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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흐르는 험난한 동부전선에도 봄이 왔습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험난한 동부전선에도 봄이 왔습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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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오후, GOP전선 철책을 따라 걷는 코스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계획에 따라 방문한 곳은 중동부 최전방인 칠성부대 관할 휴전선. 철책을 따라 1100여 개의 계단을 올라 어느 OP에서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을 동시에 조망한다는 안보관광코스를 타진 차 나섰습니다.

서울 용산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ITX가 개통돼 강원도 화천, 양구, 인제, 홍천 등 인근 시군으로 수도권 관광객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에 특색 있는 관광자원 발굴을 구상한 것이 최전방 부대의 철책 관광. 이날 코스답사에는 코레일과 여행사 관계자도 함께 했습니다.

철책답사, 이승준 대대장이 앞장서 안내를 했습니다.
 철책답사, 이승준 대대장이 앞장서 안내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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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스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안내를 하겠습니다."

소대장이나 중대장에게 우리 일행 안내를 지시할 만도 한데, 이승준 대대장은 손수 안내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당초 우리의 계획은 오작교에서부터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따라 만들어진 철책 옆에 놓인 1100개의 계단을 올라 OP에 도착, 아래로 넓게 펼쳐진 북쪽(북한)의 현황 설명과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대대장의 프리핑 청취 후 차량을 이용해 복귀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량을 이용해 OP에 오신 후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 편할 것 같다'는 대대장의 권유에 따라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운이 좋다면 산양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양이란 동물이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데 대대장이 다소 과장을 한다는 생각을 하며 병사들의 철책근무 교대를 위해 벼랑코스에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아래로 향했습니다.

중동부 GOP전선, 철책이 험준한 지형을 따라 설치되어 있습니다.
 중동부 GOP전선, 철책이 험준한 지형을 따라 설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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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의 진달래, 이곳 최전방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휴전선의 진달래, 이곳 최전방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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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쪽이나 서해안 쪽의 철책을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곳과 이곳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곳의 특징이라면 험준한 산악 여건 때문에 이렇게 가파른 지형에 철책이 설치되어 그 긴장감이 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여성분이 오신 경우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우리 일행인 여행사 관계자를 가리키며 한 대대장의 말입니다.

이승준 대대장, 철책을 따라 걷던 중 만난 병사에게 이것저것 안부도 묻습니다.
 이승준 대대장, 철책을 따라 걷던 중 만난 병사에게 이것저것 안부도 묻습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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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는 길에 대대장이 갑자기 우리 일행을 멈추게 했습니다.

"좌측을 보세요. 저게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산양입니다."

산양, 근거리 임에도 풀을 뜯는데만 열중합니다.
 산양, 근거리 임에도 풀을 뜯는데만 열중합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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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장의 말에 옆을 보니 불과 5m 정도의 거리에서 열심히 봄풀을 뜯고 있는 산양이 보였습니다. 2년 전 '평화의 댐' 부근에서 목격한 산양은 우리를 보자마자 암벽을 타고 달아났는데, 그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야생동물인지 애완용이지 모를 정도로 우리 일행을 힐끗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풀 뜯기에만 열중합니다. 인간이 이데올로기라는 명분으로 조성한 이곳의 긴장감이 녀석들에게는 최고의 평화인 듯 합니다.

"저 아래 보이는 오작교는 건너편 군부대와 우리 부대를 연결하는 교통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몇 년 전에 이곳 오작교에서 북한으로 수달을 보내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한국수달보호협회(대표 한성용 박사)에서 수달의 행동반경 등의 연구를 위해 칩을 달아 북으로 보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철책 아래로 보이는 오작교, 이곳이 북한강 최상류 지역입니다.
 철책 아래로 보이는 오작교, 이곳이 북한강 최상류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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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수달이 어디로 갔을까요?"
"글쎄요. 아마 북쪽의 전파 방해로 북으로 넘어간 수달의 신호가 잡히지 않거나, 북한 병사들에 의해 잡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지요. 이유는 북한의 식량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과 수달가죽이 모피로서 그곳에서 비싼 값에 거래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본격적인 관광지가 되면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들면 재미있고 의미 있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대대장의 설명입니다.

40여 분에 걸친 대대장의 전방실정 및 주변경관 설명을 들으며 도착한 곳은 우리의 목적지인 오작교. "오늘 대대장님의 관광해설이 참 훌륭하고 멋졌습니다"라는 인사를 끝으로 GOP 답사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일부 훼손되었거나, 좁게 현성된 철책 순찰로.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해야 할 할 몫은 아닐까요
 일부 훼손되었거나, 좁게 현성된 철책 순찰로.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해야 할 할 몫은 아닐까요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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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에게 있어 안보의 중요성이 경시되는 현상을 볼 때, 한순간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장병들의 눈빛, 물 샐 틈 없이 이중으로 설치된 철조망, 그리고 그것을 경계 삼아 태평스럽게 생활하는 야생동물의 모습들은 외국인들이나 내국인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관광자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철책을 따라 좁게 형성된 이동로에 관광객들의 유입으로 병사들 이동에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이곳 병사들의 이루어 놓은 야생동물들과 평화로운 교감이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멀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따라서 (관광객들을 위함이 아니더라도)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 일부 훼손된 계단 시설의 보강을 비롯해 2명 이상의 교행이 어려운 좁은 지역의 통로 확장에 대해서는 강원도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서둘러야 할 과제로 여겨집니다.

덧붙이는 글 |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관광기획담당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휴전선, #중동부전선, #G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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