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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중인 암먹부전나비(?)(2010.6 고양시)
 짝짓기 중인 암먹부전나비(?)(2010.6 고양시)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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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허물을 벗은 듯한 귤빛부전나비가 바위에 앉아 몸을 말리고(?) 있다. 작은 꼬리가 달린 부전나비다.(2011.6.6 북한산)
 갓 허물을 벗은 듯한 귤빛부전나비가 바위에 앉아 몸을 말리고(?) 있다. 작은 꼬리가 달린 부전나비다.(2011.6.6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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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 단독주택에 살다보니 비교적 많은 곤충 혹은 벌레들과 동거를 하게 된다. 요즘 며칠 우리 집 마당에는 애기세줄나비와 흰나비, 호랑나비 등이 몇 차례씩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또, 두 달 넘게 빨랫줄을 삶의 터전으로 삼으려는 몇 종류의 거미들과 자리싸움을 하고 있다. 대문 옆 수수꽃다리에는 왕거미가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고.

"세상의 벌레들은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날이 더워지면서 현관문을 자주 열어 두게 된다. 며칠 전, 파리 한 마리라도 집에 들어왔다 싶으면 민감해져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는 딸이 이처럼 말한다. 아들도 어쩌다 집안에 벌 한 마리 들어오거나 콩알만한 거미 한마리라도 보이면 기겁을 하기 일쑤다. 딸도 아들도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사마귀나 여치, 달팽이 등과 놀곤 했는데 말이다.

사람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벌레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어찌 보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거미에 대한 아이들의 그릇된 선입견(벌레는 무조건 징그럽다는)이나 태도가 여간 염려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아이들의 문제에 불과할까? 어렸을 땐 곤충을 좋아했던 아이들이 왜 커서는 무서워하거나 싫어하게 될까?

2008년, 곤충학자들이나 곤충 마니아들에게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성기수(<곤충의 사랑>, <숲속의 사냥꾼들>의 저자)씨를 인터뷰했다. 그에 의하면 우리 아이들처럼 어렸을 때는 비교적 곤충이나 벌레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이처럼 곤충이나 벌레를 무서워하거나 혐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른들의 편견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일부 나방만 조심하면 되는데 모든 나방이 피부병을 일으킨다고 단정하고 무조건 멀리하라고 한다. 이는 나방은 물론 다른 곤충까지 나쁘고 혐오스럽게 생각하여 멀리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어른들의 그릇된 편견이 아이들이 다른 생물들을 관찰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통로를 영영 차단하고 마는 것이다. 곤충 등을 관찰하면 관찰력과 탐구력, 창의력 향상에 좋고 끈기가 생기거나 정서적으로도 좋은데 말이다.

부전나비의 앉은 모습을 관찰해 보면 날개를 아래위로 비비며 몸을 이 쪽 저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날개를 비비면서 날개 뒤쪽으로 천적의 시선을 돌리는 거예요. 날개 아랫면에는 보통 점무늬가 있어 그 쪽을 움직여 머리라고 착각하게 하는 일종의 교란작전이지요. 더구나 날개 끝이 더듬이처럼 길게 나온 종류도 있어 이런 동작과 맞아 떨어지면 새 같은 천적은 나비가 절대 다치면 안 되는 머리 쪽은 가만 놔두고 나비에게는 비교적 안전한 뒤쪽을 공격하게 되지요.
-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에서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
ⓒ 다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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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다른세상 펴냄)은 부전나비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 100여 가지의 생태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곤충 크게 보고 색다르게 찾자>, <한국의 여치소리>,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곤충 이야기> 등의 저자인 김태우씨. 현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곤충을 연구하는 저자는, 곤충 마니아들이나 학자들 사이에 '(곤충이 있는) 현장과 자료(지식)에 모두 뛰어난 몇 안되는 사람 중 한사람'으로 손꼽힌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곤충이라면 이처럼 질색을 하는 것은 2005년 가을에 밤나무 숲에서 벌떼에게 몇 방씩이나 쏘인 후부터다. 앞에 가는 사람이 낙엽에 가려져 있는 벌집을 건드리는 바람에 뒤에 있던 우리 아이들이 당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처럼 벌에 쏘인 적이 있는 경우, 두 번째 쏘일 때는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으므로 벌이 번식을 하는 시기인 가을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오래 살아 장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라, 크고 세기 때문에 장수라는 이름이 붙은 장수말벌은 특히 위험하기 때문에 주변에 이 말벌의 집이 있으면 커지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단맛이 나는 사탕이나 음료수 등을 벌이 날아다닐 소지가 있는 야외에선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산행 중 사람들과 스치다 보면 진한 향을 풍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화장품 등의 진한 향은 곤충들을 불러 모으는 원인이 되기도 하니 안전한 산행을 위해 이 부분도 신경 써야지 싶다.

