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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날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들
 비오는날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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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의 달리기 시합

포근한 봄비가 내린다. 자고 일어난 아침에 눈을 뜨니 바로 맞은편 유리창에 빗방울들이 알알이 맺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들이 달리기 시합한다!"
"우와 진짜 그러네. 엄청 빨라."

덩치 큰 빗방울들이 무게를 못 이겨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자다 막 깬 남편이 웅얼웅얼 말했다. 점점 날 닮아가는 것인지 날로 표현이 개성적이다.

"어? 그런데 쟤네는 달리기시합이면 다 같이 출발해야지. 왜 저렇게 따로 따로 달려가?"
"그건 말이지. 쟤네들의 달리기 시합은 인간세계와는 조금 달라. 인간세계에서는 선수를 정하고, 출발선을 긋고 선수들이 똑같이 출발하지만, 쟤네들은 욕심을 부려서 커진 애들만 달리기 시합에 참가하게 되는 거야."

"그럼 커져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욕심 많은 애들이라는 거야?"
"그래. 자기 것이 아니라 다른 빗방울까지 잠식해서 커진 애들은, 결국 저렇게 달리기 하듯 떨어져 내리잖아. 남아있지 못하고."
"결국 사람이랑 똑같네. 너무 욕심 부리면 추락하게 되는 것처럼…."

빗방울이 사는 유리창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아름다운 빗방울을 보고 신이 나서 콩닥콩닥 재미삼아 시작한 대화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끌어 담을 줄이야. 게다가 욕심 없이 그냥 매달려 있는 작은 빗방울들이, 달리기 하는 큰 빗방울들에게 치여서 사라지는 모습도 보인다. 아, 이거 사람 사는 세상이랑 똑같다.

이른 아침, 빗방울들의 달리기시합은 육안으로 보았을 땐 유리창에 선사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다 자기 무게에 못 이겨 떨어져 내리고 작은 빗방울들은 큰 빗방울들에게 치이는 속사정은 사람스러움이었다. 사람의 삶에서 욕심은 떼어놓을 수 없는 속사정 아닌가.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욕심을 경험했었다. 심지어 먹는 반찬 가지고도 연년생 남동생과 매 식사 때마다 투닥투닥 다툼을 벌였으니 말이다. 지금에 와서는 그렇지 않지만 특히 동그랑땡이나 계란말이 같은 반찬이 밥상에 나왔을 때는 말 없는 눈치싸움이 이뤄지다 결국 제대로 못 먹은 1인이 본격적인 다툼의 팡파레를 터뜨렸었다.

어릴 때부터 식욕과 같은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욕구를 겪어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세상이, 식욕 이외의 수많은 욕심들도 끌어안고 사는 세상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그리 많지 않은 나이가 됐을 때였다. 그리고 욕심이 과도하여 겪는 고통과 욕심을 내려놓았을 때의 해방감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던 건 훨씬 이후의 시기였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할 때쯤의 시기.

나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욕심을 가지고 산다. 그 욕심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양으로 커졌을 때, 스스로 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겪게 된다. 충족시킬 수 없는 욕심 때문에 말이다.

고통속의 과정을 거듭하고 반복하여 많이 겪은 사람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하나의 방법은, 거듭 반복된 고통 속에서 욕심을 채워 끝끝내 만족을 이루거나 욕심때문에 무너지는 것.

다른 하나의 방법은, 충족할 수 없는 욕심의 고통 속에서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내려놓는 것. 어떤 것이 더 행복한 것인지는 스스로가 결정할 일이다. 나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욕심이 커지는 날도 있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날도 있다. 양쪽 길을 왔다 갔다 하며 살고 있는데 이것도 나쁘진 않다. 빗방울처럼 추락하는 바에야, 왔다 갔다 하며 잠깐씩 욕심을 내려놓는 것도 살기 위한 방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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