 단쿠키나, 그 외의 커뮤니티들이 다 미디어잖아요. 미디어 중에서도 수용자의 참여가 중시되는 쿨 미디어인데, 현재 운영진들이 중요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이게 정말 바람직한 방법일까요? (미디어는 크게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로 나뉜다. 핫 미디어에는 이미 만들어진 상태에서 상용되는 책·영화와 같은 것들이 속하며, 쿨 미디어에는 수용자의 높은 참여도를 요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텔레비전과 같은 것들이 속한다.)
: "물론 회원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현재 타 학교들 중에 큰 규모의 커뮤니티들은 그렇게 되었어요. 이미 회원들 자체가 스스로 콘텐츠 생성을 합니다. 발전 단계의 커뮤니티들은 그러기가 어렵죠. 아직 온라인 누리집 문화가 그 정도 수준까지 오르지 못한 거죠. 그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운영진들이 초반에 약간의 수고로움이 필요합니다. 가령, 놀이터를 만들어 놔야 다른 사람들이 와서 놀 텐데, 아무도 없는 흙 밭에서 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운영진의 콘텐츠 생성은 하고 싶어서 한다기 보다는, 기초 토대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 UCAN은 콘텐츠를 생성하는 조직은 아닙니다. 한 학교가 어떤 이벤트를 할 때, 모이면 큰 이벤트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게 UCAN입니다. 이걸 합작이라고 해야 하나."

: "네.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아까 굉장히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놀이터에 비유를 하셨잖아요. 규모도 커지고, 괜찮아 진다면, 본인이 놀 거리는 스스로가 갖고 오게 되겠죠. 또, 공간만 제공해 줘도 되는 콘텐츠가 있는 반면 초기 작업을 운영진이 해놓아야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고민이나 자유게시판, 연애 관련 게시판은 유저들의 참여만으로 가능합니다. 그런데 타 학교에도 있는 부동산 게시판, 스펙 관련 게시판은 처음엔 운영진의 노력이 필요해요. 지금 있는 강의 평가 게시판도 처음엔 운영진이 썼습니다. 운영진이 쓴 걸 본 회원들이 본인도 써도 된다는 걸 자각하고 쓰기 시작한 겁니다."

: "쉽게 이렇게 생각해도 될 거 같아요. 낙서용 벽이 있는데, 처음엔 아무도 낙서를 안 해요. 거기다가 운영진들이 일부러 낙서를 조금씩 합니다. 그럼 사람들이 거기다 낙서를 해도 되는구나, 하고 자유롭게 하기 시작하죠."

: "학교 앞 상권 지도 같은 경우에는, 운영진들이 정보를 제공하면 회원들이 평가를 하는 방식입니다. 기본 정보보다는 평가가 중요하죠."

- 그렇다면 콘텐츠의 양과 질 중에서 굳이 딱 하나만 고르자면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질 좋은 콘텐츠 하나 만들기가 그저 그런 콘텐츠 열 개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콘텐츠가 아주 없어서도 안 될 노릇이고.
: "그건 좀 구분을 지을 필요가 있는데요. 운영진이 만드는 콘텐츠는 질이 좋아야 되고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콘텐츠는 양이 많아야 되요. 제 생각은 그래요. 그러니까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생성되어도 반응을 하는 회원들이 없으면, 그건 죽은 콘텐츠로 봐야 되요.

반면, 중요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서로 소통이 잘 된다면, 설사 질이 나쁘더라도 그건 나름의 가치가 있는 거죠. 이건 좀 개발팀의 이야기인데, 개발팀에서는 콘텐츠와 데이터베이스를 구분합니다. 대화의 장에서 나온 여러 글들을 데이터베이스라고 하고, 강의 평가라던지 쌓여진 자료를 콘텐츠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 DB는 양이 많아야 하고, 콘텐츠는 질이 좋아야 한다는 거죠."

: "저는 UCAN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대답하기 조금 애매한데, 이벤트를 잘 기획해야 되겠죠."

- 그럼 이번 총선 관련한 콘텐츠나 이벤트를 만들 생각이 없으신지요.
: "그 투표라는 것도 참 그래요. 선거철이 되면 정치적 색이 드러나는 글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글들은 자칫하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고요. 전 투표 독려가 오히려 이런 문제가 되는 글들이 많아지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 관리자 입장을 떠나서 이런 거에 대해서 토론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구를 지지하고는 학생 각자의 의견이니까 공간만 만들어 준다면 별 문제는 없을 거 같아요. 누구를 찍던지 투표는 꼭 하세요, 이거니까. 그래서 그 캠페인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하고요. 이건 아마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를 것입니다."

- 보는 시각에 따라 많이 다를 수도 있군요. 마지막으로 최종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 "굉장히 개념적인 건데, 말그대로 일만 단국대 학생들이 소통한느 그날까지요."

: "UCAN의 창립 목적 자체가 기존 커뮤니티들의 연합을 도모하고…, 현재 커뮤니티가 없는 대학들에게 지원 사업도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학교들이 커뮤니티가 하나씩 있어서, 서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UCAN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UCAN 대표 김덕현씨(왼쪽)와 단쿠키 대표 김보성씨를 만났다.
 UCAN 대표 김덕현씨(왼쪽)와 단쿠키 대표 김보성씨를 만났다.
ⓒ 권수아

관련사진보기


각자 힘이 되는 한, 최선을 다해 하는 일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함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많은 사람들을 대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일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단지 '좋아서'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이야 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그:#인터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