뒷다리에 꽃가루뭉치를 달고 쪽동백 꽃의 꿀을 빨고 있는 꿀벌(2011.6 북한산)
 뒷다리에 꽃가루뭉치를 달고 쪽동백 꽃의 꿀을 빨고 있는 꿀벌(2011.6 북한산)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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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의 꿀을 빨고 있는 삿뽀로수염치레꽃등에. 노란 무늬가 쌍살벌을 닮았다.
 애기똥풀의 꿀을 빨고 있는 삿뽀로수염치레꽃등에. 노란 무늬가 쌍살벌을 닮았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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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머리를 자세히 보면 꿀벌은 겹눈이 작고 더듬이가 길어서 ㄱ자 모양으로 꺾여 있어요. 꽃등에는 얼굴 대부분이 눈으로 되어 있을 만큼 겹눈이 매우 크고 반대로 더듬이는 짧아서 털 하나가 삐죽 나온 것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구별하기 어려울 때는 뒷다리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어요. 꿀벌은 뒷다리에 꽃가루를 저장하는 부분이 있어서 꽃가루를 한덩이씩 묻히고 다녀요. 그러나 꽃등에는 꽃가루를 모으는 습성이 없어서 다리에 꽃가루 덩어리가 없어요. 날아다니는 모습도 꿀벌은 붕붕거리며 조금 무거운 듯 날지만, 꽃등에는 맨손으로 잡아도 아무런 해가 없어요.
-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에서

이즈음 엉겅퀴꽃 옆을 지나다보면 큰줄흰나비나 작은 벌들이 다툼을 하듯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바삐 날아다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꿀벌 사이에 벌 같은데 왠지 좀 작고 무언가 허전한 느낌의 벌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꽃등에'일 가능성이 많다. 아니, 그간 유심히 살펴봤는데, 벌은 한 마리도 없이 모두 꽃등에일 때도 많았다.

꽃등에는 꿀벌을 흉내 내는 작전으로 살아가는 곤충으로 유명하다. 꽃에서 꿀을 빠는 것까지 꿀벌과 같다. 하지만 벌과 달리 침이 없어서 손으로 잡아도 절대 쏘지 않는다. 전 세계에 6000여 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170여 종이 살고 있는데, 꿀벌을 흉내 낸 것, 말벌을 흉내 낸 것, 뒤영벌을 흉내 낸 것 등 저마다 닮은 벌 종류가 있단다.

사실 꿀벌과 꽃등에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꿀벌은 벌의 종류라 날개가 2쌍, 즉 4장이고 꽃등에는 파리 종류라 1쌍, 즉 2장이다. 그런데 꿀벌의 뒷날개가 앞날개보다 작아서 앞날개와 뒷날개를 서로 붙여서 사용하기 때문에 1장처럼 보인다. 그래서 언뜻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처럼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다.

벌에 민감한 우리 아이들은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것은 모두 침을 쏘아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벌'로 생각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사람을 잘 쏘지 않는 꿀벌이나  먹이를 끌고 가다가도 사람이 보이면 우선 도망치고 보는 나나니, 벌과 언뜻 비슷하지만 결코 벌이 아닌 꽃등에 등도 말이다.

꿀벌과 나나니, 꽃등에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 구별할 수 있다면, 어떤 벌이 무섭고 어떤 벌은 괜찮은지, 쏘일 위험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알면 두려움은 훨씬 줄어들 텐데 말이다. 이런 바람으로, 어른이건 아이들이건 곤충에 대한 잘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혐오감을 줄어들길 바라며 읽은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이다.

이야기 끝마다 주인공 곤충과 관련된 곤충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책을 통해 실제로 알게 되는 곤충은 훨씬 많아진다.
 이야기 끝마다 주인공 곤충과 관련된 곤충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책을 통해 실제로 알게 되는 곤충은 훨씬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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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의 <초충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8폭 중 '맨드라미와 소똥구리)
 신사임당의 <초충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8폭 중 '맨드라미와 소똥구리)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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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에는 맨드라미와 함께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 모습이 등장해요. 마당 한켠에서 그림을 그렸을 신사임당의 당시 모습을 떠올려 보면, 소똥구리는 당시 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곤충 중 하나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어요.

지금은 소똥구리 보기가 쉽지 않아요. 애기뿔소똥구리 역시 현재 멸종 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아주 귀한 소똥구리가 됐어요. 소똥구리가 줄어든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소를 키우는 방법이 바뀐 탓이에요. 예전에는 소들이 여기저기 풀밭을 돌아다니며 싱싱한 풀을 뜯어먹고 자랐어요. 그런데 소를 대규모로 기르기 시작하면서 전처럼 소를 키우지 않아요. 좁은 우리에 소를 가둬놓고 사료를 먹이기 시작했지요. 사료를 먹은 소가 싼 똥은 섬유질이 부족하여 소똥구리가 먹기 알맞지 않았어요. 또 사료에는 소의 병을 막기 위해 보통 항생제 성분이 들어가 있는데, 이것이 소똥구리 애벌레가 자라지 못하게 했지요.
-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에서

참고로 오스트레일리아처럼 목축을 많이 하는 나라에선 소똥구리를 연구해 가축의 배설물을 청결하게 처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한단다. 저자는 곤충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들려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처럼 곤충 주변의 이야기나 이처럼 생활과 연결된 곤충 이야기들을 아울러 들려줌으로써 곤충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갖게 한다.

덧붙이는 글 |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ㅣ저자:김태우ㅣ출판사:다른세상ㅣ2012-4-25ㅣ값:14800원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

김태우 지음, 다른세상(2012)


태그:#곤충(벌레), #자연생태, #꿀벌, #꽃등에, #초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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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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